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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여행’이 멈춘 땅 중국 경제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선임기자
 

   
▲ 2023년 한국 총수출에서 중국 시장(1248억달러) 비중은 19.74%로 19년 만에 다시 20% 밑으로 내려갔다. 2023년 9월2일 중국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한국관 모습. 연합뉴스

한국을 위시한 세계 자본의 중국 진출 붐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됐으니 이제 대략 한 세대(30여 년)가 흘렀다. 그런데 요즘 한국-중국 교역량(수출·투자)과 과학기술성취도 비교에서 나타난 ‘반전’ 지표들은 놀랍고, 어느덧 ‘흘러간 옛 시절’을 벌써 연상케 한다. 2023년 한국 총수출에서 중국 시장(1248억달러) 비중은 19.74%로 19년 만에 다시 20% 밑으로 내려갔다. 반면 미국 시장(1157억달러) 비중은 18.30%로 20년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 이전의 구도로 되돌아가는 추세다. 월 기준으로는 이미 2023년 12월과 2024년 2월에 미국 시장 수출액이 중국을 앞섰다.
2023년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해외직접투자(FDI)는 18억7천만달러(전년 대비 -78.1%)로, 우리 자본이 진출한 국가별 투자액에서 중국은 7위다.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개국’에서 밀려났다. 전세계 자본의 중국 시장 직접투자액도 2023년 총 330억달러로, 199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3441억달러)에 견줘 9.6%에 불과한데, 더 많은 이윤을 좇아 지구 각지로 여행하는 자본이 이제 중국 투자를 꺼리거나 투자금을 발작적으로 회수 중이다. 좌파 경제평론가 대니얼 싱어는 2001년에 “자본주의 체제가 살아남으려면 정복할 새로운 땅이 항상 필요하다. 그 여행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중국을 삼켰으니 (완전히 소화해버린 건 아니지만) 더 이상 갈 곳이 많지 않다”고 했다.
물론 중국 내부 자본이 뜨겁게 뿜어내는 성장 엔진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2022년 기준 국가핵심기술(인공지능, 양자역학, 차세대통신·원자력, 우주항공·해양 등 136개) 수준을 비교한 결과 미국(=100%)에 견줘 한국은 81.5%(격차 3.2년)로 최하위를, 중국 4위(82.6%·3.0년), 일본 3위(86.4%·2.2년), EU 2위(94.7%·0.9년)로 집계됐다. 중국 과학기술이 한국을 따라잡은 건 국가 비교가 가능해진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5~6년간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하는 시기를 미-중 첨단기술 갈등이 오히려 지연시켜주는 효과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빼어난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세계경제를 중국의 거대 영토와 인구에 연결해 전망·분석해왔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중국이라는 대제국이 그 무수한 주민과 함께 갑자기 지진으로 사라져버렸다고 상상해보자”며, 이 가공할 재앙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세계인이 느낄 동감(이타성) 혹은 이기심을 말한 바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도 <21세기 자본>에서 “1800년의 서인도제도 투자는 2010년 중국·남아프리카 투자로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자본의 심층 구조가 과연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위험 추구적 자본가’의 실상을 묘사한 적 있다. 수리경제학 창시자인 윌리엄 제번스는 1870년대에 ‘태양 흑점과 상업의 위기’를 주제로 쓴 논문에서 “태양이 전세계적 경기순환을 추동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도에 몇 년에 걸쳐 풍년이 들어 소비시장이 번영하면 랭커셔와 요크셔의 무역 호조 속에 제조업자들은 새로운 기계·공장을 들여오고 짓는다. 서유럽에서 산업활동 열기가 폭주하는 중에 태양 복사에너지가 서서히 이지러지기 시작하고, 제조업자들이 엄청난 양의 상품을 공급하려는 그 순간에 인도·중국에 닥친 기근 사태가 그 수요를 갑작스럽게 차단해버린다.” 150년 전 제번스의 말이 불현듯 생각나기도 하는 요즘 중국 경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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