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걸림돌 많아 현지 기업과 제휴
[집중기획]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 열풍 ② 과제
[158호] 2023년 06월 01일 (목) 디사오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디사오후이 翟少輝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리츠칼턴호텔 로비에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참석자들이 원통형 디지털 화면으로 회의 개막식을 보고 있다. REUTERS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자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이 ‘비전 2030’을 달성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2016년 사우디 정부는 중소기업청 몬샤아트(Monsha’at)를 설립했다. 2030년까지 중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에서 35%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23년 3월 중순 사우디 중소기업청은 리야드에서 비반(Biban) 중소기업포럼을 열었다. 아랍어 비반은 ‘문’을 뜻한다. 사우디는 중소기업이 자금과 기술, 사업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는 교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포럼 주최 쪽에 따르면 닷새간의 행사에 관객·귀빈 14만5천 명이 참석했고, 약 14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이 체결됐다. 8개 은행과 금융기관이 29억3천만달러의 자금을 제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사우디산업개발기금(SIDF)은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카팔라(Kafalah) 프로그램을 만들어 15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중소기업은행도 3년 안에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28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새로운 창업 영토
사우드 알사반 중소기업청 부국장은 “사우디에서 창업한 기업은 초기 단계에서 에인절투자(벤처기업 투자) 외에 정부투자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은 리스크 용인 수준이 높아 창업기업 지원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사우디에서 기업 매출이 발생하면 창업투자기관과 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자금조달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 번만 신청하면 모든 관련 기관에 자동으로 신청서가 접수된다. 사우디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이자를 내면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중소기업에 매력적인 정책이다. 중동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홍콩 창업자는 “조사 결과 아랍에미리트는 세제 전반을 개혁할 예정이어서 법인세 면제 혜택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세제 혜택이 더 크다. 이는 중소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조건이다.”
다른 중동·북아프리카 나라에 견준 사우디의 강점에 대해 알사반 부국장은 “사우디의 사회기반시설과 창업 생태계가 요르단, 이집트보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에 견줘 기본적으로 비슷하거나 약간 부족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는 우리처럼 큰 국내시장이 없다. 사우디는 시장 규모가 크고 구매력이 높고 사회기반시설 등이 우수하다.”
사우디의 창업투자는 지난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창업투자정보업체 매그니트(Magnitt)에 따르면 2022년 사우디 창업기업에 투자한 금액이 전년보다 72% 늘어난 약 9억8700만달러였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창업투자기관 테크스타즈의 비자이 티라트라이 상무는 중동 시장에 주목한 투자자다. 40개 넘는 과학기술기업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을 관리한다. 두바이, 아부다비, 리야드에서 초기 기술기업을 선발해 육성한다. 그는 2022년 사우디의 창업투자 규모가 아랍에미리트를 추월한 것으로 본다. 아랍에미리트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중동 지역 창업투자를 이끌었다.
그러나 티라트라이 상무는 “사우디의 창업 생태계는 이제 싹트는 단계”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우디의 취업시장은 전통산업이나 정부 부문에 한정됐다. 대략 3년 전부터 사우디 정부가 앞장서 창업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벤처투자를 도입했다. 최근 약 25개 창업투자사가 현지에서 운영 허가를 받았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창업투자가 성사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티라트라이 상무는 “사우디가 지난 3년 동안 창업 환경을 개선해 다른 지역에서 10년 걸린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창업투자가 상당히 성숙한 방식으로 굳어져 많은 경험을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민간자본이 창업투자를 주도한 것과 달리, 사우디 정부가 직접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시장이 커서 창업투자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릴사이트(Reelsights)는 창업 1년이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영상을 제작해 기업의 동영상 마케팅을 지원한다. 빌리 티 최고경영자는 사우디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사우디 정부는 경제 다원화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해 창업기업을 육성한다. 초기 단계인 기업은 대체로 마케팅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 그는 이런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홍콩 사이버포트에서 출발한 릴사이트는 홍콩 행정특구 정부와 에인절투자자 한 명에게서 투자받았다. 그는 시장 개척을 위해 사우디 현지에 사무실을 둘 생각이다. “사우디 정부가 창업기업에 자금과 인맥 등을 지원하므로 창업 환경이 홍콩과 비슷하다.” 중국에서 온 창업자는 “최근 사우디에 창업투자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시아와 북미에 비하면 진행 속도가 느리다”며 “투자받을 때까지의 기간을 넉넉히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사반 부국장은 “자금이 넉넉한 사우디의 창업 생태계 발전에 가장 큰 도전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다. 지식과 기술이 뛰어난 인력이 귀한데다 이런 인력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사우디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직장을 선택할 때 업무 환경이나 유형이 아니라 단순한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기업에서 일하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다. 직장을 선택할 때 직장의 발전 가능성을 더 고려하고 대출, 자동차 구매, 신용카드 발급 같은 ‘사소한’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할 것이다.”
 

   
▲ 2019년 8월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메카 성지순례(하지)에 참가한 순례자들이 마스지드 알하람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는 2005년 메카 통신장비 공급업체가 돼 하지 기간의 통신 문제 해결을 지원했다. REUTERS


중동에서 사업하는 법
어느 업종에서든 최근 가장 호황을 누리는 시장이 사우디다. 알사반 부국장은 “코로나19가 분수령이 돼 소비 수요가 바뀌었다”며 “다양한 기술기업의 탄생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마지막 1㎞’를 해결하는 물류배송 분야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황숴쯔 eWTP아라비아캐피털 파트너도 “처음 왔을 때는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매우 낮았다”며 “코로나19가 전자상거래의 성장을 촉진했다”고 말했다. eWTP아라비아캐피털은 J&T익스프레스 등 전자상거래 공급망에 투자했다. “우리는 2017년 J&T익스프레스 창업자 리제를 만났다. 그때는 적당한 협력 계기가 없었고 서로 신뢰를 쌓았을 뿐이다. 훗날 그 회사가 중동 진출을 결정해 양쪽이 의기투합했다.” 2022년 eWTP아라비아캐피털은 J&T익스프레스의 사우디 진출을 도왔다. 현재 J&T익스프레스의 중동 지역 직원은 300명으로 늘었다. SF익스프레스도 사우디를 겨냥했다. 2022년 초 SF익스프레스는 아즐란앤드브러더스그룹과 합자회사 AJEX를 설립했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바레인 국내와 3국 간 택배는 물론 중국·영국·미국·튀르키예에 국제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사업을 벌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중국 기업은 시장과 문화의 차이를 마주해야 한다. “2019년 말 SF익스프레스 중국인 직원이 사우디 합자회사 직원과 운영 절차를 논의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공식 운영은 2021년에야 할 수 있었다.” 장톈팡 AJEX 택배사업 책임자는 “현지의 독특한 주소체계와 착불 방식의 대금지급 비율이 높은 특징에 적응해야 했다”고 말했다.
주소체계가 갖춰진 리야드의 도심 간선도로와 달리, 주택가 골목길은 여전히 복잡하다. 사우디 정부가 최근 주소 정비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은 바뀐 주소체계에 익숙지 않다. “많은 고객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무슨 거리 사원의 오른쪽 세 번째 집’ 같은 식으로 주소를 기재하는데 제멋대로다. 이런 주소체계는 큰 도전이었다. 중국에서는 배송직원 수십만 명에게 물류 전용 이동단말기를 지급해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제공하고 자체 지도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AJEX는 구글 지도에 의존하고 챗봇으로 택배 수신인과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알리페이 같은 거래 플랫폼이 부족하다. 물건을 받으면 현금으로 내는 착불 방식이 보편적이다. 장톈팡은 “현지의 유명 업체나 오래전 사우디에 진출한 폴딜(Fordeal), 히보비(Hibobi)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선 착불 비율이 50%이며, 소셜미디어나 독립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할 때는 100% 가까이 착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런 특징은 사우디의 전통적 생활방식에 기인한다. “여성은 현금을 많이 사용한다. 아버지나 남편에게 돈을 받아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주로 여성이 물건을 주문한다.
사우디 비전 2030의 세부 목표 가운데 ‘활기찬 사회 건설’은 여성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포함한 사회 개혁을 의미한다. 나탈리 아미엘 페로 AJEX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일하는 여성의 비중이 늘고 여성에게 소득과 신용카드가 생겼기 때문에 물류배송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장톈팡은 “현지의 높은 현금 사용 비율과 착불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운영 절차와 시스템을 조정하느라 AJEX와 SF익스프레스 IT 기술팀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J&T익스프레스의 중동 지역 서비스 홍보 화면. 이 회사는 2022년 1월 중동에선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배달서비스를 했다. J&T익스프레스 누리집


합자회사로 우회
사우디에서 물류사업을 하려면 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지 직원 고용비율 등의 조건도 있다. 물류산업은 자산투자를 해야 하므로 자금이 많이 든다. 그래서 SF익스프레스는 현지 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중국 과학기술기업이 진출할 때 하는 보편적 방법이다. 센스타임도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와 합자회사를 세웠다.
한 합자회사 책임자는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리스크는 회사의 지배구조와 정책결정 체계다. 주주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증자, 투자금 회수는 물론 기업의 성장과 운영에서 적잖은 도전에 직면한다. 이 책임자는 “화웨이는 막강한 기술력과 국제업무 담당팀이 있어 국외시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지만 대다수 중국 기업엔 그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30년 전부터 국외시장을 개척했다. 내부에서 경험과 성과를 공유했다. 사우디가 개방한 뒤 진출한 대다수 중국 기업은 이런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개방된 시장에서 세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가장 오랫동안 중동 시장에 공들인 중국 과학기술기업이 화웨이다. 2005년 화웨이는 사우디 성지 메카의 통신장비 공급업체가 됐다. 메카 성지순례는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로 해마다 수백만 명이 운집한다. 이 기간에는 현지 통신사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어 화웨이가 문제 해결을 지원했다. “합자회사 운영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는 문화와 언어 등 다양한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법무, 재무, 사업화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알라즐란 부회장은 “사우디는 외국인 투자자의 100% 지분 보유도 허용한다”면서도 “사우디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의 전문 지식과 공급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카타르에 진출할 때 아즐란앤드브러더스그룹도 합자회사 방식을 선택한다. 이 그룹은 합자회사가 진출할 시장의 사업환경과 세무, 인력 상황을 파악해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F익스프레스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하도록 지원했고 다른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에 진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음원 검색 플랫폼 샤잠(Shazam)의 크리스 바톤 창업자는 “낯선 시장 진출에 실패한 기업은 대부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유일한 방법은 실력 있는 현지 협력사를 찾거나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결정할 수 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14호
沙特淘金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사오후이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