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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왜 위험할까요?
[주니어 경제]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이춘재 economyinsight@hani.co.kr

이춘재 국제편집장

요즘 부모님께서 “장 보기 겁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실 겁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5% 올랐습니다. 정부 목표치인 3%를 훌쩍 뛰어넘었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 통계 자료를 분석해 지난 3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무려 12%나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3년 전 1만원짜리 물건을, 지금은 1만1천원을 줘도 살 수 없다는 얘깁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합니다.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인 가정을 생각해봅시다. 100만원 가운데 20만원은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아파트 대출 이자와 여러분의 학비, 학원비, 전기요금, 휴대전화요금 등을 냅니다. 여기저기 쓰고 남은 10만원은 여러분의 고교 및 대학 진학과 부모님의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을 합니다.
 
인플레이션과 빈부 격차  
이번달 식료품비가 지난달에 비해 5% 올랐다고 하면, 먹을거리에 써야 할 돈은 21만원(20만원+20만원×0.05)으로 늘어납니다. 따라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9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만약 학원비와 전기, 휴대전화요금 등 다른 비용도 일제히 올랐다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더욱 줄어듭니다(물론 여러분 아버지의 월급도 오르겠지만, 물가가 인상된 폭만큼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을 팔아서 남은 돈 가운데 일부를 다시 기술 개발이나 생산설비 등에 투자해야 하는데,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민간의 저축과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월소득이 100만원보다 적은 집은 저축은커녕 카드빚을 내야 할지 모릅니다. 반면 월소득이 200만원, 300만원을 넘는 집은 여전히 저축할 여유가 있습니다. 저축해서 모은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주식·채권에 투자해 더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하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날까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포로수용소 안에서는 담배가 화폐처럼 사용됐습니다. 빵 한 조각에 담배 한 개비, 초콜릿 한 상자는 담배 한 갑 이런 식이었죠. 어느 날 국제적십자의 구호품을 실은 차량이 도착하자 연합군 포로들은 갑자기 많은 담배를 갖게 됐습니다. 초콜릿 등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담배를 나눠줬죠. 그러자 종전에 담배 한 갑으로 살 수 있던 초콜릿 한 상자는 담배 세 갑은 줘야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콜릿뿐 아니라 빵과 티셔츠 등 다른 물건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포로들이 구호품으로 지급받은 담배를 다 피워버리고 다시 배급에 의존하게 되자, 초콜릿 등의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양적 완화=통화량 
이처럼 화폐(독일 포로수용소의 담배) 공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둬 이런저런 대형 공사를 잔뜩 벌이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됩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채(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해 연방은행에 팔았습니다. 이로 인해 연방은행이 보유한 돈이 시중에 풀려나와 통화량이 증가하게 됐죠. 이를 ‘양적 완화’라고 부릅니다.
정부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한국은행)을 동원해 시중에 풀린 돈을 수거합니다. 먼저 중앙은행이 일반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 즉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이 돈 빌리기를 꺼리겠죠. 따라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돈이 줄어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도 그만큼 감소합니다.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중앙은행에 예치하거나(지급준비율), 자체 금고에 보관한 돈의 양을 늘리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이 대출해줄 수 있는 돈의 양이 줄게 돼 자연스레 전체 통화량이 감소하게 되겠죠.   
   
 
심리적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만약 양쪽이 모두 내년 물가인상률이 3%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임금을 3% 안에서 올리는 것에 동의하겠죠. 회사는 임금이 인상된 만큼 비용을 메우기 위해 물건 가격을 그만큼 올릴 겁니다. 다른 회사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 전체 소비자물가도 그만큼 올라가게 됩니다. 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을 싹쓸이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상인도 있습니다. 각 경제주체가 물가가 오를 걸 예상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라고 부릅니다.

물가 인상 기대하면 실제로 오른다?   
최근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로 유가가 크게 오르는 것도 이런 심리가 작용한 탓이 큽니다.1) 이집트는 석유 수입국이고 리비아는 석유 수출국이지만, 그 비중은 세계 석유 수요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과거 세 차례 있었던 중동발 오일쇼크를 기억하는 석유 수요자들이 최근의 사태로 옛 악몽을 떠올리며 원유 물량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은 단지 인종적·종교적 갈등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1980년대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80년대 말에는 물가인상률이 1200%에 육박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 통합에 기여한 중산층이 붕괴되자, 그동안 잠재해 있던 인종적·종교적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1940년대 매달 50%씩 물가가 오른 독일에서는 나치 정권이 등장했고, 러시아와 중국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도 살인적인 물가 인상 탓입니다. 최근 중동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는 치솟는 곡물 가격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주된 원인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정도로 충분한 상태일 때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기업에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하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 사회 전체적으로 부가 늘게 되지요.
어떤 수준이 적정한 인플레이션인지는 경제발전 정도나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더 높은데, 성장 위주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디플레가 더 위험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보다 덜 위험하다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의 견해입니다. 디플레이션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일으켜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뜨립니다.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 등으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을 치유하려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경제에 매우 해롭습니다. 올해 물가인상률이 4.5%였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높을지 낮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면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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