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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허리케인 습격에도 이 도시만 멀쩡했던 비결
[FUTURE] 미국 최초의 태양광발전 도시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새로 건설된 도시 밥콕랜치(Babcock Ranch)는 미국이 더 환경친화적인 미래로 가는 길을 안내할 것이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차이트>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의 신도시 밥콕랜치 주택단지. 에디슨상(Edison Awards) 유튜브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플로리다 하면 태양, 해변, 오렌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2천㎞의 해안선이 있는 이 평평한 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홍수가 발생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금세기 말까지 플로리다 전 지역이 영구적으로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2022년 9월28일 이 지역을 강타한 이언(Ian) 같은 허리케인도 발생할 것이다.
허리케인이 닥치기 며칠 전, 날카로운 휴대전화 경고음이 플로리다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폭풍이 몰려오고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이언이 가진 살인적 위력은 예상을 초월했다. 돌풍은 시속 240㎞로 덮쳤다. 훨씬 더 파괴적인 것은 1m 높이의 파도였다. 그것은 포트마이어스 해변의 마을 전체를 휩쓸고 고속도로 교량을 쓸어버렸다. 최소 110명이 사망했고, 집을 잃은 이는 수천 명에 이르렀다.
독일 재보험사 뮌헨재보험(Munich RE)이 제시한 냉정하리만치 사실적인 숫자를 보면 파괴 정도가 드러난다. 2022년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액은 2700억달러(약 356조원)인데, 이 중 이언으로 인한 피해액만 1천억달러라는 것이다. 바다의 수온 상승으로 폭풍이 더 거세지리라고 학자들은 예상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플로리다에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건설 붐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전환의 첫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밥콕랜치다.
 

   
▲ 밥콕랜치는 태양광발전소와 연결된 재생에너지 도시다. 에디슨상(Edison Awards) 유튜브

태양광발전, 습지 보존, 토종식물
새로 건설된 마을로 가려면, 플로리다 서부의 도시 포트마이어스에서 30분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맹그로브에 장난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요트, 임시로 비닐을 덮어놓은 집이며 물에 불은 가구 등 재해의 흔적이 즐비하다. 하지만 밥콕랜치에 와서 보면 마치 허리케인 이언이 전혀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지붕 몇 개가 날아가고, 도로 표지판이 쓰러지고, 나무 몇 그루가 뿌리째 뽑혔지만 나머지는 무사했다.
이는 면밀히 세운 계획 덕분일 뿐 결코 기적이 아니라고, 골프 카트를 타고 지역을 돌아보면서 리사 홀은 말했다. 먼 길을 갈 때 이 여성은 붉은 테슬라를 타고 간다. 전기로 작동하는 미니버스를 지역 대중교통 프로젝트로 운영하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 방안은 시험 단계를 거친 뒤 취소됐다. 그러나 앞으로 승용차의 대안이 여럿 나올 것이다. 대여용 자전거 말고도 말이다.
홀은 밥콕랜치를 설계하고 건설한 회사의 대변인이다. 그는 밥콕랜치의 구상이 너무 좋아 남편과 함께 해안가 대도시를 떠나왔다. 밥콕랜치는 일종의 종합계획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다. 한 개인이 설계해 자금을 대고 개발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마을회관·공원·스포츠시설·식당을 갖춘 마을 혹은 소도시다.
이 마을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다. 밥콕랜치에는 1만9500명이 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5천 명이 입주했다. 마을 누리집에는 이들이 새로운 고향 마을을 체험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밥콕랜치는 태양광발전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미국 도시라는 점도 언급한다.
이곳은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태양광발전소와 연결됐다. 350㏊에 70만 개의 반짝이는 패널이 깔린 발전소다. 사용하지 않은 에너지는 저장시설로 향한다. 건물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 홀을 비롯한 몇몇 이웃은 지붕에 태양광발전 패널을 추가로 설치했다. 밥콕랜치의 관리사무소는 이런 추가 비용을 부담할지 말지 개별 주택 소유자가 결정하도록 했다.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려면 건축 프로젝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콕랜치의 계획자들은 습지를 건조시키지 않고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도시에 인접한 인공호수는 휴양지로서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 넘치는 물을 가둬두는 구실도 한다. 도로는 비상시에 물을 저장해 주택으로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허리케인 이언이 기록적으로 대량의 비를 퍼부어도 별문제가 없었던 건 이런 구조 덕분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언은 천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강우량을 기록했다.
정원과 공공녹지 역시 지속가능성 개념의 일부다. 플로리다주 홍보 책자를 보면, 야자수가 우거지고 무성한 녹색 잔디밭과 철쭉·부겐빌레아 등 꽃이 만발했다. 그런데 이는 이 지역의 토종이 아니다. “따라서 물과 인공비료가 필요하다”고 플로리다대학의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어스 존스는 지적한다.
플로리다 가정의 물 소비량 최대 절반이 녹지 공간에 물을 주는 데 사용된다. 밥콕랜치에 사는 사람은 정원 식물의 75%를 플라타너스, 사이프러스, 플로리다 붉은 단풍나무 등 토종식물로 채워야 한다. 이 지침은 주택 소유자와 관리사무소 사이에 자주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홀은 알려준다. 무엇보다 잔디에 제한을 뒀는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잔디밭이 여기서는 왜 허용되지 않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미국 플로리다주의 신도시 밥콕랜치는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설계로 자연재해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환경운동가 “우리 요구가 관철된 것”
이 프로젝트 뒤에는 시드 킷슨이 있다. 현재 64살인 그는 젊은 시절 국가대표 축구팀의 일원이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0년 그는 킷슨앤드파트너스(Kitson & Partners)를 창립했으며, 이 회사가 밥콕랜치의 개발을 맡았다.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그는 관리사무소에서 멀지 않은 자기 집에 있었다.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허리케인 이언은 10시간 동안 몰아쳤다. 그는 엄격한 규정이 보상받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허리케인은 밥콕랜치가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증명했다. 밥콕랜치 주민들은 이웃 마을의 피난민을 위해 다목적홀을 비상 숙소로 전환해 옷과 생필품, 담요 등을 제공했다.
시드 킷슨은 주로 부유한 백인을 위한 또 하나의 배타적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문화적 미국의 거울이 되려 한다.” 물론 밥콕랜치 안에는 수영장과 골프장, 자체 보안요원을 두고 나무 차단기로 경계를 짓는 몇몇 커뮤니티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임대용 다세대주택도 지으려 한다. 그의 이상은 모든 소득계층 ​​사람들이 모여 사는 현대적 형태의 미국 소도시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는 많은 어린이가 부모가 태워주는 스포츠실용차(SUV)로 등교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킷슨은 고등학교까지 포함해 모든 학년이 있는 학교를 짓고자 한다. 이는 대다수 건설 프로젝트가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플로리다에서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킷슨은 밥콕랜치를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킷슨이 한때 축구장에서 발휘해 승리했던 전술적 능란함 덕분이다. 2006년 그는 플로리다 역사상 가장 큰 대지 구매를 성사시켰다. 독일 함부르크 정도 크기의 땅을 밥콕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 미국 피츠버그 출신의 목재 재벌인 에드워드 밥콕은 1911년 이 땅을 저렴하게 샀다. 그의 아들 프레드가 1930년 땅을 물려받아 들소와 타조, 악어를 사육했다.
1987년 프레드가 사망한 뒤, 플로리다주는 상속자와 토지 매매 협상을 시작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표범의 서식지인 북쪽 습지와 남쪽 에버글레이즈 늪지대 사이에 생태학적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연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킷슨이 이 땅을 직접 사면 많은 세금을 내야 했을 것이다. 매매 협상은 실패했고, 플로리다의 또 한 부분에서 건축이 난립할 운명이 확정된 듯했다.
이것이 킷슨에게는 기회였다. 그는 복잡한 협상을 끝까지 이끌어 밥콕랜치의 상속인에게서 7억달러에 토지를 인수했고 그 즉시 대부분을 플로리다주에 다시 팔았다. 팔고 남은 땅 7천㏊에 그가 조성한 마을이 탄생했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처음에 실망했다. “우리는 전체 지역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를 바랐다”고 미국의 가장 큰 환경보호단체의 지부 대표 에밀리 고먼은 말한다. 고먼과 그의 동료들은 법정에서 킷슨의 협상에 대해 다퉜다. 고먼은 건설주인 킷슨에게서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협상을 했는지 떠올렸다. 킷슨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지속가능성의 핵심 사항이 실은 자신의 요구였다고 고먼은 주장한다. 이제 고먼은 밥콕랜치가 이뤄낸 성과에 만족해한다.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경제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설업자의 롤모델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미국 연방주 중 하나인 플로리다에서 건설사업 동결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고먼은 안다. 해안은 대부분 개발됐기에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지역은 내륙 쪽이다. 한때 습지이던 곳은 지하수가 부족하다. 따라서 아주 다른 방식으로 건설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밥콕랜치에서처럼 말이다.
밥콕랜치는 허리케인을 극복한 저항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졌다. 미국 방송 <시엔엔>(CNN)은 허리케인이 들이닥쳤어도 전기가 끊기지 않고 인터넷도 계속 작동한 태양광발전 도시를 보도했다. 그 결과 이곳은 미국에서 종합계획으로 기획된 커뮤니티 중 5개의 베스트셀러 안에 들었다. 모방자가 분명 나오겠지만 킷슨은 오히려 좋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플로리다를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니까 말이다.

ⓒ Die Zeit 2023년 제6호
Die Stadt, die dem Hurrikan trotzt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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