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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한테 사면 수요 못 맞춰… 도축장 아니면 조달 불가능
[GREEN] 알파카는 자연사했을까- ② 대규모 모피 생산의 비밀
[157호] 2023년 05월 01일 (월) 카린 체발로스 베탄쿠어 economyinsight@hani.co.kr

 
카린 체발로스 베탄쿠어 Karin Ceballos Betancur
<차이트> 기자
 

   
▲ 페루 치바이의 알파카 농장 사육자(왼쪽)가 2002년 7월16일 갑작스러운 눈폭풍 이후 기온 급강하로 얼어죽은 알파카들을 쳐다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서리, 눈과 우박이 잦아지면서 알파카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REUTERS

야니크 바이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앙헬이란 이름의 페루인 알파카 농부를 방문한 체험기를 올려놓았다. 이 농부는 인적이 끊어진 곳, “장엄한 산맥의 초지 어딘가에 해발 4700m, 어쩌면 4800m 고지”에서 산다고 했다. 바이히는 농부의 말을 인용해 자기와 자신의 사업 파트너가 “모든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이 농장을 찾아온 최초의 독일인”이었다고 적었다. 앙헬은 또 자신이 키우는 동물은 자식이나 마찬가지라고, 경제적 이유로 이 동물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페루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어, 페루 농부 한 명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그 역시 외딴곳에 살지만 와츠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페루의 한 직장 동료 덕분에 엘비스 유크라(33)라는 이름의 이 농부와 연결됐다. 유크라는 페루 쿠스코 부근에서 20년째 알파카를 사육하며 살고 있다. 그는 나에게 동료 10명과 함께 일하고 알파카 3500마리를 키운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유크라는 자신이 단지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 알파카 털 500g의 구매 가격은 평균 16솔(Sole)이라고 했다. 4유로(약 5천원)보다 좀 적은 금액이다. 어린 알파카의 털을 깎으면 3~3.5㎏, 다 자란 알파카에선 6.5~8㎏의 털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또 지난 몇 년 동안 모피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하락했다는 문자도 보냈다. 현재는 500g에 20솔일 거란다. 그래도 5유로가 채 못 되는 액수다.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알파카 농부
도축장에선 알파카 한 마리당 과연 얼마를 지급하는지 알고 싶었다. “대략 400솔”이라고 했다. 유크라는 자신이 사육하기에 적당치 않은 동물, 특히 늙었거나 병든, 그리고 기형으로 태어난 알파카를 도축장에 팔아넘긴다고 했다. 쿠스코에 비해 농부들이 더 가난하게 살고 알파카 사육 규모도 현저히 작은 남쪽 지방에선 경제적 어려움으로 동물을 도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내가 문의하는 전자우편을 보냈던 페루의 비정부기구(NGO) 데스코수르(Descosur)가 중요한 사실을 알렸다. 알파카 농부들과 함께 일하는 그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알파카 수는 2012년의 공식 집계(359만2249마리) 이후 줄곧 하향세를 보인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가뭄과 서리, 눈과 우박이 잦아지면서 이 수마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광산 개발에 따른 강물과 대지의 오염 역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기아로 죽어가는 알파카도 많다. 어린 알파카의 16~18%가 주로 맹장 중독으로 죽는다. 나이가 좀 많은 알파카는 폐렴, 알파카 열병, 또는 옴에 걸려 서서히 죽어간다. 안데스산맥에서의 자연사라는 건 일반적으로 이런 모습을 한다.
내 집 책상에 앉아 있는데, 우편엽서 한 장이 손으로 떨어진다. 내 보온 물주머니 덮개에 첨부됐던 엽서인 게 분명하다. 앙헬의 얼굴이 거기에 인쇄됐다. 사진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인물을 소개합니다. 이름은 앙헬, 페루에 거주하는 우리 알파카 농부 중 한 명입니다. 이 제품을 구매한 당신에게 다른 농부들을 대신해 그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낸 상품 대금의 일정 부분이 공정하게 그의 몫으로 직접 지급됩니다.” 앙헬, 이 농부는 바이히의 제조업체에 절대로 모피를 팔지 않았고, 짐작건대 공정한 자기 몫을 챙긴 적이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정말로 화가 난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이 스타트업(WEICH Couture Alpaca)의 진열장에는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요판이 한 부 놓여 있다. 신문에는 “우리는 나이 들어 죽은 알파카의 모피만을 구입합니다”라는 바이히의 말이 인용돼 있다. 이것만 보면 어린 동물의 모피까지 포함된 사실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덧 2023년 1월 말이 됐다. 바이히와 나는 또 한 번 만날 일정을 잡았다. 그간의 내 조사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나는 회사 웹사이트에 실린 그의 몇 가지 발언을 언급하며 입장을 물었다. ‘자사 제품의 품질 보증’ 항목이 첫 번째 질문이었다. “‘모피를 얻기 전, 그리고 얻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절대로 피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해당 동물이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하고, 그 모피가 도축장에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해도 되나?” 그러자 바이히는 ‘보증’이란 용어는 다소 과장됐음을 인정했다.
해당 지역 농부와 자치단체를 지원한다는 계획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지원 규모’를 앞으로 확대해간다고 하지 않았나? 이에 대해 바이히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방역 마스크 4천 장을 기부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는 더 이상의 계획이 없다, 아직 회사의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부 지원도 생색용
그렇다면 ‘알파카 농부와의 개인적 교류’는 어떻게 됐나? 매년 시행한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앙헬 외에 몇 명의 농부를 더 만났나? “2022년에 한 명 더 만났다”는 대답과 함께 그는 “고원지대까지 찾아가서 진짜 알파카 농부를 그가 사는 자연 그대로의 거주지에서 만나고 그의 모국어로 대화하는 게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약간 퉁명스러워졌다. “중요한 것은 모피를 얻을 단 한 가지 목적으로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 점을 더욱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보온 물주머니 덮개를 밤이면 여전히 잠자리로 가져간다. 어차피 그렇게 됐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나는 물주머니한테 ‘도보 여행을 할 때는 너를 데리고 가지 않으마’라고 약속했다. 에르츠산맥에 사는 알파카 사육자의 말로는 알파카는 대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 Die Zeit 2023년 제13호
Ist es einfach umgefalle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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