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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후기 파는 세계 최고 미디어기업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뉴욕타임스>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디지털 전환의 선두에 선 <뉴욕타임스>의 핵심 전략은 번들(묶음)과 구독이다. 게임, 제품 리뷰 등 일상적인 서비스를 통해 구독료를 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미국 뉴욕의 <뉴욕타임스> 본사 앞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가 ‘디지털 전환’의 피로감이다. 회사가 ‘디지털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여러 변화를 시도하지만, 성과는 없고 속보 처리 같은 일만 늘었다는 하소연이다. 언론매체가 사양산업이라는 푸념도 더해진다.
<한국언론연감>을 보면, 국내 신문(인터넷신문 포함)·방송·통신 등 언론산업 매출액은 2012년 8조6천억원에서 2020년 9조2천억원으로 7.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평균 1% 성장도 못하고 정체된 셈이다. 종사자 한 명당 연평균 매출액은 2012년 1억5900만원에서 2020년 1억4800만원으로 외려 뒷걸음질했다. 기자의 업무를 대신할 챗지피티(ChatGPT)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도 위협적이다.

‘비뉴스 꾸러미’로 지갑 열기
외국으로 눈 돌려보면 사정이 다른 곳도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2023년 1월3일 1주당 33.05달러에서 3월8일 37.52달러로 13.5% 올랐다. 3월8일 기준 시가총액은 62억달러(약 8조2천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반짝 뛰었던 주가 상승분은 대부분 반납했지만, 언론산업 위기 속에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한국의 언론 종사자들도 ‘롤모델’을 물어보면 꼭 이 회사를 꼽곤 한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스타 격인 미국의 대표 일간지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는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이 옮겨오며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851년 창간해 독일계 유대인 아돌프 옥스가 1896년 인수했다. 회사 주식은 두 종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클래스에이(A)’ 주식 보유자는 이사회 이사진의 30%만 선출할 수 있다. 나머지 70%는 ‘클래스비(B)’ 비상장 주식의 약 95%를 가진 옥스·설즈버거 가문의 신탁으로 선임한다. 옥스 가문이 130년 가까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2년 연간 보고서에서 회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는 청중이 세상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품질 뉴스와 정보를 만들고, 수집하고, 배포하는 데 주력하는 글로벌 미디어 조직이다.”
정규 직원 수는 약 5800명이고, 이 가운데 저널리즘 관련 인력이 2600명 이상이다. 그러나 사업 분야는 미디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뉴스와 팟캐스트, 게임, 요리, 쇼핑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제품 평가·추천 사이트인 ‘와이어커터’를 3천만달러에 인수했다. 2022년에는 영단어 5개를 맞히는 인기 낱말 게임 업체인 ‘워들’과 스포츠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신생기업) <디 애슬레틱>을 각각 사들였다. <디 애슬레틱> 인수에 쓴 돈만 5억5천만달러(약 7천억원)에 이른다.
<뉴욕타임스>의 성장 전략을 읽는 핵심 열쇠는 번들(묶음)과 구독이다. 종이신문 구독자와 광고매출 감소로 언론사들이 온라인 뉴스 등 디지털 유료 구독자 확보로 눈을 돌리는 건 일반적인 추세다. 번들은 <뉴욕타임스>가 구독자를 끌어들이려 사용하는 무기다. 게임, 제품 리뷰 등 일상적인 서비스에 노출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뉴욕타임스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에 접속해 다달이 구독료를 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뉴욕타임스>가 경쟁 상대로 <워싱턴포스트> <시엔엔>(CNN) 등 기존 매체를 넘어 애플, 구글, 메타, 트위터 등 플랫폼 기반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꼽는 것도 이런 이유다. 플랫폼 시장에서 구독자 확보를 위해 함께 다투는 경쟁자라는 의미다. 한국으로 치면 <한겨레>나 <조선일보>가 경쟁사로 네이버, 카카오를 지목하는 격이다.

애플·구글을 경쟁 상대로
<뉴욕타임스>의 매출액은 2020년 17억8천만달러에서 2021년 20억7천만달러, 2022년 23억1천만달러로 최근 3년 새 29.4% 늘었다.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1.3% 늘었다. 디지털 구독 수익이 전년 대비 26.5% 급증하며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사업별 매출 비중은 디지털 구독 매출이 전체의 42.4%로 가장 높다. 이어 종이신문 구독 매출 24.9%, 디지털 광고 13.8%, 종이신문 광고 8.9% 순이다. 광고·종이신문 매출의 정체와 부진을 디지털 구독의 성장으로 극복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의 순수 디지털 구독자 수는 2018년 300만 명에서 2022년 880만 명으로 불어났다. 디지털 구독 매출액은 이미 2022년 종이신문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 회사가 제품 개발에 쓰는 돈이 가파르게 늘어나 2022년 최초로 2억달러를 넘어선 점도 눈에 띈다. 디지털 전환에 여전히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은 10% 내외다. 번들과 구독 확대에 초점을 맞춘 사업다각화의 고민도 엿보인다. 디지털 가입자 한 명당 월평균 매출액은 2021년 4분기 9.6달러에서 2022년 4분기 8.9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신규 구독자 유치를 위한 할인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
한국의 언론 기업들이 과연 <뉴욕타임스> 뒤를 따를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언론사 사주나 대표이사 중에 자신을 플랫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뉴스가 아닌 번들 같은 일상 서비스로의 진출 확대와 기사 연성화에 내부의 거부감이 있고, 한국 독자가 이런 변화를 반길지도 미지수다. 그래도 시도는 필요하다. 변화의 고민은 원래 피로한 법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4월호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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