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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저축률, ‘저축 구성’ 바꿔야
[Perspective]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유경원 economyinsight@hani.co.kr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2.8%로 저축률 자료가 제시된 20개 회원국 평균 저축률(6.1%)에 크게 못 미쳤다.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의 하락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또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금융자산 축적이 부진한 반면 가계 금융부채 축적 속도는 자산 축적 속도에 비해 빠른 편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의 ‘낮은 저축’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본다.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1988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가계저축은 현저히 감소한 반면, 기업저축은 꾸준히 증가해 2000년 이후 부문 간 저축률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009년 말 현재 총저축률은 30%다. 개인 부문 저축률은 2000년 들어 급속도로 하락해 2009년 말 현재 4.9%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 저축률은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 경영으로 기업이 투자를 자제하면서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또한 정부 부문의 저축률은 사회보장 관련 수입 확대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 부문 저축률 변화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의 저축 여력이 취약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과거 기업 투자나 수출 위주의 경제에서 소비 위주의 선진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가계저축과 기업저축의 역전 현상
개인 순저축률은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정점에 이른 뒤, 2002년 신용카드 사태로 갑자기 최저점에 도달했다. 그 뒤 다소 올랐지만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놓여 있다. 저축률 하락 추세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저축의 특징 중 하나인 중·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저축률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중·저소득 계층의 저축률 하락이 컸던 것에 기인한 듯하다. 가계 저축률 하락 추세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 개인 저축률의 급락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도 현격한 수준이며, 하락 속도 역시 우려할 만하다(<그림> 참조).
가계 저축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나라 소비자금융 관련 정책 변화가 가계 저축 행태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첫째, 그동안 지속된 저축장려 정책은 외환위기 이후 내수를 통한 경기 진작 필요성에 따라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 강화 정책으로 전환됐다. 둘째, 주요 경제·사회 변수와 저축률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낮은 소득 증가율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 확대 △소비자금융 발달로 인한 가계 부채 증대 △저금리 기조 △소비 패턴 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시계열 자료를 이용해 주요 변수 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저축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와 가계 부채 증대가 작용했다. 셋째, 가계조사 자료를 이용해 소득계층·연령계층별로 가계 저축 행태를 분석한 결과 저·중소득 계층의 저축률과 교육비 부담이 많은 40대의 저축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넷째, 가계의 미시자료를 이용해 가계자산 구성상 저축 관련 효과를 분석한 결과 거시자료를 분석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가계 부채와 교육비가 가계 저축 저하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외환위기 이후 가계의 저축 동기 변화는 저저축 현상의 구조적 원인과 관련됐다. 즉 외환위기 이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저축 동기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저축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예비적 저축 동기’는 이 밖의 다른 저축 동기(결혼 등 미리 계획된 일에 대비한 저축)에 비해 매우 미약하며, 이것이 저저축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저축 행동을 조사해보면 예비적 저축 동기 자체는 크지만 이런 동기에 의한 실제 저축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교육비와 주택 구입 등을 위한, 즉 투자 성격이 강한 저축이 높은 편이다.
   
 
사교육ㆍ주택자산 투자 낮춰야
낮은 저축 현상은 사회·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교육비 증가로 인한 저축 감소는 현재 소비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현세대의 노후 대비 자산이 부족해진다. 교육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가 현세대를 위한 금융자산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게 되고, 현재의 소비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소비의 질적 저하가 발생한다. 둘째, 저축의 대부분을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형태로 보유함에 따라 우리나라 가계는 금리 변화나 실업 등 경제적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된다. 가계가 저축을 통해 적정 수준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 충격이 왔을 때 금융자산의 일부를 처분해 소비 활동을 계속해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한다. 하지만 금융자산 규모가 작고 대신에 금융부채가 크면 경기가 부진할 때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아울러 주택시장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쉽게 전이되고, 금융시장의 자금경색과 주택시장 여건 변화가 가계의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 낮은 저축률은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민간 소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는데, 이는 가계 부채 부담의 상승과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가계의 예비적 저축 동기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가계의 낮은 저축률 현상의 핵심은 낮은 저축률보다 ‘저축 구성’ 변화에 있다. 저축을 광의로 해석해 인적자본 투자와 실물자산 투자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대다수 가계는 실제 자신을 위한 저축 및 소비지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계의 저축률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세대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소비 구조조정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가계의 금융저축을 제약하는 ‘지나치게 높은 인적자본 및 실물자산에 대한 저축’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자산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택자산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급속한 고령화와 경제·사회의 변화로 인해, 그다지 안전하지도 수익률이 높지도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낮은 저축률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엇이 있을까? 구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교육 문제 해결이 중요한 관건이다.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고 서민의 주택 구입 부담이 낮아질 때 저·중소득 계층의 저축률과 높은 가계 부채 부담은 정상화될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세대 간 교육비의 적정 부담이 이뤄질 때 가계의 노후 대비 금융자산 축적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kwyoo@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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