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폴트라인
[Editor’s letter]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한광덕 economyinsight@hani.co.kr

폴 크루그먼과 대등한 경제 석학의 반열에 라구람 라잔을 올려놓은 지렛대는 ‘폴트라인’(fault line)이었다. 라잔은 경제위기의 진앙을 설명하기 위해 ‘지진 유발 단층선’을 의미하는 폴트라인이란 용어를 지질학에서 빌려왔다. 그는 지구경제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했지만 대다수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은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코웃음쳤다. 그들에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블랙스완’이었던 셈이다.
지각판 아래 맨틀이 움직이면서 판들이 충돌해 엄청난 압력이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게 지진인데, 이때 판의 접촉면을 폴트라인이라고 한다. 폴트라인 형성으로 1990년대말 경제 쓰나미에 휩쓸려간 일본은 이번엔 대지진의 재앙에 고통받고 있다. 라잔은 폴트라인이 정치적 압력, 특히 미국의 압박으로 형성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중동 민주화 돌풍에 폴트라인은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까? 노엄 촘스키는 아랍 민족주의가 미국의 공격을 받아 공백이 생겼고 그 틈을 이슬람근본주의가 채운 것으로 봤다. 석유 통제권 약화를 우려한 미국이 사우디를 앞세워 아랍의 단층을 압박한 결과다. 이제는 중동이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민주주의의 패러독스’를 해체할 때다.
폴트라인은 궁극적으로 뿌리가 다른 패턴이 접촉할 때 형성된다. 결국 경제공황이든 지진이든 진앙은 시스템의 충돌에 있다. 시스템 애널리스트 로베르토 바카는 다가오는 암흑시대에 거대 시스템들이 붕괴되며 재앙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65년 캐나다와 미국에선 대정전 사태가 일어나 암흑천지가 됐다. 거리는 멈춰선 자동차로 메워졌고 전기와 산소를 구할 수 없었던 병원은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과 칠레 광부들의 매몰 사고가 있었다. 둘다 에너지와 연루된 사건이다.
이제 중국도 흑묘백묘론의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환경을 고려하는 녹묘론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하물며 한국이 엉뚱한 원자력에 녹색 칠을 계속해야 하겠는가?
이집트에서 일본으로 다시 리비아로 주말마다 세계는 판이 요동치며 이동하고 있다. <이코노미인사이트> 4월호가 나오는 시점엔 그 판이 다시 남유럽으로 옮겨가 있을지 모르겠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낼 지혜가 없는 지금, 마감에 쫓기며 애먼 전자담배만 연신 빼어문다. 물론 원전이 화석의 대안재가 아닌만큼 전자담배도 연초의 대안재가 아님은 잘 알고 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광덕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