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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홍수, 기억 숙성 시간 빼앗아
[SPECIAL REPORT] 뇌과학자 한나 모니어 인터뷰- ① 스마트폰의 위험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마이크 그로세카트 회퍼 economyinsight@hani.co.kr

 

디지털 자극 쓰나미
아이 뇌는 비상상황
뇌과학자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의과대학 교수인 한나 모니어는 디지털 기기의 빠른 속도에 내몰린 아이의 뇌가 밀물처럼 쏟아지는 자극 때문에 계속 비상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한 모니어 교수는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한 사람은 ‘연상기억’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지식을 검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새 지식을 습득하려 수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장해둔 정보가 적으면 연관 지을 정보도 그만큼 적어진다. _편집자

마이크 그로세카트 회퍼 Maik Großekat Höfer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뇌과학자 한나 모니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의과대학 교수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사람의 기억력을 어떻게 저하시키는지 설명했다. <슈피겔>

뇌과학자 한나 모니어(66·Hannah Monyer)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사람의 기억력을 어떻게 저하시키는지, 사람이 과거의 일을 어떻게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의자 하나, 검은색 소파, 종이 서류가 어지러이 흐트러진 책상이 전부인 사무실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학자의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아주 수수해 보인다. 한나 모니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의과대학 교수는 하이델베르크대학병원 임상신경생물학과 메디컬 디렉터이자 독일암연구센터(German Cancer Research Center)에서 부서장을 겸하고 있다. 모니어 교수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연방십자공로훈장을 받았고, 2004년 독일 학술계 최고 권위의 라이프니츠상도 받았다. 루마니아 태생의 모니어 교수는 독일어를 쓰는 소수민족 ‘트란실바니아 색슨족’ 출신으로 1975년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독일행을 선택했다.
모니어 교수는 인간이 어떻게 사물을 인지하며 학습하는지, 기억력이 어떻게 저하되는지를 30년 이상 연구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두뇌 흐름을 연구하고 있다.
당신한테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내가 세 살 때, 우리 가족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지자체인 라슬레아마레에 있는 조부모 집에서 살았다. 당시 할머니가 주말마다 마루를 닦을 때 사용했던 바닥 광택제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집 밖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달리아도 떠오른다. 네 살 때, 조부모가 살던 시골을 떠나 부모와 함께 도시로 이사하면서 펑펑 울었다. 할머니 집에 있던 가구를 새로 이사하는 집으로 가져가자고 떼썼던 기억도 있다.
왜 하필 그런 기억이 아직 남아 있을까.
나는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컸다. 감정적 체험은 기억에 잘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냄새는 과거의 일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기폭제다. 코에서 두뇌의 감성 코어로 바로 연결되는 신경 경로가 있는데 이는 기억 형성에도 관여한다.

시간 들여 지식 습득하면 오래 기억
성인은 보통 서너 살 때 일부터 기억한다. 당신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가.
기억은 변하기 마련이다. 또한 과거 경험의 파편은 자신의 유년기에 관해 후일 알게 된 것과 뒤섞이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여러 세부적인 기억은 맞다고 확신한다. 조부모 집의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을 때의 기억이 그렇다. 수십 년 뒤 조부모가 살던 마을을 다시 찾아갔을 때, 모든 것이 어린 시절 기억보다 작아 보였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아주 컸다. 내가 지금 성인이 됐다거나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어릴 적 그 시간이 내게 의미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아직 나오기 전이었고, 현재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1998년 당시 구글 일일 검색량은 9800건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억 건에 이른다. 인류가 보유한 지식의 상당 부분은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잠깐 본 누리집의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누리집을 잠깐만 봤다면 해당 정보를 표면적으로만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읽은 내용은 금방 잊어버릴 것이다. 반면 참고 서적을 찾아보는 것은 수고가 많이 들고 시간도 더 걸리겠지만, 그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수고하고 시간을 들여 지식을 습득하면 더 오래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도전이 어려울수록 대가는 더 커진다.
당신도 구글을 이용해 검색하나.
구글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도 거의 보지 않는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전자우편이 들어와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알림이 뜨지 않는다. 보다시피 나는 지금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여러분이 나를 찾아왔고, 인터뷰를 원했다. 그래서 이 순간에는 당신들 외에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쏟고 싶지 않다. 사고의 흐름이 다른 것에 의해 끊임없이 중단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연상기억이 약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한 사람은 새 지식을 습득하려 수고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서나 새 지식을 검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상기억(Associative Memory)은 약해질 수 있다. 연상기억은 기존 지식과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새 정보를 저장하고 끄집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저장해둔 정보가 적다면 연관 지을 정보도 그만큼 적어진다. 기억하는 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아는 것에 크게 의존하는 능동적 과정이다. 우리가 기억을 계속 일깨우지 않으면 기억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나도 1년 이상 루마니아어를 쓰지 않으면 루마니아어 구사가 어렵게 느껴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외장 하드드라이브 같은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전화번호와 생일 등을 저장한다. 아이폰에는 중요 일정을 저장하는 용도로 ‘기억하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는 기억을 돕기 위해 자신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문자를 보내놓기도 한다. 이런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언젠가 변기에 휴대전화를 빠뜨려서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를 모두 날려버린 적이 있다. 나는 디지털 세계를 악마화할 의도가 전혀 없고, 지식을 디지털 기기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A와 B와 C를 더는 기억할 필요가 없다면, 나는 대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나는 아낀 시간을 다른 것을 배우는 데 쓸 수 있고, 또 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뇌는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 즉 뇌의 두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꺼버린다. 그러면 정보는 세포 사이를 더 이상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사라진 정보는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말이 뇌에 적용된다. 뇌는 새 시냅스를 형성할 수는 있지만, 나이 들수록 이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들 몰입하는 능력 길러줘야
유아가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와 함께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이 지속해서 전자기기를 몇 시간 동안 사용하는 것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전자기기의 지속적 사용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장기간의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두 살짜리 자녀를 달래려고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어머니들을 볼 때면, 스마트폰이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아이가 한 가지 일에 조용히 집중하며 ‘몰입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몰입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내게 몰입이란 영적 차원을 의미한다. 몰입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어떠한 것에 신체적, 감정적 그리고 인지적으로 녹아드는 것을 뜻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자신을 잊을 만큼 완전히 집중하면 몰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빠른 속도에 내몰린 아이는 이런 몰입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 이런 아이의 뇌는 전자기기에서 밀물처럼 쏟아지는 시그널 때문에 계속 비상상태에 있게 된다. 우리 뇌의 용량은 한정됐다. 그래서 뇌는 어떤 자극을 받아들여 처리할지를 일찍 선택한다. 이럴 때 뇌가 스마트폰 자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계속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이른바 ‘디지털 치매’를 유발하고 뇌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지속적 사용은 사람의 사고와 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도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기억력 상실을 유발하는가.
기억의 과정은 정보 습득, 정보를 단기 혹은 장기 기억으로 굳히기, 정보 불러내기 등 세 단계로 이뤄진다. 집중도가 높을수록 정보를 더 잘 수용한다. 휴식 단계에서 우리 뇌는 배운 것을 내적으로 계속 재생하며 아주 느린 속도로 압축하고 안정화한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학습한 것이 잘 저장된다. 지각, 암기, 기억 불러내기의 세 단계는 모두 외부 자극으로 변경되거나 방해받을 수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Der Spiegel 2024년 제9호
Für das Gehirn gilt: Was weg ist, ist we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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