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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작 혁명? AI 재앙 서막?
[CULTURE & BIZ] ‘소라’를 바라보는 콘텐츠업계의 속내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오픈에이아이(OpenAI)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해주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소라’(Sora)를 활용해 제작한 동영상. 오픈AI 누리집


2024년 2월 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 업체인 오픈에이아이(OpenAI)는 명령어 입력만으로 영상을 만드는 ‘텍스트 투 비디오’ 생성형 AI 모델 ‘소라’(Sora)를 발표했다. 2023년과 비교해 2024년은 조금 잠잠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나온 소라 발표 소식은 다시 한번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간단한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으로 최대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을 곧바로 만들어내는 소라의 성능과 결과물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소라는 단지 새로운 형태의 생성형 AI가 출시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대 콘텐츠의 핵심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영상 분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그 모든 과정에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을 아우르는 생산 효율성의 증가, 스토리텔링과 제작 시스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까지 소라와 앞으로 출시될 다양한 동영상 및 멀티미디어 생성 AI가 만들어낼 변화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방대하다. 단순히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머릿속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점에서 소라는 그동안의 생성형 AI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그만큼 업계에 던져주는 파장도 크다.
일단 2024년 하반기에 일반 공개를 예정하고 있는 소라를 비롯한 동영상 생성 AI는 유튜브 쇼츠나 틱톡 같은 숏폼(길이가 짧은 콘텐츠) 플랫폼에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이 숏폼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챗지피티(ChatGPT)로 자료를 만든 뒤 이를 다시 대본으로 만들고, AI 더빙을 이용해 녹음한 뒤 온라인 스톡 플랫폼에서 내려받은 비디오나 AI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이미지를 적당히 편집해 만들어 올리는 것이 최근 숏폼 콘텐츠의 흔한 제작 방식이다. 그 밖에 짧은 클립형 이미지나 영상 클립이 많이 사용되는 광고업계나 홍보영상 제작업계도 동영상 생성 AI를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소라’가 바꿀 콘텐츠산업의 모습
이러한 활용안은 일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콘텐츠업계에서 기대하는 소라의 가장 큰 단기적 효용은 무엇보다 비용 절감 효과와 콘텐츠 제작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의 절대적인 증가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영상 프로덕션 과정에서 영상 기획에 사용하던 콘티(대본)나 스토리보드를 생성형 AI가 대체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AI의 속도나 필요 장비 스펙에 따라 3D(3차원) 모델링을 대체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품질의 프리 프로덕션(콘텐츠 기획 단계)을 개인 또는 소규모 그룹으로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제작자가 기존 제작 프로세스에 대한 제약 없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도록 도와주는 AI의 등장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을 것이다. 소라와 기타 동영상 생성 AI의 등장은 제작 프로젝트를 더 빠른 속도로 순환시키고, 업계 내에서도 실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거기에 더해 시각적인 내러티브 구현이 쉬워짐에 따라, 창의성 경계는 넓어지고 특히 협업이 중요한 콘텐츠업계에선 업무 효율성도 증가할 것이다. 시간이 돈인 콘텐츠 제작사 처지에서 제작 시간 효율의 극대화는 수익 구조의 극적인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영상 생성 AI에 따른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영상 생성 AI가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리라 예상한다. 소라는 제작자가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명령어)에서 복잡한 장면과 비디오를 생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품질 비디오 제작에 대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해가 안 된다면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변화를 생각해보자.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만났다. 그 결과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고, 인플루언서(온라인 영향력자)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만들어졌다. 소라는 그동안 많은 자본과 인력 그리고 시간이 들었던 높은 수준의 영상을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예전에는 주류가 아니었기에 또는 수요층이 작았기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며, 콘텐츠 생산량은 지금의 1인 미디어 시대보다 급증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일어날 변화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콘텐츠 시장의 대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변화는,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을 급속도로 낮추고 더욱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을 가진 콘텐츠를 만날 계기를 제공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서서히 약해지는 기존 미디어 권력의 힘이 더욱 약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긴 시간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지배해오던 절대 권력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하리라는 것이다.
 

   
▲ 챗지피티(Chat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공개해 관심을 끄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1월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차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REUTERS

다양성과 다양한 시각
이런 환영과 우려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동영상 생성 AI가 지금의 영화나 드라마를 즉각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의 영상 생성 프로세스는 일반인들이 볼 때는 단지 텍스트 프롬프트를 영상으로 구현해주는 간단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데이터 양과 함께 이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뒷받침된 기술이다. 짧은 영상은 가능할지 몰라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긴 호흡의 콘텐츠를 생산하기에는 현재로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거기에 생성형 AI 모델의 한계인 결과물의 일관성으로 가면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 같은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조금씩 결괏값이 달라지는 문제점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런 기술적 한계 외에 우려할 점은 한둘이 아니다. AI를 콘텐츠산업 내에서 활용함으로써 생기는 혁신의 기회와 함께 중요한 윤리적 고려 사항도 발생한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활용으로 저작권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특히 AI가 만든 콘텐츠가 과연 콘텐츠적으로 독창성을 가지고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콘텐츠 분야에 AI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런 책임 있는 접근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이 만든 영상과 AI 모델이 만든 영상을 구별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모호한 경계와 더불어 우리가 콘텐츠 속에 담긴 인간의 창의성과 노력에 보내는 ‘경의’를 AI의 학습된 작품에 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AI는 개인의 예술적 표현의 ‘고유성’을 옅게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을 단순한 클릭 몇 번에 생성해내는 AI의 편리함은 콘텐츠 속에 담긴 ‘사람’의 존재를 희석한다는 우려를 낳는다.

생성형 AI의 한계
AI 시대에는 창의적인 작품에 인간과 AI의 기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창의성의 무결성이 계속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AI 콘텐츠 표시 기능이 법적 수준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으로 나아가면 더욱 복잡한 문제로 이어진다. AI 모델은 저작권이 있는 기존 작품의 데이터에서 학습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르게 보일지라도 결국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침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윤리 문제와 함께 AI 생성 저작물의 소유권에 대한 저작권 보호 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단순히 현장에서 사람 몇 명이 대체되는 문제가 아니다. 제작자 처지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면 당연히 AI로 이를 대체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AI의 결과물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리 AI 모델이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해도 계속 제기될 문제다.
AI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리라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AI를 이해하면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이 하는 일을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게 해주는 도구임을 알게 된다.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은 그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AI 콘텐츠가 뛰어나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만들어진 데이터에서 빠르게 추론해낸 결과물일 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창작자는 AI와 함께 작업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인간만이 제공하는 정서적인 깊이와 뉘앙스를 유지하고, 창의적 영역을 탐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콘텐츠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AI가 불러올 여러 일을 예상해보면 분명 두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의 진보와 수용은 거대한 흐름으로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 도입에 수반되는 한계나 오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하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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