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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의 유토피아를 찾아서
[Network Research]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이상헌 economyinsight@hani.co.kr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위원 해지기 전 퇴근해서 저녁에 지는 노을을 느지막이 즐기며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여유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이다.이런 꿈을 서로 격려하고 강제하기 위해 맨처음으로 만든 것이 ‘하루 8시간’, 주 48시간 국제노동협약이다.협약 채택 연도가 1919년이니 벌써 9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이 모여 이 국제협약을 만들면서 한 토론을 보면, 각국 대표들이 노동시간의 미래에 매우 낙관적이었다.제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대로 곧 전 인류가 8시간 노동을 하리라고 보았다.당시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이미 8시간 노동을 공언했다.노동시간의 미래만 두고 본다면 ‘희망의 세기’였다.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오늘보다 나은 미래’ 또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는데, 이 미래 찬가의 첫머리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장식된다.지금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편해진다는 얘기일 텐데, 강조점이 어디에 있는지 애매할 때가 많다.‘허리띠 졸라매기’를 위해 ‘여유로운 노동생활’이 곁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노동시간에 대한 낙관으로 치면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뺄 수 없다.그는 1930년 전세계가 경기불황으로 비통해 있을 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소책자를 쓴 적이 있다.이 책에는 어느 여성 노동자가 지은 묘비명이 소개돼 있다.“친구들아,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라. 결코 울지도 마라. 나는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네.” 죽어서 이제 노동의 ‘사슬’에서 벗어나니 내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는 뜻이다.이 묘비명을 환기시키면서 케인스는 그의 손자 세대쯤 되면 일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 주당 15시간 정도만 일해도 될 것으로 보았다.그가 이 소책자를 1930년대에 썼으니, 그가 말한 손자 세대는 현재 세대쯤 된다. 자본주의 미래 찬가와 ‘노동시간 단축’ 물론 이 예측은 한참 빗나갔다.그의 조국 영국의 노동시간은 현재 유럽 내에서도 최상위 수준으로, 주 48시간 이상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이 15% 정도로 아주 높다.게다가 현재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대다수 일거리가 없어 생존책으로 단시간 노동을 하는 ‘주변부 파트타임 노동자’(Marginal Part-time Workers)다.주 15시간 노동은 자긍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 대상인 셈이다.역사는 케인스에게 가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대량실업사태 속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케인스가 예측에서 대실패했더라도, 그는 왜 노동시간 단축이 자식대에는 가능하지 않고 손자대에서나 가능하다고 했을까. 그는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물질적 탐욕을 지적했다.경제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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