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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평가 없이 예산만 늘려
[SPECIAL REPORT] 정부 지원에 중독된 프랑스 기업- ③ 톤세와 에너지효율 개선 지원
[155호] 2023년 03월 01일 (수)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9월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 기반한 해운회사 세엠아세제엠의 새 컨테이너선이 공식 진수식을 위해 항구에 정박해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영업이익 150억유로를 기록했다. REUTERS


38억유로(약 5조원). 톤(t)세가 없었다면 2022년 프랑스 정부가 받았을 세금이다. 톤세는 2022년 공제율이 가장 큰 제도였다. 프랑스 기업은 이익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해운회사는 아니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해운회사는 화물운송역량(t)에 따라 매긴 세금인 톤세를 낸다. 이 제도는 회사에 유리하다. 돈을 많이 벌어도 화물운송역량은 그대로여서 이를 바탕으로 매긴 세금이 달라지지 않는다.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 기반한 해운회사 ‘세엠아세제엠’(CMA CGM)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최근 영업이익 150억유로를 기록했다. 토탈에너지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해운업계 수익률이 오를수록 정부가 놓치는 세수가 늘어난다.
톤세는 2003년 프랑스가 도입한 후 다른 유럽 나라로 퍼졌다. 톤세 도입의 목적은 국내 선박과 선원을 보호하고, 아울러 편의에 따라 배를 다른 나라에 등록하는 태세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파나마공화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외국 해운사가 자국 선박으로 등록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들 나라는 규정이 덜 까다롭고 세금을 훨씬 적게 낸다. 해운사를 위한 조세회피처인 셈이다.

조건 없는 혜택
언뜻 유럽 해운사가 톤세 덕택에 조세회피처의 유혹을 견디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 3대 해운사가 모두 유럽 회사다. 3위 세엠아세제엠 앞에 이탈리아-스위스 회사인 MCS그룹과 덴마크의 머스크(Maersk)가 있다. 하지만 해운사를 지원하는 수단은 톤세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에는 ‘국제선박등록제’(RIF)가 있다. 제2등록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프랑스 해운사가 거의 모든 선박을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스 해운사의 국제경쟁력 유지를 목적으로 2005년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는 비유럽 외국인을 전체 선원의 65%까지 고용할 수 있다. 모든 선원은 자국 법률을 적용받는다. 그래서 회사는 주로 인건비가 싼 나라 출신을 고용한다. 국제선박등록제는 프랑스 해운사의 사용자 부담 사회보험료도 감면해준다. 국제운수노련(ITF)은 이 제도가 편의적 선박등록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런 제도로 프랑스 무역선박의 절반이 등록돼 있다. 게다가 무역선박은 대체로 규모가 크다. 이 선박의 화물운송역량은 전체 85%를 차지한다.
편의적 선박등록에 대응하라고 만든 톤세에 ‘저가’ 제2등록제까지, 프랑스 정부가 해운사에 해줄 수 있는 혜택은 다 줬다. 에마뉘엘 샬라르 프랑스 노동총연맹 해양무역노련(FOMM) 위원장은 “톤세와 제2등록제를 보면 정부가 해운산업 전략을 얼마나 잘못 세웠는지 알 수 있다”며 “그런 혜택을 주고도 세계 시장 점유율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제 경쟁이 치열한 해운산업에 지원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프랑스 해운사가 여러 혜택을 중복으로,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누리는 것은 문제다. 사회보험료 등 세금공제율을 줄이고 톤세율을 높여야 한다. 고칠 게 없어서 못 고치는 게 아니다.

에너지효율 개선의 허점
프랑스 조세제도에서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의 부가가치세를 낮춰주는 정책을 문제 삼은 적은 별로 없다. 부가가치세가 5.5%만 붙는다. 공제된 세금이 매년 10억유로를 웃돈다. 2021년 14억유로(약 1조9천억원)를 기록했다. 그런데 관련 소식은 정부가 단열공사비를 보태주는 제도인 ‘마프림레노브’(MaPrimeRénov)만큼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공공재정에서 손해 보는 돈이 에너지효율 개선과 관련한 정부 지출 총액의 20~30%를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단열 공사비 보조금보다 조금 적다.
주택 리모델링과 보수 공사의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제도는 불법 공사 방지를 위해 오래전 도입됐다. 이 제도에서 2014년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가 분리돼 별도 공제 항목이 됐다. 기후변화가 심각해 어쩔 수 없다. 에너지소비량을 줄이는 리모델링 공사는 이제 필수다. 단열재 없이 건물 외벽에 시멘트만 덧바르는 걸로는 안 된다. 첫 공사는 부가가치세를 5.5%, 두 번째는 10% 낸다. 이렇게 부가가치세를 깎아준 뒤 변화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그 답을 알려주는 연구조사가 전혀 없다. 2016년 프랑스 감사원에 따르면 관련 자료가 없어 이 제도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나와 있는 정보에 따르면 연간 공제액은 관련 업계의 활동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기대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프랑스 재정경제부 산하 재정감사국(IGF)도 “부가가치세 인하 제도가 예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지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부가가치세를 깎아줘서 에너지효율 공사가 더 많아졌는지, 기업이 이윤을 더 많이 남기고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재정감사국은 제도에 소득 요건을 두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집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공사는 고소득 가정이 많이 한다. 실제 세율공제 혜택을 누린 주택을 보면 대다수가 부잣집 별장이다.
기후연구소(I4CE)의 막심 르데즈는 환경 측면에서 보면 “부가가치세율을 5.5%로 낮춰줘도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나 전반적인 보수 공사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제도는 부분 공사 비용만 지원한다. 건물의 일부만 고쳐서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이지 못한다.” 이는 프랑스 에너지효율 개선 관련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금 정책으로는 사람들이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공사를 한번에 하지 않는다. 창문이나 보일러만 그때그때 바꾸려 한다.
르데즈는 “이 제도를 기후 예산의 지출 항목으로 분류했다. 그보다 더 멀리 가야 한다.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 보조금을 국가 기후목표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프림레노브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구체적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예산만 늘린다. 돈을 많이 쓴다고 정책 효과가 나아지는 게 아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2월호(제431호)
Les aides sont-elles efficac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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