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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이번에도 사용자 신세?
[SPECIAL REPORT] AI 개발 경쟁- ③ 쉽지 않은 독일판 OpenAI의 꿈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안카트린 네치크Ann-Kathrin Nezik
<차이트> 기자
 

   
▲ 독일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알레프알파가 개발한 AI 채팅 프로그램 ‘루미’(Lumi).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요나스 안드룰리스는 애플의 음성 AI 서비스 시리(Siri) 개발 부서에서 일하다 독일에 돌아와 회사를 만들었다. 알레프알파 누리집


어떤 사람에게 2800만유로(약 390억원)가 있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이 돈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같은 미국이나 중국의 인공지능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할까?
스타트업 알레프알파(Aleph Alpha) 창업자 요나스 안드룰리스(41)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끝자락에 있는 회사의 작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자금이 이런 일을 할 만한지 곰곰이 생각했다. 안드룰리스는 텍스트를 스스로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변호사들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판례를 검색하고, 국방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직원들은 내부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무엇이 옳은지 결정한다. 하이델베르크시 누리집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알레프알파의 챗봇에 쓰레기 배출 날짜와 공공기관 이용 시간을 묻는다.
투자자는 지금까지 이 새싹기업에 2800만유로를 투자했다. 고객사 20곳이 있고 직원 50명이 있는 신생기업에는 큰돈이다. “하지만 2800만유로는 100억달러(약 13조원)와 비교가 안 된다”고 안드룰리스는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새싹기업인 오픈에이아이(Open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시와 에세이를 쓰고 컴퓨터 코드를 프로그래밍하는 챗봇인 챗지피티(ChatGPT)를 만든 회사이며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벤치마크이기도 하다.
디지털 세계에서 오랫동안 잠잠하던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 대중에게 적합한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만드는 사람은 누가 될까? 유럽은 그리고 독일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갈 기회가 있기는 할까? 유럽은 또 한 번 뒤처질 것인가? 21세기 초 오늘날 디지털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들어서던 때처럼 말이다. 당시 유럽인은 소비자 노릇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인은 발명하고 유럽인은 규제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390억원 vs 13조원
이런 질문은 더욱 시급해졌다. 2023년 2월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챗지피티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자사 검색엔진인 빙(Bing)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사실과 링크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복잡한 질문에 답하는 디지털 비서처럼 작동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결혼식을 하고 나서 유럽 어디로 허니문을 갈 수 있을까?’ ‘이케아 소파 클리판을 혼다 자동차로 옮길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발표장에서 최고경영자인 사티아 나델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나델라는 빙이 구글의 경쟁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현재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라이벌은 빠르게 반응을 보였다. 하루가 지나자마자 구글은 바드(Bard)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드는 구글 버전의 챗지피티다. 바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좋은 별자리는 무엇인가?’ ‘전기차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당분간 “믿을 수 있는 시험 사용자”만이 이용할 수 있다. 누가 그런 사용자인지 구글은 밝히지 않았다.
구글이 하는 일은 아슬아슬하다. 발표회가 끝난 뒤, 사람들이 구글 챗봇에서 오류를 발견했을 때 이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챗봇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촬영했다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다. 이 일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10% 폭락했고 1천억달러에 이르는 돈이 증발했다.
챗지피티, 바드, 독일 스타트업 알레프알파의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의 진화한 새 단계를 구현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빅데이터에서 유형을 찾아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인공지능은 건강한 조직에서 종양을 구별하고 전자우편에서 스팸메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이제 인공지능은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 개발자는 프로그램에 산더미 같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제공했다. 프로그램은 데이터로부터 세상에 관한 지식을 뽑아내고, 연관성을 이해하며, 자체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단어와 픽셀을 새롭게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자가 이 기반모델을 인공지능이라 부르는 이유는 기존 모델과 달리 좁게 정의된 과제를 해낼 뿐 아니라, 사람들이 가르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알레프알파의 최고경영자인 요나스 안드룰리스는 이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깨달은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2016~2019년 이 산업공학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애플의 비밀 프로젝트 부서에서 일했다. 거기서 그는 다른 일도 했지만 특히 음성으로 응답하는 비서인 시리(Siri)를 다뤘다. 그러다가 그는 챗지피티의 초기 버전을 시험할 기회를 가졌다. 안드룰리스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이 기술이 엄청나다는 것을. 이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드룰리스는 독일로 돌아와 알레프알파를 창업했다. 그는 “좀 감상적일지 몰라도, 이 인공지능 기술을 구축하는 팀이 유럽에도 있다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고 회고했다. 안드룰리스는 겸손한 성격이 아니다. 그는 목표를 명확하게 밝혔다. “우리는 독일판 오픈에이아이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았다.
 

   
▲ 챗지피티(ChatGPT)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주기판(마더보드) 위에 놓여 있다. REUTERS

일자리를 잃으리라는 걱정
현대적인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돈, 데이터, 뛰어난 인재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기반모델은 훈련 기간, 그리고 이후 작동하는 동안 엄청난 컴퓨터 전력을 소비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그러니까 전세계 곳곳에 세워진 서버팜(Serverfarm·일련의 컴퓨터 서버와 운영 시설을 모아놓은 곳)을 사용할 수 있다. 알레프알파는 바이로이트(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도시) 근처 한 곳에 데이터센터가 있을 뿐이다.
“학술지 논문을 많이 냈기에, 우리는 세계 일류 수준으로 인정받는다”고 안드룰리스가 말했다. 알레프알파는 글뿐 아니라 사진도 해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독일의 인공지능 경쟁력에 대해 안드룰리스는 “상업화 측면에서는 뛰어나지 않지만 연구 측면에선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인공지능의 중대한 발전에 기여한 수많은 연구가가 독일 출신이다. 컴퓨터공학자인 위르겐 슈미트후버는 뮌헨에서 태어났다. 그는 인공신경망에 기억을 가르쳤고 이를 통해 현대적 인공지능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슈미트후버는 주로 스위스에서 활동했다.
졸링겐 출신 로봇공학 전문가 제바스티안 트론도 독일에서 실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학의 교수이자 구글의 수석개발자가 됐다. 그곳에서 그는 무인자동차를 설계했고, 나중에 피부과 의사만큼 확실하게 피부암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55살의 제바스티안 트론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마치 몇 시간 명상하고 온 사람처럼 평온한 느낌을 줬다. 당시 그를 실리콘밸리로 가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트론은 캘리포니아 특유의 창업정신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 모인 사람들은 혁명가였다. 그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정말 그랬다.” 어제저녁 그는 영국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에이아이(Stability AI) 창업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이 기업은 영화 제작을 부엌 식탁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감독, 의상디자이너, 음향 담당자는 일자리를 잃을까 안절부절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론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많은 유럽인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등 위험성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 놀랐다. “우리는 혁명적인 발명품을 경험하고 있다. 걱정하기 전에 먼저 그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너무 순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트론은 생각한다. “인쇄를 부도덕하다고 거부한 국가들은 기술 진보에 뒤처졌다. 나는 일반적으로 정보 보급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긍정주의가 비밀 열쇠일까? 디지털에 대한 유럽의 회의주의 때문에 유럽대륙이 인공지능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일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유럽에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데이비드 에덜먼이 말했다. 그는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술고문직을 맡았고, 현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일한다. 에덜먼이 말한 ‘생태계’는 위험을 감수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가진 벤처투자자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그들은 새싹기업이 당장 수익을 내든지, 몇 년 뒤 수익을 내든지 상관하지 않고, 그들의 투자가 일부 파산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평가에 따르면 2021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인공지능 기업에 530억달러를, 중국 인공지능 기업에는 170억달러를 투자했다. 독일 기업에는 단지 20억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에덜먼은 오랫동안 정치가 기술에 얼마나 많이 혹은 얼마나 적게 관여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한 인공지능 관련 방안을 설계한 이로 여겨진다. 에덜먼은 정치가 경제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명확한 관련법을 제정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법적 틀이 없었다면 자율주행차는 기술기업의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자율주행차는 이 분야에서 일찍 주도권을 잡은 미국에서 운행되고 있다.

독일 정부 자금은 언 발에 오줌
2018년 6월 독일 정부는 미국과 비슷한 노선을 걸을 것처럼 보였다. 연방 노동부 장관 후베르투스 하일(사회민주당)과 당시 연방 교육연구부 장관인 아냐 카를리체크(기독교민주당)는 독일의 첫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했다. 나중에 언론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까지 50억유로를 이 기술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4년 넘게 흐르고 정권도 바뀐 지금은 어떠한가? <차이트>가 질문을 보내자 현 교육연구부 장관은 27억유로가 이미 투자되거나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배정됐다고 답을 보냈다.
엄격한 데이터 보호도 독일에서의 인공지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의 성공은 중국 정부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에 가능했다. 독일에서는 정반대의 사고방식이 지배한다. 인공지능 분야 전문 투자자인 파비안 베스터하이데는 “행정기구들은 데이터를 기밀정보로 간주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독일판 챗지피티 계획안은 준비돼 있다. 이 기반모델은 독일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독일 인공지능협회에서 나왔다. 이 협회는 이 모델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이 4억유로가 넘지 않고 5개월 이내에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람들은 이런 계획이 투자자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독일 인공지능협회 회장인 외르크 비네르트는 몇 달 동안 뛰어다니며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돈을 댈 투자자를 찾았다. 현재까지 성과는 없다. “이 기술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높은 분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독일이 인공지능을 ‘핵심 기술’로 보고 ‘세계 정상이 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연방정부의 인공지능 전략과는 다르게 보인다.
다시 하이델베르크로 돌아가보자. “독일에 있는 우리가 사용자로만 머문다면,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허락하는 것만 구매한다면 심각한 힘의 불균형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알레프알파의 CEO 안드룰리스는 말했다. 그의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는 자사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려 한다. 예를 들어 바이로이트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그것이다. “많은 고객 회사가 보안을 중시한다. 자사의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클라우드에 보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그들 회사에 매우 매력적이다.”
안드룰리스는 다음 회의 장소로 향했다. 요즘 부쩍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 Die Zeit 2023년 제8호
Armer Erfindergeist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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