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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기존 농업 12배… 에너지 과소비는 단점
[technology] 수직농장의 명암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클라우스 헤킹 economyinsight@hani.co.kr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기업체가 폐쇄된 공간에서 채소를 생산한다. 햇빛도 비도 흙도 없이 말이다. 효율을 극대화한 이 농경 방식은 세계의 기아를 종식하는 데 기여할까.

클라우스 헤킹 K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두바이의 첨단 도시형 수직농장인 바디아 농장에서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도시의 폐쇄된 공간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인공재배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REUTERS


로버트 펠로스는 자신이 재배하는 ‘아기들’을 처음 며칠은 빛이 들지 않는 곳에 그냥 놔뒀다. 아기들이 주사위 모양 스티로폼에서 하나씩 싹을 틔우자 푸른 광선을 쬐었다. 이제 아기들은 두바이에 있는 육성재배장 부스타니카(Bustanica)에서 줄과 열을 맞춰 자란다. 어른 손가락 세 개 크기만큼 되는 로메인상추 모종이 한 줄에 18포기, 한 상자당 9줄씩 심겨 있다. 선반 한 개는 총 6개층인데, 한 층마다 이런 상자가 7개씩 놓여 있다. 이 싹들은 수천 개의 상추로 자라 에미리트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손님에게 기내식으로 제공될 것이다.
부스타니카 상품관리부 책임자인 펠로스는 이 상추가 최상품이라며 자랑했다. 인공재배 방식으로 가능한 최적의 조건에서 최상의 정성을 기울여 키워낸 채소라는 것이다. 상추 싹은 탈염수(소금기를 제거한 물)에 뿌리가 완전히 잠긴 채 종일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쬔다. 필요한 영양소만을 모아 만든 맞춤 용액으로 상추를 고이고이 모신다. 온도와 습도, 조명 상태를 관장하는 센서가 전 과정에 작동한다.
컴퓨터로 관리하는 이 재배장의 실내 온도는 23℃, 습도는 60%로 정확하게 맞춰져 있다. 재배장 바깥, 부스타니카의 넓은 홀 앞쪽, 건물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사막화가 시작되는 이 지역의 기온은 종종 40℃를 넘어 아지랑이 현상이 일어나고 습도는 80%까지 올라간다.
로메인상추는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한 자연에서 격리돼 자란다. 부스타니카는 아랍어로 ‘당신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부스타니카는 세계 최대 수직농장 기업이다. 여기서는 식용식물이 아래위로 층층이 생장한다. 햇빛도 비도 흙도 없는 상태로, 완전히 폐쇄된 장소에서 재배된다.
 

   
 

농지 감소와 인구 증가의 대안
전문가들은 고도로 공업화한 이런 종류의 실내 생산을 ‘환경제어식 농업’(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이라 한다. 이 영농법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먹거리 확보와 기아 감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미래의 기술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시장·무역국 부국장으로 있는 요제프 슈미트후버도 그런 의견을 갖고 있다. 환경제어식 농업은 글로벌 농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고 그는 확신한다. “대지라든가 깨끗한 공기, 담수 같은 기본 자원이 전세계적으로 점점 부족해진다. 이런 농사법은 자원을 아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가 올바르게 사용하기만 하면 말이다.”
인류가 수천 년간 답습했던 야외에서 땅을 일구는 재래식 농경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FAO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2020년 지구상의 농경지는 4878㏊에서 4744㏊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전세계 인구는 61억 명에서 78억 명으로 4분의 1 정도 더 늘었다. 많은 경작지가 비료 과잉 사용으로 토양이 상했거나 영양분이 고갈됐다. 그뿐만 아니라 날마다 새 주거지나 도로 건설로 땅이 덮이고 있다.
부스타니카의 펠로스는 “세계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농경할 수 없게 됐다. 녹색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수직농장은 그 일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 태생으로 45살이다. 20년 가까이 식료품 업계에서 일하는데 최근에는 항공사 케이터링(기내식 서비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1년 전 부스타니카에 취직한 그는 이 수직재배 프로젝트가 앞으로 전세계에 퍼지리라고 믿는다.
펠로스와 그의 팀원 70명은 약 3만1천㎡ 넓이의 대지에서 일한다. 2022년 7월부터 그들은 3층으로 된 이 농업공장에서 네 가지 채소(루콜라, 양배추, 시금치, 파슬리)를 재배한다. 1층에는 육성재배장이 있다. 그 옆과 위층에는 모듈식 성장 묘목이 총 27개 방에서 수확할 때까지 각각 키워진다.
부스타니카 직원들은 여기서 연간 총 1100t의 녹색 잎채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헥타르(㏊)당 생산량이 350t쯤 된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부스타니카는 엄청난 생산성을 달성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독일 농부가 1㏊에서 생산하는 로메인상추의 연간 생산량은 대략 29t, 부스타니카 생산량의 12분의 1이 겨우 될 정도다.
 

   
▲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실내 수직농장의 LED 램프 아래서 새싹채소가 자라고 있다. REUTERS

필립스 같은 대기업도 투자
펠로스는 이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부스타니카에 투자한 이들도 같은 의견일 것이다. 에미리트항공 그룹과 미국의 농업기술 기업 크롭원(Crop One)은 이 식물 공장에 4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합작투자는 새로이 성장하는 국제시장의 개척자라고 자부한다.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의 조사 자료를 보면, 2020년 수직재배 상품의 판매 수익은 55억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액수가 2026년에는 200억달러로 올라가리라고 예측한다. 이 호황은 기후변화 같은 거대한 전환의 영향을 받으면서 힘을 얻었다. 대홍수를 방불케 하는 폭우와 폭풍, 가뭄이 연이어 일어나다보면 식물 수확은 모두 파괴된다. 철저하게 최적화한 실내 재배 상품의 장래가 촉망되는 것이다.
이 수직경작 시장에 필립스(Philips) 같은 세계적 재벌이 끼어들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네덜란드의 온실 주인들은 첨단기술을 점점 더 많이 적용하면서 그들의 상품을 최적화해왔다. 네덜란드에선 이산화탄소로 식물에 거름을 준다. 하늘에 구름이 끼면 인공 자외선으로 빛을 쪼이고, 정교하게 조합한 영양액을 공급하는가 하면, 시스템 조종으로 온실 온도를 과일·채소 재배에 가장 잘 맞게 상시 유지한다.
농업 전문가 슈미트후버는 이를 “스테로이드 농사”라고 한다. 수직농경은 정말 도핑(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려 심장흥분제·근육강화제 등의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부정행위)을 연상하게 한다. 온실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서유럽의 네덜란드보다 채소류의 ㏊당 생산량이 더 많은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수직농업은 네덜란드의 이런 최적화 농경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 첫 번째는 엄격한 위생 관리 규칙이다.
펠로스를 따라 그의 신성한 작업장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보호복, 호흡용 마스크, 머리망 등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그러고 나면 암호로 열리는 강철 안전문 대여섯 개를 통과한다. 생육장 출입구 앞에서 모두가 손을 다시 씻고 신발을 소독해야 한다. 곰팡이, 곤충, 세균 등 식물을 괴롭히는 최악의 적은 외부에서 오기 때문이다. 부스타니카 직원들이 가장 겁내는 일은 다름 아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염병이다.
펠로스가 암호카드를 모듈성장 1호실 앞에 달린 전기자물쇠에 댄 뒤 문을 끌어당겨 연다. 문을 열자 파슬리 냄새가 난다. 7층으로 된 선반 위에서 채소가 푸릇푸릇 자란다. 이산화탄소가 약간 투입된 이 방에는 반쯤 자란 파슬리가 정확히 4만5360주 들어 있다. 일주일 뒤면 이 파슬리가 모두 익어 판매가 가능하다.
제대로 작동하면 수직농장은 아주 믿을 수 있는 생산지다. 파슬리, 케일, 로메인상추 몇 주씩을 각각 어느 날 수확할지 부스타니카에선 정확하게 미리 얘기할 수 있다. 재배 조건이 늘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법이 없고, 폭풍도 동물에게 먹힐 위험도 없다. 공급망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이다. 구매자는 주문한 상품을 원하는 양만큼 계획한 시기에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다.
 

   
▲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수직농장 알티우스에서 온실기술자가 새싹을 수확하고 있다. REUTERS

1년에 7~8차례 파슬리 수확
수직농장은 녹색 이미지 덕분에 에미리트항공에 좋은 광고거리가 됐다. 그러나 부스타니카 같은 농업공장이 두바이에 특히 도움이 되는 건 자급자족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날로 몸집을 불리는 이 사막의 거대 도시에선 재래농법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랍에미리트는 식료품 수요의 90% 정도를 수입하는데, 수입품 대부분이 항공편으로 운반된다. 최근 부스타니카는 자사의 채소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슈퍼마켓에서 팔기도 했다.
“파슬리를 1년에 7~8차례 수확한다. 재래식 농장에선 겨우 한 번, 기껏해야 두 번 수확할 수 있다.” 펠로스는 수직재배가 생태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정교하게 계산된 순환시스템 덕택에 이 농업단지의 채소 1㎏에 물 소비량은 재래식 농장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서 생산하는 채소는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더 건강한 식품이라고 펠로스는 설명한다. “살충제도 제초제도 전혀 쓰지 않는다. 소비자는 부스타니카의 파슬리를 물로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농업공장 식품의 경우 탄소발자국(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지적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농경전문가 슈미트후버는 “많은 프로젝트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 종종 화석연료도 사용한다”고 말한다. 부스타니카에선 전기가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에 속한다. 두바이에서 전기는 시간당 킬로와트(㎾) 가격이 겨우 10센트에 불과해 독일 소비자가 치르는 전기료에 비하면 작은 조각 같은 액수인데도 말이다. 전기는 주로 가스연소식 발전소에서 생산한다. 걸프만에는 천연가스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구의 다른 지역에선 가스는 물론 싼 가격의 전기도 부족하다.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려면 수직농장도 규모가 몇 배 더 커져야 하고, 현재 부스타니카가 사용하는 것의 몇 배 되는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나라들이 과연 값비싼 첨단기술 공장을 운영할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설령 그 답이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작업자가 과연 이 극도로 예민한 시스템을 세균과 곤충, 그리고 병원체 없이 잘 유지할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부스타니카의 사업모델을 어디서나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추세를 더는 저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다 먹여 살리려면 ㏊당 수확량이 증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슈미트후버는 앞으로 “각국의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나라마다 아주 상이하게” 통제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농사가 더 많아지리라고 예상한다.
인도에선 신흥기업 뉴트리프레시(Nutrifresh)가 재래식 온상에서, 그러나 정제수와 영양액을 사용해 흙 대신 코코넛 껍질을 깔고 토마토나 상추류를 재배한다. 개조해 효율을 높인 이 농법으로 이제 흙이 없어도 농사지을 수 있다.

ⓒ Der Spiegel 2023년 제3호
Salatanbau auf Dope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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