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트위터가 편안할 때 ‘바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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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편안할 때 ‘바깥’을 보라

[김국현의 IT 인문학]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김국현

economyinsight@hani.co.kr

인간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정보란 무엇일까? 리비아 학살보다 일본 대지진 참사보다는 내 아이의 피부 트러블이 더 신경 쓰이는 것, 정보에 대한 편향적 인간 심리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인간 심리의 한계를 인지해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편안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관통하는, 불편하지만 중요한 정보로 말이다.
전 국민의 정보 원천인 포털 뉴스는 크게 종합·연예·스포츠 세 가지로 구분된다. 종합이란 무엇의 종합이고, 연예와 스포츠는 왜 종합에 포함되지 않은 채 별도로 분리돼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신 변명해본다면 만약 전부 통합했다가는 그나마 종합에 든 뉴스마저 묻혀버릴까 걱정돼서라고 생각한다.

2011년 대한민국 소통의 풍경
늘 연예·스포츠의 실시간 검색어가 다른 어젠다를 압도하고, 대중의 평균적 관심에 영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영리 사업체로서의 포털이다. 정보 제공업자로 전락한 언론은 포털 사용자의 관심에 중독돼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걸어놓는다. 인터넷 관문마저 통속적 대중매체가 되어 입맛에 맞는 객관식 선택지만 제공한다. 2011년 대한민국 소통의 풍경이다.
정보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정말 알아야 할 게 이것은 아닐 텐데’라는 개운하지 않은 느낌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보는 창궐하지만 우리가 그 정보를 원했는지, 구체적으로 누가 왜 원했는지는 알 수 없다. 미디어는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도 능력도 모두 상실한 듯 소심해져 있다.
그 피로한 대중에 스며드는 것이 ‘소셜 미디어’다. ‘무엇을, 무엇을 위해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이들은 내 주위의 친근한,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이들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블로그 구독 리스트, 트위터, 페이스북만 보고 있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대강 알 수 있다. 나와 코드가 맞는 친근한 이들이 나름의 필터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코멘터리까지 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일상의 맥락이 된다. 척하면 척이랄까? 애써 집요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우리는 대강 살아갈 수 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될 일은 자연적으로 차단된다. 나를 둘러싼 맥락에 맞는 정보만으로 이뤄진 정보 세력권 소셜 네트워크는 그렇게 완성된다.
친구나 연인이 ‘보고 싶었어’라고 속삭였다고 하자. 이에 ‘무엇을? 어떻게?’라고 답한다면 아마 당황스럽다 못해 황망한 마음이 들 것이다. 평상시라면 있기 힘든 대화지만 이 문답 자체는 논리적이다. 일반적으로 굳이 확인할 필요 없는 당연한 전제 조건이라는 건 이렇게 깨지는 순간 그 존재가 드러난다. 우리 일상은 의외로, 그리고 실로 오래전부터 암묵적인 전제 조건, 즉 맥락에 의해 구성되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해럴드 가핑클의 ‘위반실험’은 평상시라면 불쾌할 대화를 통해 우리가 당연시해온 맥락에 혼란을 가져온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끼리는 굳이 하나하나 짚지 않아도 당연하게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상식적인 룰이랄까 세계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맥락에서 벗어난 행동과 대화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불편하다. 우리가 ‘보고 싶다’라는 말에 ‘나도’ 혹은 ‘사랑해’라는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대답을 하게 되는, 아니 할 수 있는 이유는 일상이란 맥락을 전제이자 규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합의된 룰과 전제에 입각한 세계에서 이를 위반하는 사건은 불편하다. 우리의 일상이란, 또 인간의 사회질서란 이런 맥락을 토대로 삼는다. 완벽하게 언어 문법을 구사할 줄 알아도, 아니 오히려 철저하게 구사할수록 맥락을 놓친다면 위반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어딘가 불편해진다. 같은 말이라도 문맥과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가 ‘소셜’로 시작하는 모든 현상에 탐닉하는 이유는 이런 불편함을 이제 견디기 싫어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적어도 가상 세계만큼은 내 맥락에 맞는 정보 위에 구축하고 싶은 것이다. 바쁘고 피곤할수록 우리는 누구나 ‘에라, 모르겠다’며 이불 덮고 누워버리고 싶은 유약함을 지닌 채 살아간다. 편안함의 품으로 회귀하고, 심지어 퇴행하는 것이다.
가핑클의 위반실험이 간파했듯이, 우리는 서로 묵시적으로 합의한 규칙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이 룰에 위반될 때 누구나 불안해하는 것이다.

가핑클의 ‘위반실험’
우리는 불편하고 도전적인, 그러니까 맥락에는 없지만 중요한 논제에 대해 침묵하기 쉽다.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끼리끼리 서로 게이트키퍼 역할을 자처하며 정보를 필터링한다. 우리끼리 합의한 암묵적 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정보는 유입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론이 우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왜곡할 수 있는 것이다.

트위터 글들.

지난 3월10일 구글은 사용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이트는 자신의 검색 결과에서 아예 제명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개인별로 사용자 체험을 달리해주는 것을 ‘개인화’라고 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 검색 결과의 셀프 조작이 더 편리해졌다. 지금도 수많은 포털과 검색엔진과 쇼핑 사이트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 입맛에 맞는 맞춤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가치판단을 기준으로 무엇을 취사선택할 것인지가 상당히 힘들고도 피곤한 일이다. 특히 지난 100년간 정보매체의 발전 속도에 인간은 아직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또한 매스미디어는 대규모 정보 전달의 타깃이 된 불특정 다수 일반을 하나로 통일·응집시킬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 채 일방적인 전달만 진행해왔다. 이것이 현대 문화의 보편성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때론 지나치게 편향된 정보에 주체성을 가지고 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피곤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내 맥락을 이해한다고 자처하는 시스템이 등장해, 수리적으로 판단하고, 내가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 정보를 우선순위로 추천해준다면 이보다 달콤할 수 없다. 그 결과,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니라 편안한 정보만이 나를 둘러싼다. 이쯤 되면 언론의 눈가림보다 무서운 건 이제 우리의 무사상성(無思想性)이 된다. 위반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당연함의 맥락이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상식적 일상이란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위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결과에 불과하다.
그렇게 훌륭한 사회가 완성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인류 역사상 어떤 사회에서도 불편한 진실에 맞서는 사회 구성원의 선의 없이 이 과업이 이룩된 적은 없다. 공공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도덕성과 시민의 책무는 무엇이 내게 지금 필요한 정보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힘, 즉 소외된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키워진다.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일수록 공공선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자신만의 네트워크에 고립돼 있는 듯하다. 오히려 악덕 언론이 눈과 귀를 막고 있던 시절은 다행일지 모른다.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지나치게 편안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때야말로 ‘바깥’을 볼 때다. 어쩌면 바깥에서 보기엔 정말 이상한 이야기를 우리끼리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개인을 비롯한 하나의 의미 체계나 준거집단이 또 다른 체계나 집단과 만나 소통하면서 그 정보를 통해 연관성을 찾고, 이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는 상위 체계가 완성된다. 이것이 인간이 문화를 포함한 사회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안주하려는 자신의 성향에 어떻게 정면 대응할 수 있을지, 만약 현대 저널리즘의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이를 감행하는 일일 것이다.
goodhyu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