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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보존 수지타산 맞으려면 원주민 지식·역사 인정부터
[SPOT] 룰라 정부의 아마존 지키기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토마스 피셔만 economyinsight@hani.co.kr

 
서구 학자들은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에게서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자세를 갖고 있다. 그러려면 서구 학자들은 낯선 세계관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강 유역에서 원주민의 옛 지식과 서구의 지식이 조우하는 현장을 찾아갔다.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차이트> 기자
 

   
▲ 2021년 9월8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후마이타의 트란스아마조니카 국도 근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초목을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최근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무단 벌목보다 숲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수지타산이 더 맞도록 하는 내용의 ‘바이오 경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REUTERS


단단한 체격의 모이제즈 바니와(42)는 밤에 아마존 숲에서 방향감각을 잃을 때면, 손전등을 끄고 몇 분 동안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러면 동공이 확장하면서 오히려 주위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야생닭 이남부(Inambú)의 신이 밤에 사람들이 방향감각을 잃지 말라고 세워놓은 야광 표지판 덕택이다. 거대한 열대우림 나무들에 반사된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모이제즈에게 흩뿌리듯 쏟아진다. “이미 지나온 길만 어두울 뿐이지, 불빛은 어디에나 있다. 덕택에 나는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
모이제즈는 브라질 열대우림 북서부 끝자락에 거주하는 바니와(Baniwa) 부족 추장의 아들이다. 아나콘다 뱀의 척추뼈로 만든 목걸이를 한 모이제즈는 맨발로 혹은 샌들을 신고 돌아다니며,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르는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아마존강 지역 원주민은 수백 년 전부터 서구 세계와 접촉하며 살지만, 적잖은 원주민이 여전히 전통 방식을 따라 살고 있다. 모이제즈는 다섯 살에 완벽하게 카누를 탔는데, 아버지가 빽빽한 관목을 능숙하게 통과하는 법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자랐다. “나는 항상 아버지와 함께 다녔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023년 3월8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플라나우투 궁전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서구와 원주민의 식물학 경쟁
모이제즈는 어린 시절부터 숲의 빛에 익숙하다. “아버지와 밤에 아마존강 기슭에 보트를 단단히 맨 뒤 고기잡이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저물자 갑자기 주위가 환하게 빛났다. 아버지는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아버지는 어린 모이제즈에게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버지는 먼저 야생닭의 신에 대해 긴 이야기를 들려줬고, 야광 버섯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도 알려줬다. 바니와 부족이 버섯을 야광, 식용, 독성 그리고 약용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모이제즈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다. 브라질 원주민 지역을 방문한 서구 식물학자들이 야광 버섯의 원리를 들려주자 모이제즈는 한편으로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화도 났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아마존 지역에서 서구와 원주민 간에 일종의 학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된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동물, 곤충, 지표면 박테리아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무단 벌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생물다양성이 위험에 처하자, 학자들이 멸종위기종 확인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연구와 축적된 지식이 생물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리라는 기대감은 멸종위기 생물종 연구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
최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식료품과 의약품 생산을 위해 아마존 자연의 다양성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한다는 골자의 새로운 ‘바이오 경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땔감 확보나 초원 개간을 위한 무단 벌목보다 숲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수지타산이 더 맞도록 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와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좋은 삶이란 다름 아닌 원주민이 수천 년 전부터 지켜온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원주민은 지속가능한 경제와 생물다양성 보존을 자신들의 원초적 권리라고 줄곧 주장한다.
하지만 브라질 새 정부가 ‘옛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국정과제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원주민 대표들도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새 정부의 자문 역할을 하는 기후학자 카를로스 노브리가 설립을 공동 추진하는 ‘열대우림 MIT’는 아마존 원주민의 전통 지식도 가르치는 현대적인 바이오테크 연구의 가교 구실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완전히 서로 다른 지식체계가 상호 존중과 조화를 바탕으로 과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
모이제즈의 고향 마을에서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이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그의 고향 마을은 모래땅을 중심으로 작은 목재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모래땅 뒤로 열대우림이 푸른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최근 모이제즈의 고향 마을에 수많은 과학자가 모였다. 모이제즈는 과학자들을 보트에 태워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여줬다. 2016년 이곳에서 영국과 브라질 연구기관의 식물학자들이 ‘민족식물학 워크숍’을 열었다. 원주민은 워크숍에서 식물 표본 수집법과 식물분류학을 배웠다.
영국 식물학자들은 영국 학자 리처드 스프루스가 19세기 이 지역에서 수집한 압엽(Pressed Leaves) 수천 개의 디지털 자료를 원주민에게 선물했다. 식물수집가인 스프루스는 아마존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넝쿨식물 바니스테리옵시스 카피(Banisteriopsis caapi)의 학술 가치를 발표한 바 있다. 바니스테리옵시스 카피는 아마존 원주민이 종교의식에서 수천 년간 사용해온 환각성 액체음료 아야와스카(Ayahuasca)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모이제즈의 삼촌이자 마을의 샤먼(영적 접촉자)인 마리오 바니와(63)는 저녁마다 아야와스카를 마신다. 마리오는 서구 식물학자들 앞에서 화려하게 장식한 야자수로 만든 플루트를 연주했다.
 

   
▲ 브라질의 야생닭 이남부(Inambú). 아마존 원주민들은 밤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야광 버섯이 야생닭의 신이 세운 표지판이라고 믿는다. De Nortondefeis - Trabajo propio/ 위키피디아

원주민 무시하는 서구 분류 체계
아마존 원주민과 이들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구인들은 기나긴 식민지 역사로 엮여 있다. 17세기부터 장사꾼, 군부, 예수회 선교사들은 아마존 지역에서 바니와 부족을 대상으로 인간 사냥을 자행했다. 원주민 수천 명이 도시와 고무 생산 공장에 끌려가서 강제노동을 했다. 선교사는 원주민의 오랜 종교의식과 식물의학을 금지했다. 그런데 21세기에 서구 학자들이 아마존을 제 발로 찾아와 원주민의 식물학과 의학에 진심으로 관심을 보인다?
2021년 서구의 한 국립연구소 학자들이 식물학 워크숍이 끝난 뒤 버섯을 추가로 검사하기 위해 몇 개를 챙겨가자, 모이제즈의 가족과 서구 식물학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이제즈는 당시 서구 식물학자들에게 “누가 당신들을 여기로 불렀냐”며 언쟁을 벌였다. “당신들은 우리 버섯을 마치 최초로 발견한 것처럼 행세하는데,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당신들 연구논문에는 버섯을 실제로 최초 발견한 바니와 부족 조상의 이름조차 명시돼 있지 않다.”
워크숍에 참석한 학자들은 <차이트>의 질문에 공식적인 답을 피했다. 다만 비공식적인 대화로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서구 학자들의 관점에서 몸싸움은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한 해프닝이었다. 서구 식물학자들이 바니와 마을을 방문한 이유는 미지의 식물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원주민은 식물분류 단계와 여기에 필요한 학술 작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원주민이 유일하게 아는 것은 특정 버섯의 자생 위치에 불과해, 학술적 의미에서 원주민은 버섯 발견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새 야광 버섯종을 기재(새로 발견된 생물종에 이름과 학명을 붙이는 행위)하는 것이 브라질 균학(Mycology)의 유행이 됐다. 2021년 이후 가장 최근 사례로는 초록색 야광 버섯종이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북서쪽으로 8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그 버섯은 지역 원주민에게 잘 알려졌는데도, 학술지에는 서구 학자들만 버섯 최초 발견자로 언급됐다.
모이제즈와 서구 식물학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던 워크숍과 비슷한 지역사회 워크숍이 이제 정기적으로 열린다. 워크숍은 보통 인류학자와 식물학자의 공동 참가로 열린다. 식물학자들의 주요 목적은 서구 세계의 학술 성과를 원주민에게 전파하고 향후 식물학 연구에서 원주민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인류학자는 원주민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그것의 사회적 관련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워크숍이 끝나면 최종 보고서가 식물학자와 인류학자의 공동작업으로 작성된다. 최종 보고서에 “원주민 학자들”이 결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내용은 흔히 나온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 서술된 원주민은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 안내자나 학습능력이 뛰어난 정보 제공자 노릇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류학자는 아마존 원주민의 엄청난 지식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바니와 지역을 따라 흐르는 강을 주제로 2009년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근 마을에서 원주민은 지역에 자생하는 159개 식물종의 활용 방식과 성장주기, 곤충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해 종마다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또한 원주민은 신화에 나오는 식물이 갖는 의미와 ‘다른 세상’의 하늘에서 동물 신들과의 친인척 관계도 꿰뚫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적잖이 서구의 식물분류법과 맞지 않는다. 서구의 식물종이 원주민에게는 훨씬 하위 범주로 분류되는 등 단순한 것에서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원주민은 서구의 여러 식물종에 단 한 가지 명칭을 사용할 때도 있다.
 

   
▲ 아마존 원주민이 종교의식에서 수천 년간 사용해온 환각성 액체음료 아야와스카(Ayahuasca). 위키피디아

원주민 기여 철저히 숨겨
바니와 부족과 많이 협업했던 브라질 인류학자 치아구 다 코스타 올리베이라는 서구의 생물분류법에 비판적이다. “서구는 모든 분야에서 민족지학과 식물학적 수집법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수집법은 원주민 전문가와 원주민의 지식체계가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구 박물관에선 이 사실이 철저히 숨겨졌다.” 올리베이라는 현재 독일 포츠담 응용과학대학에서 ‘아마존 미래 실험실’(Amazonia Future Lab)을 구축 중이다. 아마존 미래 실험실은 옛 탐방 기록, 사진, 녹음, 증인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서구 전시품의 출처를 명기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마리오 바니와는 <차이트>와 아마존 열대우림을 탐방하던 중 한 식물을 가리키면서 “이 잎으로 세탁비누를 만들 수 있다”고 어깨너머로 외친다. 그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산길을 잰걸음으로 계속 걷는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건너뛰기도 하고 물웅덩이도 밟으며, 때로는 떨어진 낙엽에 해충은 없는지 샌들로 툭툭 건드리며 확인도 한다.
모이제즈와 마리오는 아침 일찍 열대우림의 오솔길 자연탐방에 <차이트> 기자를 초대했다. 숲의 지표면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새들은 날카롭게 지저귀고 있다. 곤충 수백만 마리가 일제히 시끄럽게 울어댄다. 마리오는 가던 길을 멈추고 어느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며 “이 뿌리에서 식용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오솔길 탐방은 이런 식으로 한 시간 정도 더 이어졌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복통에 좋은 식물,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식물, 숲을 다니다가 생기는 눈병을 치료하는 식물 등을 알려줬다.
마리오는 “이 모든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런 민간요법은 서구 생물학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구 과학자들은 이곳 식물의 이야기를 모른다. 서구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나온 명칭을 여기 식물에 마음대로 부여해놓고는, 그것이 해당 식물의 ‘학술명’이라고 일방적으로 정하기 일쑤”라고 모이제즈는 화난 어조로 덧붙인다.
오솔길 탐방은 한 시냇가에서 끝났다. 모이제즈와 마리오는 시냇가 옆에 천막을 친다. 모이제즈는 숲에서 따온 파인애플 몇 개를 칼로 자른다. 마리오는 시냇물에 들어가서 사방으로 물을 흩뿌린다. 그는 직접 만든 담배를 입에 물고 춤을 췄다. “삼촌은 이 지역을 지배하는 영혼들과 협상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이제즈는 거대한 야자수잎에 칼로 자른 파인애플을 펼쳐놓는다. “이렇게 하면 영혼들은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하고, 곤충과 뱀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야광 버섯은 야생닭이 세운 표지판
원주민의 민간요법을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것처럼 설명했듯이, 이들은 원주민의 환상 세계도 당연한 것처럼 설명한다. 원주민의 환상 세계에서 과거 영혼들은 숲을 돌아다니는 적대적 마녀들로부터 신성한 암벽을 수호한다고 한다. 이를 알 리 없는 서구 학자들은 원주민의 숲에 사는 식물과 동물, 영혼들의 복잡다단한 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모이제즈는 판단한다. 그는 유감스럽다는 듯 웃으며 “서구 학자들은 야생닭의 신이나 버섯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조차 못한다”고 했다.
서구와 원주민의 지식체계가 조금이나마 소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야광 버섯이 야생닭이 세운 표지판일 수도 있음을 서구 학계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원주민의 지식체계는 숲의 존재에서 복잡다단한 연결고리를 찾아내 스토리를 부여한 뒤 후손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브라질은 서구와 아마존 원주민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브라질 마나우스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샤먼의 아들 주앙 파울루 바헤투가 2013년 발표한 박사논문은 중요한 길라잡이로 통한다. 바헤투는 아마존강에 사는 투명한 반인반어 등의 캐릭터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갖는 상징적 의미를 서구 학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모이제즈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숲에 대한 우리의 지식 전체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후세대에 전달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가족은 옛 전통을 그대로 따르며 살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니와 부족의 모든 마을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 부족에도 야광 버섯에 대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야광 버섯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숲에서 항상 손전등을 가지고 다녔다.”

ⓒ Die Zeit 2023년 제5호
Leuchtend, essbar, giftig oder heilend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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