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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권력’과 신성한(?) 소유권리론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55호] 2023년 03월 01일 (수)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1976년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미국 뉴욕에 있는 조앤로즈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조앤로즈 식당 모습. KKR 누리집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상(?)이 2023년 3월 정기주총 시즌을 벌써 달군다. 직원 몇 명을 두고 서울 여의도 작은 사무실에 차린 토종 사모펀드(PEF)들의 행동 돌입에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기업이 지분경쟁에 휩쓸리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사모집합투자기구’로 불린다. 펀드는 시장에 흩어져 있는 여러 투자자의 돈을 한데 끌어모은 집합체다. 사람이든 돈이든 한곳으로 동원해 집중하면 무언가를 바꾸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집합 권력’이 생긴다. 대다수 시장참여자는 형성된 시장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사모펀드가 행동에 나서면 시장가격(주가)도 단숨에 출렁거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1976년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미국 뉴욕에 있는 조앤로즈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가 제롬 콜버그까지 끌어들여 창업했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들을 순식간에 억만장자 대부호로 바꿔놓은 KKR은 이른바 바이아웃(BuyOut·기업인수)의 제왕이자 차입매수(LBO) 전략의 설계자로 불린다. ‘소유경영권 참여·획득’을 목표로 설정하는 적대적 인수,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최종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부채 차입 조달, 그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기 위한 혹독한 인력·자산·사업 구조조정이 사모펀드 특유의 투자수익 기법이다.
보험·주식회사·복식부기를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상품이라고 한다. 집합자금을 동원한 자본력으로 시장가격을 뒤흔드는 사모펀드도 3명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상품을 생산·교환하는 시장은 애초부터 무정부적이다. 강제 집행력을 가진 국가기구의 계획이나 명령 없이 생산자·소비자 모두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터라 생산 제품이 시장에서 과연 팔릴지, 팔리지 못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지 온통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156년 전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이를 “상품의 필사적인 도약”으로 묘사했다. 펀드는 집합투자자금 결성과 ‘소유권리론’ 철학을 기반으로 이 불확실성을 돌파하려 한다.
소유권리론의 지식재산권자는 로버트 노직 미국 하버드대학 철학교수다. 그는 존 롤스의 <정의론>(1971)을 비판하며 쓴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1974)에서 시장경제에서 재산권·소유권은 천부인권 못지않게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고 설파한다. 어느 대부호가 난치병을 치료할 의료 신제품을 대량 구입한 뒤 갑자기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정당한 처분권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자본시장 세계의 사모펀드는 ‘바깥에서 목소리 내는’ 방식보다 아예 소유경영권을 차지해버리는 공격적 기법이 더 많은 이익을 얻게 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사실을 소유권리론에서 발견했다.
시장은 자본·정보 등 권력 자원이 불평등하게 분포된 터라 근본적으로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지배 지분이나 경영권 프리미엄은 순수하게 ‘경영할 권리’를 획득한다는 의미보다는 회사 이익을 자신에게 훨씬 유리한 쪽으로 배분하거나 독차지할 ‘권력’을 내포한다. 예컨대 상장 4대 금융지주가 2022사업연도에 수많은 주주에게 준 배당금 합산액은 4조980억원인데, 이 지주회사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각 은행(비상장 자회사)에서 받은 주주배당금은 훨씬 더 많은 총 5조3261억원에 이른다.
물론 사모펀드가 경영진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사업·투자, 후진적 지배구조, 대주주의 부당 내부거래로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해온 기업을 주로 조준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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