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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거대한 착각, 연준의 자승자박
[편집장 편지]
[157호] 2023년 05월 01일 (월)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편집장

   
 

세계경제의 앞날을 가린 안개가 지금처럼 짙은 적이 없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경제를 뒤흔든 대형 악재는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의 전망과 대책이 비교적 분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정책과 통화정책을 두 손에 들고 망설임 없이 위기 타개와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지금 상황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대단한 사건이 발생해 위기의 뇌관을 터뜨린 게 아닌데도 세계 9위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CS) 같은 글로벌 은행이 다른 은행에 넘어갔다.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여파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 전액 보호’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신속한 개입으로 은행 부실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듯 세계경제는 삼중 딜레마(트릴레마)에 직면했다.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은 조금 둔화됐을 뿐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경기침체의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진다. 각국 정부가 남발한 국채를 잔뜩 보유한 은행들은 금리 정상화가 촉발할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에 대한 우려로 전전긍긍한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애초 계획대로 금리를 계속 올리자니 경기침체 아우성과 은행의 곡소리가 높아진다. 다시 낮추자니 물가가 어디까지 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중앙은행들의 금리 시그널이 오락가락하고 금융·자산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위기의 진원지는 각국 중앙은행이다. 아니 돈의 표준인 달러를 찍어내고 세계 금리를 지휘하는 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너무 낮은 금리로 너무 많은 돈을 풀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초저금리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세계는 초저금리 파티를 너무 오래 즐겼다. 집값이 오르고 주가가 뛰니 다들 빚으로 쌓아 올린 행복에 취해 있었다. 제로금리에도 안정된 물가 속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뉴노멀’ 시대가 열린 듯 들뜨기도 했다. 거대한 착각이었다. 인플레이션의 역습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분출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마그마는 그동안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었다. 안전한 탈출구는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세계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이번 창간 13주년 특집호는 새로운 금융위기의 전조일지 모르는 글로벌 은행 부실 사태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문 닫은 실리콘밸리은행과 주인이 바뀐 크레디스위스가 금리 정상화의 첫 제물이 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신용경색으로 고통을 겪는 정보기술업계와 건설업계 이야기는 이번 사태의 무게와 파장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것이다. 미국에서 확산하는 ‘중국 위협론’의 실체와 그 위험성을 짚은 특집기사도 실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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