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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한 마리 맘대로 먹을 수 없나?”
[In-depth]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우문숙 economyinsight@hani.co.kr

우문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외협력국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노동자 월평균 명목임금은 278만1천원이고, 임시·일용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92만원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으로 보면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39만5천원이고 임시·일용 노동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79만2천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규직(846만 명)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266만원(2009년 8월 255만원에서 11만원(4.3%) 인상)이고, 비정규직(859만 명)은 125만원(2009년 120만원에서 5만원(3.7%) 인상)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7년 8월 50.1%, 2008년 8월 49.9%, 2009년 8월 47.2%, 2010년 8월 46.9%로 확대됐다.
지난해 8월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4110원)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196만 명이고, 이 가운데 정규직이 11만 명(5.7%), 비정규직이 185만 명(94.3%)이다.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최저임금 미달자가 11만 명(5.4%)에 이른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지난해 6월 노동자들이 서울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청소용역 노동자 “용돈 아닌 임금을”
올해 벽두부터 해고 위기에 처한 홍익대 청소노동자 서복덕(57)씨의 월급은 75만원, 하루 식비는 300원이었다. 서씨 남편의 월급은 100만원 정도다.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을 둔 이 부부의 월급은 합쳐도 200만원이 채 안 된다. 홍익대 경비노동자인 김동춘(60)씨의 월급도 100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20만원 덜 받는다. 경비원 등 감시단속노동자는 최저임금 감액 대상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조차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파업 중인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시외버스 노동자와 시내버스 노동자가 하루 14~16시간씩 장시간 노동하면서 받는 월급은 150만~160만원이다. 그나마 신규 노동자는 최저임금 이하다. ‘용돈’이 아닌 ‘임금’을 받고 싶다며 무기한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이정자(62)씨의 임금은 하루 10시간씩 꼬박 일해 한 달에 86만원 남짓이다. 이들의 요구는 시급을 5180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이다. 다른 대학 청소용역 노동자의 임금도 연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대부분 90여만원 선이다.
지난해 11월 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진행한 최저임금제도 관련 택시업종의 임금,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논산·익산·김제·청주 지역의 택시노동자를 만났다. 이들의 월급은 20만∼50만원이며, 사납금을 지급하고 난 초과운송수익금을 월급 대신 가져가는데 회사에서 주는 월급과 초과운송수익금을 합치면 100만∼120만원이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보통 10시간으로, 사납금을 내지 못해 수개월 밀린 노동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시(웅상 지역) 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15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51.9% 됐다. 100만원 이하인 노동자도 17.3%에 달했다.
그동안 비정규노동자의 임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2004년 비정규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15만원이었다. 지난해 8월 비정규직 평균임금이 125만원이므로, 7년 동안 겨우 10만원 오른 것이다.
반면 기업 금고에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 쌓이고 또 쌓였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한국거래소 등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500대 상장사 매출액은 2008년 전후의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급성장했다. 2009년 500대 상장사 매출액은 이전 3년(2006~2008년)의 평균보다 17.8% 증가한 880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당기순이익은 이전 3년의 평균 실적보다 13.2% 증가한 47조7천억여원에 달했다. 이 순이익은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사내유보금으로 기업 내에 쌓이고 있다. 한국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은 2004년 600%(자본금의 6배)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700%(7배), 2009년에는 1000%(10배)를 넘어섰다. 노동자의 임금이 왜 최저임금 수준에 그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환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강요하면서 노동자가 창출한 이익을 자본이 독점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한마디로 밑바닥 수준인 ‘기아임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특정 사례의 노동자들일까? 아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850만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의 일반적인 사례다. 대형 유통매장의 서비스노동자, 학교급식조리원, 요양보호사, 간병인, 택배노동자, 수많은 청년 아르바이트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이 기아임금 선상에 있다.
생계비와 견줘보면 기아임금 수준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표1> 참조). 민주노총이 산출한 2011년 1인 가구 표준생계비는 182만원이다. 2인 가구는 375만원, 3인가구는 397만원이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4인 가구는 505만원이다. 민주노총의 표준생계비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비정규노동자는 최소생계비만 지출해도 매달 빚을 지는 ‘적자 인생’이다. 민주노총이 실제로 지난해 저임금 노동자(14명)들이 3개월 동안 기록한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 매달 34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혹자는 민주노총의 표준생계비가 과다 계산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지 모르겠다. 민주노총의 표준생계비는 말 그대로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데 드는 비용’이다. 민주노총이 진행한 물가 조사와 통계청 도시가계 조사를 토대로 10대 비목(식료품비·주거비·광열수도비·가구가사집기비·피복비·교육비·교통통신비·보건위생비·교양오락잡비·조세공과금), 500여 개 품목에 대한 각각의 지출 형태를 결정해 산출했다. 비소비 지출인 저축이나 개인연금 등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교양오락비는 실태보다 하향 조정해 생계비를 최소화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표준생계비는 결코 많지 않으며, 2011년 대한민국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교육받을 권리, 치료받을 권리,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영유할 권리를 액수로 표시한 것이다.

10대 기업 내부유보율 1000% 넘어
2011년 표준생계비의 비목별 구성비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식료품비와 주거비가 2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으로 △교통통신비(11.1%) △교양오락비(9.8%) △교육비(7.5%) 순(조세공과금 제외)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식료품비는 가구별로 상승(12.9∼14.5%)했고, 피복비는 전 가구에서 대폭 증가(24.8∼31.4%)했다. 교육비는 일부 학원비와 공교육비의 상승으로 4인 가구 모두 증가(1.3∼3.6%)했다. 보건위생비는 모든 가구에서 증가(4.1~23.7%)했다. 교양오락잡비(도서 구입, 신문 구독, 각종 경조사비, 명절 친인척 방문비, 휴가비, 개인 용돈 등)도 항목별 가격 변동 등에 따라 가구별로 증가(9.8∼19.5%)했다.

노동소득분배율 해마다 악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노동자 소득은 왜 이렇게 적은 것일까? 경제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4.4%에서 2000년대 25.2%로 6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12.7%에서 6.1%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을 통해 기업에서 창출한 소득이 가계 부문으로 원활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사실은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이 해마다 감소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표2> 참조). 노동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소득의 비중은 2006년(61.3%)을 기점으로 2007년 61.1%, 2008년 61.0%, 2009년 60.6%로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미국에 비해 10%, 일본에 비해 20% 낮다. 노동소득 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저소득층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다.
   
 
상품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인건비인 ‘단위노동비용’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은 2009년 4분기에 OECD 회원국 중 단위노동비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OECD 국가의 평균 단위노동비용은 0.3% 증가했다. 영국(4.6%), 독일(4.5%), 이탈리아(3.7%), 프랑스(2.3%) 등 유럽 국가가 많이 증가했는데 핀란드와 그리스는 7%나 증가했다. 이 나라들에서 임금 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2009년 4분기 OECD 회원국의 평균 단위노동비용이 0.9% 감소한 반면 한국은 2.5배가량 더 하락했다. 단위노동비용 감소는 노동생산성증가율보다 임금 정체·감소가 훨씬 더 컸음을 뜻한다.
민주노총은 2011년 노동소득분배율이 갈수록 악화되고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노동빈곤층과 불안정 노동계층을 최우선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고용·임금 보장을 위한 임금요구안를 제출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시급 5410원, 한 달 113만690원을 요구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에 접근하기 위해 비정규직 임금을 155만1천원(125만원에서 30만1천원 인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이 현실화되면 저임금 경쟁을 중지시킬 수 있고,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증가시켜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이다.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고, 국가도 조세·사회보험료 수입의 증가와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추가적 사회급부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 저임금 근로 비중은 26.2%로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저임금–실직–빈곤’의 악순환 함정에 빠져 있다.
최저임금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청소 비정규노동자는 최저임금증언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식구는 빚지지 않기 위해 날마다 밥과 김치만 먹는다. 배춧값이 오를 때는 시장에 가서 배추 겉잎을 주워다 김치를 담근다. 오랜만에 아들에게 꽁치 한 마리 구워주고 싶어도 일주일을 고민하고 고민한다. 죽어라고 일하는데 우리는 왜 꽁치 한 마리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산후관리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한 여성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자. “매주 40시간씩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벅차다. 간혹 전기가 끊기고 가스도 끊어지는 상황이라 아이들 학원은 엄두도 못 낸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옷 한 벌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시장에서 싼 티셔츠 하나를 골라도 들었다 놨다를 수십 번 한다. 없이 사는 설움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 민주노총의 2011년 임금요구안은 해외여행을 가고, 30평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자동차를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저축을 많이 하기 위해, 몇십만원짜리 과외를 시키기 위해 요구하는 액수가 아니다.
msuk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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