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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와 곰페르츠 곡선
[편집장 편지]
[168호] 2024년 04월 01일 (월) 김연기 ykkim@hani.co.kr

 
김연기 편집장

   
 

동물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별 사망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곰페르츠 곡선’(Gompertz Curve)이 흔히 인용됩니다. 동물의 출생부터 성장, 사망까지의 과정이 S자 곡선으로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벤저민 곰페르츠는 여러 동물의 성장과 죽음의 관계를 연구해 이 이론을 실증적으로 살폈습니다. 연구의 결론은 모든 동물은 초기에 느리게 성장하다가 성장세가 점차 빨라지는 시기가 오고 이후에는 다시 성장세가 하락해 성장을 멈춘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애초 인간의 사망률을 설명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국가의 발전 주기를 설명하는 데 적용되기도 합니다. 실제 한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성장세가 급속히 빨라져 곧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점차 성장세가 둔화해 결국 정체 또는 후퇴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지금의 중국이 딱 그렇습니다. 중국 경제는 1970년대 말 경제개혁을 실시한 이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의 성장판 역할을 했습니다. 거침없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대두했습니다. 1992년 세계은행은 202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에 오르리라 전망했고, 2020년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28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1년 미국 대비 76.4% 수준까지 올랐지만 2022년 70.6%, 2023년 64.0%로 뒷걸음질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입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는 최근 미-중 간 경제력 역전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앞으로 10년 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의 세계 1위 등극을 당연시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줄곧 ‘세계 1강’의 꿈을 키워왔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는 한낱 일장춘몽이 되고 마는 것일까요? 최근 중국을 찾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조심스럽게 그 답을 제시했습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만, 그는 소비와 내수를 확대하는 것이 중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알다시피 서머스는 경제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미국의 경제 전문가입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그 직후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총장을 했습니다. 미국 최고 경제 석학의 해법이, 중국이 곰페르츠 곡선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데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 주목됩니다. 중국의 성장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서머스의 해법은 우리도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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