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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돕느라 나랏돈 줄줄 샌다
[SPECIAL REPORT] 정부 지원에 중독된 프랑스 기업- ① 실태
[155호] 2023년 03월 01일 (수)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는 시민 복지가 아니라 ‘기업 복지’ 국가가 됐다.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늘어난 감세와 보조금 정책으로 프랑스 기업들은 나랏돈에 중독됐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실효성 없는 기업 지원 보따리는 갈수록 두툼해진다. 그 가짓수가 무려 2천 개에 이른다. 나랏돈에 중독된 기업들은 ‘온실’ 속에서 혁신 의욕을 잃어가고, 돈줄이 끊기면 문을 닫아야 하는 ‘좀비’ 기업이 넘친다. 프랑스 경제월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프랑스 정부의 기업 지원책을 해부했다. _편집자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REUTERS


복지국가는 잊어라. ‘기업 웰빙시대’가 최고다! 이제 국가는 기업에 봉사한다. 지난 40년간 프랑스 기업은 나라에서 주는 돈에 서서히 중독됐다. 중독 증세가 심해질수록 돈을 더 많이 받아내려 한다. 그 돈줄이 단 한 번만 끊겨도 문을 닫아야 할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정부가 기업을 돕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까. 필요한 지원이든 아니든 결과는 한결같다.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기업은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지 않았다. 정부지원금은 기업의 혁신을 부추기기는커녕 의지를 꺾어버렸다. 나라 금고에서 공돈이 떨어지는데 어느 회사가 골치 아프게 다른 업체와 경쟁하려 하겠는가. 금고에 돈은 마르지 않는다. 가계 아니면 정부가 채워준다. 나랏빚은 늘어간다.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프랑스 직업장인회의소(CMA)가 만든 누리집에 들어가면 2023년 1월 초 기준 프랑스 정부가 기업에 주는 혜택이 2천 개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짓수도 많다. 정부는 법인세를 면제 또는 공제해주거나, 기업에 자본을 직접 투자하거나, 설비 또는 투자를 돕는다. 그 덕에 프랑스 기업은 합법으로 세금을 덜 내고 정부 예산을 떼어 쓸 수 있다.
혜택이 많아도 너무 많다. ‘대상이 누구인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책 도입 배경이 무엇인지’ 등 단순한 질문에 분명하게 답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나와 있는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니 이것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프랑스 기업이 공공재정에 중독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경제에 부작용이 없지 않다.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업 혜택의 가짓수가 많은 탓에 대부분의 회사는 무엇을 신청할지 찾지 못하고 헤맨다. 특히 작은 회사는 더하다. 중소기업연맹(CPME)에서 경리를 담당하는 베네딕트 카롱 부사무총장은 “그야말로 난마”라고 표현한다. “매우 복잡하다. 회사 대표가 일부러 시간을 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주먹구구식 지원책
물론 잘 알려진 혜택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보험료 면제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놓치지 않고 챙긴다. “공인회계사가 사업자에게 이런 혜택이 있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회계사도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동종 업계 사람에게 정보를 얻기도 한다. 어떤 납품업체는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쪽 회사에 이득이 있어서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렵다.”
인터넷에 ‘기업 혜택’을 검색하면 지원 신청을 도와주는 자문업체의 연락처가 줄줄이 쏟아진다. 카롱은 “자문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회사 대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찾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여러 자문업체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다. 그는 자문업체가 “행정 업무의 80%를 대신해준다”며 “도움 없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자문업체를 통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자문업체는 어떤 신청 서류가 통과되고 통과되지 않을지 안다. 원래는 받을 수 없는 혜택을 받게 하는 법도 알려준다.” 그런 혜택을 받을지 말지는 온전히 사업자의 윤리성에 달렸다. 자문비로 “받은 지원금의 10~12% 정도를 떼어간다.”
기업 지원책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가령 정부가 지원하지 않았다면 어떤 투자는 실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의 중소기업 사장은 “정부지원금 대부분이 대기업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카롱은 “당연하다”며 “대기업은 법률 전문인력이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감시기구’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막심 콩브는 최근 발간한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을 조정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이처럼 난해한 정책은 실효성을 점검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정부가 주는 혜택을 빠짐없이 챙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이나 연구개발 측면에서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5개년 투자계획인 ‘프랑스 2030’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 분야 투자금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먼저 할당돼야 한다.”
 

   
▲ 회원사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인 프랑스의 대표 기업 네트워크 ‘프랑스기업운동’(MEDEF) 정례회의. 프랑스의 기업 지원금은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가고, 중소기업은 정보 부족으로 제대로 받지 못한다. MEDEF 누리집

1500억유로 어디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정부는 기업에 모두 650억유로(약 88조원)를 지원했다. 2013년 재정경제부 산하 재정감사국(IGF) 보고서를 보면 그 금액이 1100억유로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제랄드 다르마냉 재정장관 시절에는 1400억유로였다.
프랑스 경제사회연구소(IRES)는 프랑스노동총연맹(CGT)의 위임을 받아 릴대학 사회경제연구소와 함께 지원금 총액을 다시 계산하고 2022년 말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서문을 보면 “엄격한 객관성에 따라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받는 세액공제는 법인세액공제와 일반세액공제 두 가지가 있다.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은 지금까지 엄청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2019년 기준 1570억유로). 그 규모를 따지면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6.4%이고 정부 예산의 30% 이상이다. 일반세액공제까지 포함하면 각각 8.5%, 41%에 이른다. 1979년에는 GDP의 2.4%(일반세액공제 포함 2.6%) 수준이었다. 프랑스 기업 호주머니로 들어간 공공재정은 계속 불어났다. 그 속도는 2000년대 초부터 빨라졌다.
특히 2010년 유로존 위기,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업에 주는 혜택이 대폭 늘어났다. 콩브는 지금이 ‘기업 웰빙시대’라고 말한다. 기업을 위한 복지국가의 시대다. 그는 “공공재정 지출의 성격이 변했다”며 “정부는 가계가 사회보험 등 공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동시에 기업 지원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입을 줄이고 기업에 돈을 준 대가로 얻은 게 있으면 괜찮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대표 사례로 대규모 특별 지원책이 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경제사회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주려고 개인소득세를 올린 사실을 알 수 있다.
 

   
▲ 프랑스의 대표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파리 본사. 프랑스 정부가 기업에 주는 혜택이 갈수록 늘어나 2천 개에 이른다. REUTERS

중독의 덫
2019년 정부 재정수입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2007년에 견줘 7%포인트 이상 높다. 가계 허리띠를 졸라매 만들어낸 돈으로 기업을 도운 셈이다. 사회보장정책평가보고서(REPSS)도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프랑스 기업은 사회보험재정의 65.2%를 부담했다. 이후 각종 공제 혜택이 생기면서 그 비중은 2020년 46.9%까지 떨어졌다.
오늘날 사회보험재정의 가장 큰 수입원은 가계가 내는 보험료다. 사회보험재정은 기업을 돕느라 몇 년째 감소세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 계산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이 내는 사회보험료 간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기업이 공공재정에 보태는 몫은 줄어들면서 받아가는 몫은 늘어난다. 정부는 가계 부담을 올리는 것만으로 기업 지원책 재원을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빚을 늘렸다.
기업 지원책은 실효성 없고 비용만 많이 드는 게 아니다. 기업이 공공재정에 점점 더 의존하게 한다. 정부가 지원을 끊으면 고용률 하락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민간 기업의 혁신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공조달임을 보여주는 대학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게 하는 편이 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세금을 깎아줄 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최신 저서에서 비슷한 결론을 냈다. 그의 책에 따르면 ‘아폴로’ 임무가 위험 투자와 혁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데는 정부 역할이 컸다. 프랑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 계획도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이 점을 이해한 미국은 국방 관련 조달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혁신개발에 앞장섰다. 반면 프랑스 기업은 혁신보다 정부가 세부담을 덜어주길 기다린다. “프랑스에 기업 혜택이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고 콩브는 말한다. “기업은 정부 역할이 줄어들길 바라지 않는다. 정부가 이미 기업 편에 섰다. 기업이 ‘더는 고용할 수 없다’는 둥, ‘에너지 비용이 너무 올랐다’는 둥, ‘제조방식을 친환경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둥 조금만 투정해도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프랑스 기업이 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변함이 없다. 돈을 더 많이 주고 세금을 더 많이 깎아달라는 것이다. 큰 회사일수록 기대치가 크다.
프랑스는 기업 지원책의 무한 굴레에 갇혔다. 이 지원책은 예산이 많이 드는데다 나랏빚까지 늘린다. 그렇게 한 보람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약 다음에도 기업이 정부지원금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면 할 말이 생겼다. 여태 그만큼 받아놓고 무얼 했느냐고.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2월호(제431호)
Le coût exorbitant des aides aux entrepris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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