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원단 등 점포 2만 개 결집, 24시간 납품 생태계 구축
[BUSINESS] 중국 최대 중다 섬유상권- ① 현황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왕징 economyinsight@hani.co.kr

 

왕징 王靖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의 부동산개발사 카이화디찬이 광저우시 중다 의류섬유 상권에 지은 7층 높이의 상가건물 광저우국제경방성. 이후 비슷한 상가건물이 중산대학 근처에 잇따라 들어서 상권이 틀을 잡았다. 카이화디찬 누리집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중산대학(中山大學) 남문 맞은편에 약 5㎢ 규모의 원단과 부자재 도매시장이 있다. 2만 개 넘는 점포에서 수천 개 품목을 판다. 중산대학과 맞닿아 있어 업계에서 ‘중다 상권’(中大商圈)이라 부르는 곳이다. 의류 원자재는 원단과 부자재로 나뉜다. 옷을 만드는 천과 옷에 붙이는 레이스, 지퍼, 금속 등을 말한다. 중국 섬유의류산업에서 저장성 사오싱시 커차오와 중산대학 근처가 가장 큰 상권이다. 각자 특색이 있는데 중다 상권은 원단과 부자재로 유명하다.

상권 이전 추진
“중국 섬유산업을 보려면 광둥을 보고, 광둥의 섬유산업을 보려면 중다 상권을 보면 된다.” 왕셴칭 광둥성 상업경제학회 회장은 2018년 기고문에서 “중다 상권은 주강 삼각주 지역 의류공장의 공급망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중국 남부는 물론 동남아의 80% 넘는 의류공장이 이곳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중다 상권 근처에 있는 성중촌(城中村·도심 속 촌락)은 더욱 독특하다. 성중촌은 개혁·개방 초기 도시 주변부에 만든 주거지로, 집세가 싸 농촌에서 이주한 농민공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이 6~7층 높이의 작은 건물을 지었고 규모가 작은 봉제공장 사장들이 건물을 소규모 작업장으로 개조했다. 설비를 들이고 직원을 고용해 위탁생산을 시작했다. 왕셴칭 회장에 따르면 시장 주변에 3만 개 넘는 봉제공장과 작업장, 점포가 모여 자연스럽게 상권을 형성했다. 종사자가 30만 명, 한 해 거래액이 2천억위안(약 38조원) 넘는다.
2022년 10월 광저우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해 이 성중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상권 전체가 갑자기 운영을 멈췄고 광저우시가 타격을 받았다. 2023년 1월 왕웨이중 광둥성 성장은 “코로나19 사태 3년 만에 가장 복잡하고 심각하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궈융항 광저우 시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성중촌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병폐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코로나19 방역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광둥성 정부는 중다 상권 전체의 이전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12월 방역정책 조정 뒤 광저우시 정부는 광둥성 칭위안시와 협력해 중다 상권 이전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판매·무역 부문은 현지에 남기고 의류제조 부문을 광칭경제특별합작구로 옮겨 ‘광저우 본부+칭위안 제조’ 방식으로 협력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의 이전은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중다 상권의 이전 진행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잉 광저우시장상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광저우에 전문시장 551개가 있다. 섬유·의류 시장이 약 200개, 그중 60개가 중다 상권에 속한다. “광저우에 있는 전문시장이 걸어온 길은 중다 상권과 비슷하다. 당면한 경제, 인문, 정책, 소비환경은 물론 단점과 문제점도 비슷하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오가는 전문시장이 ‘천년 상업과 무역의 도시’ 광저우의 번영을 만들었다. 시장에서 중다 상권의 미래에 주목하는 건 광저우 전체의 사업환경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 있는 여러 전문시장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도시가 방사형으로 확장하면서 과거 도시와 농촌의 경계이던 지역이 도심으로 변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에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쉬젠화 섬유산업연합회 산업클러스트업무위원회 부주임은 “전문시장과 주변 산업을 적절히 관리해 도시 관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산업 발전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건 지방정부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성장
최근 <남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광저우 하이주구가 중다 상권의 61개 도매시장과 7480개 의류공장을 A·B·C 세 유형으로 분류했다. A유형 5개 대형시장과 28개 의류기업을 선정해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B유형 21개 시장과 102개 기업은 현상 유지하면서 전환을 유도한다. C유형으로 분류된 시장과 기업은 점차 폐쇄 또는 해체할 계획이다.
1984년 쓰촨성 루저우시가 고향인 성다보는 20대 초반이었다. 그는 고향에서 양장점을 열고 공급판매협력사에서 원단을 샀다. 원가를 아끼려 원단의 공급처를 추적해 결국 광저우까지 찾아왔다. “그때 원단은 사지 않고 홍콩과 대만식 옷을 사서 고향으로 가져갔다. 쓰촨성 사람들은 그렇게 세련된 옷을 본 적이 없었다.” 성다보는 광저우에 사업 기회가 많은 것을 발견했다.
1980년대 말 그는 광저우에서 양셴(揚纖)방직공사를 설립했다. 리완구의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1990년 하이주구 하이인차오 부근 원단시장으로 옮겼다. 하이인차오 시장이 점차 규모가 커져 원단을 파는 일부 노점상이 중산대학 인근으로 이동했다. 그때만 해도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고 캉러촌에 드문드문 작은 공장이 있었다.
1992년 13살이던 후난성 출신 펑량민은 아버지를 따라 중산대학 근처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철판으로 만든 판잣집이 가게였다. 한 칸이 2~3㎡ 크기였고 출입문도 없었다. 탁자만 하나 있고 탁자 아래에 자물쇠가 딸린 궤짝이 있었다. 지금의 채소시장과 비슷하다. 오전에 고기를 팔고 오후에 원단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 주인은 가게에 있는 모든 물건을 궤짝에 넣고 자물쇠를 잠근 뒤 퇴근했다.
점차 판자촌 규모가 커져 점포가 수십 개에서 1천 개로 늘었다. 상인들은 2000년 전까지 중산대학 근처는 수요가 많고 장사가 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펑량민은 “그때는 어떻게 고객을 확보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가짜 돈을 구별할지를 걱정했다”며 “지폐 계산기 여러 대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중산대학 근처로 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부동산개발사도 이곳을 주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카이화디찬(凱華地產)이다. 2001년 카이화디찬은 7만8천㎡ 규모의 필지를 샀다. “처음에는 주택을 지으려 했다. 판자촌 부근 루이캉로를 재개발한다는 소문이 있어 개발 방향을 수정했다. 결국 7층 높이의 상가를 만들어 임대만 하고 분양은 하지 않았다.” 이 건물이 ‘광저우국제경방성’이다.
2005년 푸젠성이 고향인 후융위안은 의류 부자재 장사가 성공해 부근에서 점포 수십 개를 운영했다. “그때 경방성 건물을 잘 지어 돈 있는 가게 사장들이 입주했다. 경방성 입주자 모집 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 사무실 유리가 깨질 정도였다.”
비슷한 상가건물이 중산대학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중다 상권이 틀을 잡았다. 이후 크고 작은 전문시장이 문을 열었다. 상업용 부동산 관계자는 “그때는 개발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땅의 소유관계가 복잡해 국유토지도 있고 집체토지(지역주민 공유토지)도 있다. 마을 공장을 개조해 도매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중다 상권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고 자유롭게 성장했다. 정부가 계획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쉬젠화 부주임은 “이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다 상권은 중국 섬유산업의 ‘최강자’다. 이곳의 거래 규모는 전국 원단·부자재 거래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 싱가포르 중심사업지구에 있는 여성의류 전문 패스트패션 국제전자상거래 업체 쉬인의 회사 사무실. 쉬인 공급망을 구성하는 6천여 개 봉제공장의 절반 이상이 중다 상권에 있다. REUTERS

가치사슬 발전
광둥성 의류산업과 중다 상권은 동반성장했다. 2021년 광둥성 의류 생산량이 39억1600만 벌로 중국 전체의 16.63%를 차지했다. 광저우에 있는 류화(流花), 스싼항(十三行), 사허(沙河) 상권도 전국 의류유통업계의 중요한 집산지다. 사허 상권 하나에만 도매시장 23개, 2만 개 가까운 점포가 있다. 2019년 하루 평균 3천t(톤)이 넘는 상품을 내보낸다.
설 연휴가 지난 뒤 사허 상권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인들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인터넷으로 접속한 고객에게 신제품을 추천하느라 바빴다. 시장 밖에서는 화물을 운반하는 인부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한 점포 사장은 “성수기에는 새벽 3~4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광저우시 다른 의류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고객이 찾아온다. “종류대로 한 벌씩 사서 자기 가게에 걸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와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
사허 상권이 발달한 비결은 중다 상권 부근의 성중촌에 있다. 캉러촌 주민은 “대략 2000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집을 소규모 작업장으로 개조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마을 주민회에서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건물을 공장 겸 주택으로 쓰지 못하게 했지만, 이미 공장과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이곳 인구는 10만~30만 명으로 추정된다.
후난성 창더시 출신의 작업장 사장은 “이런 작업장 대부분이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직원의 사회보험도 가입하지 않는다”며 “회사 이름이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의류공장처럼 품질기준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다. 옷의 등급이 낮고 대부분 사허와 스싼항 상권을 통해 지역 도매시장으로 팔린다. 빠른 속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사허 상권의 의류매장 사장은 보통 오전에 중다 상권에서 원단과 부자재를 사서 오토바이로 작업장에 전달한다. 봉제공장에서 밤새 작업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매장 사장이 물건을 받아 전국 각지로 보낼 수 있다. 한밤에 갑자기 재료가 떨어져도 전화 한 통이면 배달해준다.”
작업장 사장은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 인부를 모집한다. 이곳 길거리에서 인부를 모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견본을 보고 관심을 가진 인부는 직접 공임을 흥정한다. “우리는 가공비를 번다.” 작업장 사장은 “작업지시서나 견본을 받으면 재단, 봉제, 단추 달기, 다림질, 포장 등 필요한 공정을 구분한다”며 “공정마다 공임이 다르다”고 말했다. “보통 인부 한 명이 옷 한 벌에 1~3위안을 받는다. 한 벌을 만드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위안(약 3800원)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고객사에 견적을 낼 때는 그 두 배를 제시한다. 가장 복잡한 옷도 50위안을 넘지 않는다. 원재료가 어디에서 오고, 완성된 옷을 얼마에 파는지 관심이 없다.”
인부는 정규직인 장기공과 일용직인 임시공이 있다. 숙련된 기술이 있으면 건당 공임을 계산하는 일용직으로 일해도 하루 500~600위안을 벌 수 있다. 장기공 월급은 1만위안이 넘는다. 보통 결혼한 사람은 장기공, 미혼은 임시공을 선호한다.

패스트패션의 산실
여성의류 전문 패스트패션 국제전자상거래 업체 쉬인(SHEIN)도 중다 상권에 자리잡았다. 쉬인의 주요 시장은 북미다. 2020년 매출액이 100억달러 가깝다. 8년 연속 매출액 증가율이 100% 넘었다. 본사는 난징에 있지만 2015년 광저우 판위구에 운영센터를 설립했다. 중다 상권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곳이다.
쉬인은 의류업계에 ‘빠른 소량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조금 만들어 시장에 선보인 뒤 판매 실적에 따라 공급량을 빠르게 늘리는 방법이다. 공급망이 유연하고 효율적이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광저우시 하이주와 판위에 있는 작업장과 봉제공장이 가장 적합하다. 현재 쉬인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공장이 최소 6천 개이며, 절반 이상이 광저우에 있다.
“쉬인의 성공은 광저우의 완벽한 섬유의류산업 가치사슬 덕분이다.” 리잉 사무국장은 “광저우에서는 어떤 옷이든 디자인부터 견본 제작, 의류 제작, 최종 상품 출하까지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며 “이런 공급망의 효율은 다른 지역에서 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류웨핑 광둥성의류액서서리협회 회장은 “중다 상권은 완벽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마치 거목과 관목, 풀도 있는 숲과 같다”고 말했다.
“도시 관리뿐 아니라 도시 운영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리잉 사무국장은 “광저우에서 시장 상권과 산업체계, 도시 발전은 오래전부터 기밀하게 연계되고 고도로 의존하는 관계였다”며 “이것이 ‘국제소비중심시범도시’이자 ‘국제상업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도시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공간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 산업의 강점을 유지하고 새 활력을 내뿜어 발전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8호
中國最大紡織商圈“去與留”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왕징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