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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미래, 배터리 공급망에 달렸다
[경제의 속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 안간힘
[157호] 2023년 05월 01일 (월)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2022년 10월25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자동차 공장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조건이 무척 까다로워졌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이 나왔다.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한국에서 만든 아이오닉5에 이어 미국에서 만드는 제네시스 GV70도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했다. 배터리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는 기본 조건은 북미 생산이다. 이에 더해 배터리 광물의 40%를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만들어야 하고, 부품은 50% 이상 북미 지역에서 만들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
GV70에 탑재된 배터리셀은 SK온 중국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GV70을 포함한 일부 모델은 현재로서는 세액공제 수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광물, 부품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조차 중국 CATL(寧德時代)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일부 모델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은 중국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배터리 공급망에 가장 중요한 소재는 리튬이다. 2021년 기준 생산량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5만5천t(톤)으로 1위, 칠레가 2만6천t으로 2위다. 칠레는 염호에서, 호주는 광산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자연 상태에서 리튬은 매우 낮은 비율로 함유됐다. 이를 제련 가공해서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리튬을 만든다.
그런데 리튬의 가공 설비는 대부분 중국에 있다. 전세계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65%는 중국에서 만든다. 간펑리튬, 텐치리튬 같은 중국 리튬 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1위 업체인 미국 앨버말(Albermarle)의 대규모 생산 설비도 중국에 있다. 고순도 리튬 가공 과정에서 투입하는 황산 폐기물 등은 지역 환경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리튬 가공이 환경·노동 기준이 다소 느슨한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배터리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NCM)는 니켈·코발트·망간 혼합물(전구체)과 수산화리튬을 혼합해 만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산화리튬 중국 수입 비중은 87.9%다. 전구체의 중국 수입 비중은 93.7%에 이른다. 핵심 원재료를 중국에 의존해서는 미국의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멀리 자원부국(호주·콩고민주공화국·칠레·인도네시아 등)에서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를 채굴하는 것부터 최종적으로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전 과정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국외 광산 개발에까지 손을 벌렸다.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했다. 약 2조5천억원이 2021년 1단계 리튬 생산 설비 투자에 들어갔고, 2022년 2단계 증설 투자에 들어갔다. 현지 법인 포스코아르헨티나는 2024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리튬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암석 리튬은 호주 필바라에서 채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필바라미네랄 지분을 인수해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호주에서 온 리튬은 광양에 있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으로 변환된다. 2023년 하반기부터 가동한다.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은 계열사인 에스엔엔씨(SNNC)에서 담당한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를 생산하기 위해 이전부터 니켈에 투자했다. 2006년 포스코는 뉴칼레도니아 최대 니켈 광석 수출 회사인 SMSP와 함께 펠로니켈(니켈 20%, 철 80%)을 생산하는 SNNC를 설립했다. SNNC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순도 니켈을 만들기 위한 설비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 SNNC가 순도를 75%까지 높이면 이를 포스코가 공급받아 배터리용 니켈(99.9%)로 가공한다.
니켈에 코발트, 망간을 섞은 전구체는 양극재 회사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이 담당한다. 6천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10만t을 생산할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리튬과 전구체를 혼합해 양극재를 만들고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셀 회사로 공급한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만든 현지 자회사 절강화포에서 전구체를 공급받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전구체는 IRA 보조금 규정을 충족할 수 없기에 국산화를 하려는 것이다.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그룹도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 SK온에 양극재를 납품한다. 여기도 리튬, 전구체 공급망을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리튬은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전구체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만든다. 니켈 공급망은 합작사업으로 만들고 있다. 에코프로는 SK온, 중국 거린메이와 함께 ‘지이엠코리아’를 만들어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생산량 1위 국가다. 인도네시아에 풍부한 산화광은 노천 채굴이 가능해 생산비가 낮고 부산물로 코발트를 얻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련 방식(HPAL·고압산침출법)이 복잡해 경험이 있는 거린메이와 함께 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니켈을 기반으로 전구체를 만드는 공장은 새만금에 짓기로 했다. 지이엠코리아가 만든 전구체는 에코프로비엠에서 양극재로 만들어지고, SK온 배터리셀을 만드는 데 공급된다.
 

   
▲ 포스코퓨처엠이 양산하는 배터리의 양·음극재 제품 샘플. 포스코그룹은 리튬·니켈 등 주요 원자재의 자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뉴스룸

중국 기업도 탈중국
국내 1위 배터리셀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공급망 구축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외 지역에서 리튬을 공급받기 위해 독일 벌칸에너지, 호주 라이온타운, 캐나다 시그마리튬, 칠레 SQM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경북 구미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재는 중국에서 전구체를 공급받는데 이를 국산화하는 것이다. SK온 역시 포스코홀딩스와 배터리 공급에 대한 포괄적 업무 협약을 맺었고 호주의 글로벌리튬, 레이크리소스, 칠레 SQM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는 중국 기업은 탈중국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인 CATL은 포드에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회사는 100% 포드 소유지만 CATL과 기술제휴를 맺어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CATL의 우회 진출에 미국 정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중국 업체를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IRA의 취지인데, 중국 업체가 아예 미국에 진출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이에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 기술을 사용해 만든 전기차 배터리에 정부 보조금 지급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루비오 의원은 “우려국가(중국)의 국영기업이 운영하거나, 우려국가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도 보조금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했다. 이 와중에 테슬라도 포드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CATL과 미국에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중국 기업을 배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거래할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할 예정이다. IRA 세부 지침 발표에선 외국 우려 단체 기준이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골치가 아프다. 생산지를 토대로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만들었는데, 중국 기업이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는 이미 중국 배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엔비전(Envision)AESC는 중국 기업이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일본 닛산의 자회사였는데, 2019년 중국이 인수했다. 엔비전AESC는 추가로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을 구성하는데 상당수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외국 우려 단체에 어디가 포함될지에 따라 공급망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기아는 2023년 4월5일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2026년 100만5천 대, 2030년 16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15만9천 대다. 3년 만에 530%, 7년 만에 843%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총 15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과 유럽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획득이 필수다. 한국 배터리 공급망이 정해진 기일 내에 신뢰 기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한국 전기차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5월호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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