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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독재 무너뜨렸다
[Focus]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티에리 페슈 economyinsight@hani.co.kr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국장

“민중은 영리하다.” 지난 1월 초 튀니스에 운집한 시위대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이렇게 외쳤다. 며칠 뒤에는 이집트 군중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분노한 젊은이들에 의해 촉발된 대규모 민중운동이 전날까지만 해도 철옹성이나 다름없던 정권을 하나둘 무너뜨리며, 아랍 세계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대체 어떻게 이런 역사적 격변이 가능했던 것일까?
아랍 민주화 사태를 예견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아랍 사태의 진원지인 튀니지와 이집트는 중동 안정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국가이자, 경제 전망이 밝은 나라였다. 두 나라는 2000년대에 줄곧 평균 5%대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고(2007년과 2008년에는 이집트 GDP가 최대 7% 이상을 기록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성장률이 약간 주춤하고 있다(2009년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3.1%, 4.6%였다).
이집트는 막대한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도 했다. 덕분에 이집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지난 10년간 외국인직접투자가 가장 크게 늘어났다. 한마디로 튀니지와 이집트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볼 때 낙후성을 딛고 발전 과정에 들어섰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국민이 처한 현실과 이 국가들이 운용하는 경제모델의 취약성을 등한시한 판단이다.
먼저 튀니지와 이집트는 현재 인구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를 지나, 산아제한 정책과 함께 가임여성 1인당 자녀 수가 급감하고 있다(<그림1> 참조). 이와 더불어 문맹퇴치율이 증가하고 도시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에선 어느 나라나 겪는 과정이다. 하지만 인구학자 유세프 쿠르바주와 에마뉘엘 토드가 지적하듯, 아랍 세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난한 청년 세대의 불만 폭발
생각해보라. 튀니지에서는 의욕적인 교육정책에 힘입어 성인의 문맹퇴치율이 1984년 48%에서 오늘날 77%로 증가했다. 여성 1인당 자녀 수도 1980년 5명이던 것이 오늘날 2명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집트도 튀니지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1986년 44%이던 튀니지 성인의 문맹퇴치율은 현재 66%에 육박하며, 출산율도 1980년 여성 1인당 5.5명이던 것이 현재는 2.7명으로 감소했다.
일단 이런 상황은 낙관적이다. 가족 구조가 단출해질수록 자녀를 양육하거나 교육하기 훨씬 수월하고, 여성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매달릴 필요가 적어진다. 그만큼 천연자원 수요가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만 보고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국가들에서는 과거 급증한 인구의 여파가 오늘날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아랍 국가의 인구 증가는 실로 막대했다. 튀니지에서는 1960년 400만 명이던 인구가 오늘날 1천만 명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집트에서는 1990년 5800만 명이던 인구가 2010년 8500만 명까지 급증했고(20년 만에 45% 증가), 2030년이면 1억1100백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출산율이 현저히 감소했음에도 전체 인구 가운데 30살 이하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다. 한 예로 이집트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24살 이하이고, 튀니지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29살 이하다(프랑스는 인구의 절반이 40살 이하다).
이런 상황은 여러 결과를 초래한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인력이다. 튀니지에서는 매년 신규 구직자 수가 14만 명에 이른다. 튀니지보다 인구가 6배 많은 프랑스의 경제활동인구 추이와 유사하다. 한편 튀니지의 신규 구직자는 이집트에 비해 고학력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겪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는 대규모 청년 구직자를 흡수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층의 빈곤화가 심각하다. 더욱이 기성세대에 비해 가방끈이 긴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이같은 현실을 더 심각하게 인식한다. 아랍 지역 안에서 두 나라의 대학 등록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랍국 전체 평균이 22%인 데 반해, 두 나라는 모두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집트와 튀니지가 석유 이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란 등 여러 아랍국에서는 오일달러가 사회 안정을 사들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튀니지는 석유 자원이 부족하다. 이집트는 석유를 생산해 소량 수출한다지만, 페르시아만 국가는 물론 리비아나 알제리의 수준과도 비할 바가 못 된다. 더욱이 이집트는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오히려 조만간 수입국 처지가 될지 모른다(<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를 석유 수입국으로 분류하고 있다-편집자).
튀니지와 이집트 경제가 최근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고 해서 무조건 환상을 품는 것은 금물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두 나라의 1인당 GDP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선진국과 비교하면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그림2> 참조). 이는 다각화하지 못한 경제모델 때문이다. 두 나라가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대개 수출 의존적이거나, 점차 고학력화하는 청년 구직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는 분야다. 대표적인 예가 관광이나 섬유 하청업, 소비자상담센터다. 이집트에서는 관광 부문이 약 100억유로(GDP의 11%)의 매출액과 함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국가 경제 전반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은 경기에 민감할뿐더러,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 불균형을 조장한다.
취약한 경제모델뿐 아니라, 안일한 행정과 부정부패에 찌든 관료 문화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상자 기사 참조). 오늘날 일부 유력 가문이나 사업가, 혹은 이들의 세력 기반이 누리는 특혜에 대해 불편부당한 처사라며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가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부를 재분배하거나 효과적으로 빈곤 대책을 전개하는 데 소홀한 점이 더욱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전시용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그나마 월 50유로가 채 되지 않는다. 빈곤 규모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월 2달러 이하로 생활하며, 튀니지에서는 전체 인구의 18% 이상이 국가가 정한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사회 양극화 극복이 과제로 남아
공식 빈곤 수치만으로는 실제 고통 정도를 가늠하는 것도, 극빈층이 겪는 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이집트 전체 인구 가운데 17%는 의료 서비스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여러 비정부기구(NGO)들에 따르면, 이집트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거주하는 카이로를 비롯해 여러 대도시에는 거리를 떠도는 어린이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 2008년 이집트에서 발생한 식량 폭동도 국민의 열악한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식품 수입 의존도(이집트는 전체 밀 소비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가 높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현재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과거의 식량 폭동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인플레이션(지난해 튀니지는 4.5%, 이집트는 10%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기록)도 사회적 불만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두 나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서로 다르다. 이집트는 튀니지에 비해 중산층이 더 두껍고, 소비 규모도 더 크다.
   
카이로 근교 어장. 유엔에 따르면 이집트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 모두 사회가 양극화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튀니지는 관광업이 발달해 비교적 역동적 경제를 자랑하는 해안 지역과, 소외된 젊은이들이 저항운동을 주도하는 내륙 지역 사이에 격차가 심하다. 이집트도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는 저학력 계층과, 인터넷 접속률이 높은 고학력 계층으로 사회가 양분돼 있다(2008년 이집트 국민 5명 중 1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튀니지인은 3분의 1이 인터넷을 이용한다).
사회적 격차는 젊은이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자유를 갈망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은 비효율적 경제모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짓밟히고 말았다. 또 정권 개혁이 매번 불발로 돌아가면서 젊은이들이 품고 있던 정치적 기대마저 물거품이 됐다. 이는 이슬람주의가 활개 치기 좋은 토양이 되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대규모 차원에서 복지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소규모 차원에서 대신 해왔다. 학교와 보건소를 설치하는가 하면, 극빈층을 위한 상호부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결국 현 아랍 사태는 근대화가 낳은 여러 문제와 연관돼 있다. 급속도로 인구가 전환되는 가운데 국민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새로운 정보기술(IT)이 수용된 결과가 현재의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지부진한 경제개발이 아랍 민중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현재 아랍 세계에서 높게 울려퍼지는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에 대한 요구는 단순히 정치적 요구인 것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사회적 요구도 담겨 있다.


경찰과 군이 독재 키웠다

튀니지의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장기 집권할 수 있던 배경에는 대규모 관료 세력(경찰과 군)과 강력한 부패 조직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두 국가의 과두지배 세력이 석유, 관광 등 이권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그 결과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0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튀니지는 178개국 가운데 59위를, 이집트는 98위를 차지했다. 과두세력 내에 팽배한 정치 후견주의와 특혜 관행은 경제 부문에 불신감을 고조시키며, 투자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정권으로부터 온갖 특혜를 누리는 튀니지 경찰은 넓은 조직망을 갖췄다. 튀니지 경찰에 고용된 경찰 수만 (전체 인구가 1천만 명인 나라에서) 12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대통령 호위대 1만2천 명이 추가된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도 군 중심의 국가기관을 운영했다. 국가기관을 장악한 이집트 군은 공공의 이익을 사취해 사익을 채우기에 바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이집트 군은 장병 수가 46만8천 명이고, 매년 미국으로부터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미국의 지원금은 군 전력을 보강하는 데만 사용되지 않았다. 정권의 특혜를 받는 세력인 군장성급에게 후한 보수를 지급하거나, 막대한 수익원인 군산복합체 혹은 군농복합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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