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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우주에서 전기 만들어 지구로 전송
[FUTURE] 우주 태양광발전
[155호] 2023년 03월 01일 (수)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과학계는 우주공간의 태양광을 이용해 발생시킨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상의 전기수신장치로 전송할 계획이다.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공상과학소설 이상의 현실성이 있을까.

슈테판 슈미트 Stefan Schmitt <차이트>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공학자들이 ‘우주 태양광전력 실험장치’(SSPD)의 일부를 모멘터스(Momentus)가 제작한 비고라이드(Vigoride) 우주선 위에 조심스럽게 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2023년 1월3일 스페이스엑스(SpaceX)의 발사체에 이 장치를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누리집


지구는 원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지구 어디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더라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낮에도 구름이 태양을 아예 가려버릴 때가 많다. 그렇다면 태양이 절대 지지 않고 날씨 영향도 받지 않는 우주공간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수는 없을까?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이미 60년 묵은 구상으로 지금까지는 환상 속 기술로 치부됐다. 멋있게 들리지만 절대 실현되지 않을 기술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것도 엄청난 변화의 조짐이다. 2023년 1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스페이스엑스(SpaceX)의 발사체에 ‘우주 태양광전력 실험장치’(SSPD)를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진은 우주 태양광발전 시연 장비를 우주로 보내 태양전지판을 펼쳐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고, 이를 지구로 무선 전송하는 실험을 6개월간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상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지상에 거대한 송전탑을 세웠다.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은 이미 2019년 “전세계 최초로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도 우주 태양광발전에 벌써 뛰어들었다. 유럽에서도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해 우주 태양광 전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유럽우주국(ESA)은 2022년 가을 독일 뮌헨 인근 오토브룬에서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에어버스와 무선전력 전송기술 개발업체인 뉴질랜드 스타트업 엠로드(Emrod)는 오토브룬의 한 공장 건물에서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 원리를 소개했다. 한쪽에는 벽 높이의 직사각형 안테나가, 그리고 36m 떨어진 곳에 비슷한 크기의 수신기와 미니어처 도시가 있었다.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된 전력을 공급하는 안테나는 마이크로파를 생성하고, 마이크로파는 전력으로 재변환된다. 변환된 전력은 미니어처 도시에 공급돼 도시 곳곳에 설치된 램프의 불을 밝힌다.
미니어처 도시는 오래전에 철거됐지만, 해당 모습이 담긴 영상은 남아 있다. 에어버스의 장도미니크 코스트 블루스카이 그룹장은 “미니어처 도시는 유럽 최초의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의 시연이었다”고 말한다. 코스트는 에어버스에서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블루스카이팀은 미니어처 도시와 더불어 미니어처 전해장치도 구축했다. 미래형 모델인 미니어처 전해시설에서 극소량의 청정 수소가 만들어졌다. ‘태양광을 포착해 마이크로파로 전송하고 전력으로 변환한다.’ 마치 공장에서 얻어지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과학계의 선두 매체인 <사이언스>는 오토브룬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 행사를 소개하는 기사에 ‘우주 태양광발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인가’라는 제목을 달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 평가를 진행하던 니콜라이 조지프의 말을 인용했다.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을 둘러싼 ‘톤 앤드 매너’(어조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 독일 뮌헨 인근 오토브룬에 있는 에어버스 ‘우주·방위사업부’ 전경. 에어버스는 우주 태양광 전송 기술을 응용해 풍력발전단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REUTERS

중국, 유럽, 한국, 일본도 추진
2022년 유럽우주국은 기업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에 우주 태양광발전소의 실현 가능성 연구를 의뢰했다. 롤랜드버거는 우주 태양광발전소가 유럽 전력망에 지속해서 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면 에너지 수요를 보완하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지구의 태양광 전력과 달리, 우주 태양광 전력은 날씨나 시간대와 무관하게 언제든 공급할 수 있다. 롤랜드버거는 연구보고서에서 “우주에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며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핵심은 독자적 기술”이라고 적었다.
2022년 11월 말 유럽우주국 장관급 협의체 회의에서 2억5천만유로(약 3388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솔라리스’(Solaris)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솔라리스는 유럽우주국이 우주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전력을 생산해 무선으로 지구에 전송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프로젝트다. 유럽우주국에서 솔라리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레오폴트 주메러에 따르면, 유럽은 2025년까지 실험용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의 계획에 합류할 수 있고, 특히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노하우를 2040년쯤이면 충분히 쌓게 될 것이다.”
우주 태양광발전소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브레멘에 있는 항공우주대기업 ‘OHB 시스템’ 소속 전문가들을 포함한 롤랜드버거 연구보고서 저자들은 우주 태양광발전소의 무게가 6천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6천t은 국제우주정거장의 1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천 개의 개별 요소가 우주에서 거대한 태양광 집적판으로 합체된다. 3만6천km 떨어진 거리에서 2기가와트 규모의 마이크로파가 지구로 송전될 것이다. 2기가와트는 독일의 현재 발전용량의 1%이자, 핵발전소 1.5개의 발전용량에 해당한다.
롤랜드버거 연구보고서 저자들은 근본적인 실현 가능성은 증명됐지만, 구체적인 기술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적시했다. 그리고 “비교적 높은 초기 비용과 결정권자들의 회의적인 태도는 지금까지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을 늦춰왔다”고 썼다.
높은 초기 비용과 결정권자들의 회의적인 태도 모두 납득이 간다.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은 오로지 대형 프로젝트로만 가능하며, 최초의 발전소가 가장 비싼 발전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대규모 전송이 가능해지면 차후 비용은 저렴해질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우주 태양광발전소의 운영 주체다. 유럽우주국이 직접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할지(아마 아닐 것이다), 다른 기관이 운영할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 유럽우주국(ESA)은 2억5천만유로(약 34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솔라리스’(Solaris)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솔라리스 소개 영상이 우주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전력을 생산해 무선으로 지구에 전송하는 기술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유럽우주국 유튜브

지상이 우주보다 저렴해질 것
그래도 진전은 있다. 2021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학술지 <IEEE 저널 오브 마이크로웨이브>(IEEE Journal of Microwaves)의 대규모 조사평가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우주 태양광발전소 관련 활동이 크게 늘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초극세 태양광 필름 성능 개선으로 우주에서 돌돌 말린 태양전지를 펼 수 있는 거대한 집열판의 구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켓 발사 가격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에 우주로 화물 1kg을 발사하는 비용은 현재 스페이스엑스의 재사용 가능한 팰컨 로켓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무려 20배에 이르렀다.
태양광 패널 가격도 급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신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역사상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원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해 지상 태양광 전력이 우주 태양광 전력보다 저렴할 가능성도 크다.
우주 태양광발전 수신장치가 차지하는 공간이 발전량 대비 기존 발전소보다는 공간을 더 많이 필요로 하지만, 풍력발전단지나 태양광단지만큼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 태양광발전 수신장치가 향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들지는 개발자가 풀어야 할 문제다. 그리고 다른 ‘전자기 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처럼 마이크로파 또한 특정 환경에선 심정지 호흡을 유발할 수도 있다. ‘휴대폰 전자파’에 이어 이제 ‘위성 전자파’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일까?
1968년 체코계 미국인 엔지니어 피터 글레이저 박사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태양으로부터의 전력과 미래’에서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향한 기본 구상을 설명했다. 2014년 글레이저 박사의 사망 뒤 <뉴욕타임스>는 그의 우주 태양광발전 구상에 대해 “정부가 타당성 검토에 2천만달러를 썼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지만 결국 너무 복잡다단하고 고비용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썼다.
오늘날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의 지지자는 <뉴욕타임스>의 피터 글레이저 박사의 부고 기사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의 관심도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결국 공상과학소설에 불과할까?
 

   
▲ 무선전력 전송기술 개발업체인 뉴질랜드 스타트업 엠로드(Emrod)는 2022년 9월 독일 뮌헨 근처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우주 태양광발전 기술의 원리를 소개했다. 엠로드 누리집

에어버스, 구리선 대체 기술로
장도미니크 코스트 에어버스 블루스카이 그룹장의 마이크로파 기술에 대한 인터뷰는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그는 마이크로파를 ‘파워 비밍’(Power Beaming·에너지를 레이저처럼 전자파로 전송하기)이라고 부르면서, 에어버스는 유럽우주국의 솔라리스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마이크로파를 독자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라는 말 자체를 아예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에어버스는 현재 송전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 송전 기술을 이용해 풍력발전단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코스트는 “에어버스는 개발된 송전 기술로 무엇보다 구리선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송전선과 비교해 파워 비밍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송전 속도가 더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신규 고압전선을 설치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파워 비밍을 상용화할 수 있다면 일단 지상에서 에너지 전환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 대목이다.
에어버스는 비행하는 무인 드론에 마이크로파로 에너지를 송전한다는 중기 계획을 갖고 있다. 코스트는 향후 (부분) 전기동력 여객기도 무선으로 충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어버스는 이를 위해 안테나 역할을 하는 외피를 개발해야 한다.” 항공기의 탈탄소화가 시급한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로서는 논리적인 귀결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주 태양광발전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에어버스는 일단 위성을 위한 주문형전력(Power-on-Demand)에 처음 응용할 계획이다.” 위성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제조업체로서 우주 궤도의 고객을 위한 소형 태양광발전소는 에어버스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상에서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태양광발전소가 장기적으로 뒤이을 것이라고 코스트는 설명한다. 시험 미션은 지금으로부터 5~10년 뒤, 기가와트 규모 용량의 실질적인 발전소는 2040년쯤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유럽우주국의 솔라리스 프로젝트 관계자를 포함한 국제적으로 수많은 관계자가 제시하는 일정과도 들어맞는다.
우주 태양광발전소의 목적은 지상의 재생에너지 전력량 비율을 조금이라도 늘리기보다는 우주항공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는 여전히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이다.
솔라리스 명칭에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동명 공상과학소설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솔라리스 행성에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을 소유한 해양 생명체가 살고 있다. 해양 생명체는 연구용 우주선의 우주비행사들을 죄책감과 욕망에 직면하게 한다. 오늘날 우주의 청정에너지가 지구라는 우주선에 탑승한 인류에게 갈등을 안겨주는 것과 유사하다.

ⓒ Die Zeit 2023년 제4호
Immer auf der Sonnenseit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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