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지켜지지 않을 약속의 신기루
[COVER STORY] 무너지는 테슬라 신화- ② 법정 다툼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클라스 타체 Claas Tatje <차이트> 기자

   
▲ 2020년 5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 앞에서 한 시위자가 일론 머스크를 비판하고 있다. 당시 머스크는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공장폐쇄 명령을 무시하고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REUTERS

테슬라 차량 구매자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라는 회사의 약속을 구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 일론 머스크는 탄소제로를 약속했다. 머스크는 2년 전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 동부에 기가팩토리를 짓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장 바로 옆에 모든 사람에게 열린 ‘생태학적 천국’을 만들겠다고 지역 주민에게 약속했다. 머스크는 “나무에는 새들과 나비를, 강에는 물고기를”이라는 말로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차이트>의 질문에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이런 생태학적 천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테슬라의 신규 공장 건설이 기존 천국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운은 원래 테크기업 변호사이자 공상과학(SF) 작가로 자연애호가이기도 하다. 브라운은 몇 년 전 콜로라도강을 카누를 타고 돌아봤다. <차이트> 취재진과 고가 교량 아래를 걸으면서 브라운은 “콜로라도강을 따라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발견해 무척 놀랐다”고 말한다. 교량 아래로 콜로라도강의 올리브색 강물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왜가리 한 마리가 잘린 나무 밑동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콜로라도강은 텍사스주에서 세 번째로 큰 강인데 오스틴의 산업 불모지를 구불구불 통과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콜로라도강에서 자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근 폐차장에선 오래된 자동차들이 녹슬고 있다. 누구든 원해서 찾아올 곳은 아니다. 그래서 콜로라도강을 따라 펼쳐진 자연은 거의 원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코요테와 때때로 스라소니도 출몰한다. 조류 보호 운동가들은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조류만 360종에 이른다고 집계한다.

말뿐인 생태학적 천국
콜로라도강 유역을 보호하기 위해 브라운은 활동가들과 함께 콜로라도강자연보호협회를 설립했다. 이들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와 생태학적 천국 계획을 접하고 처음에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테슬라를 움직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 장소)을 보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테슬라 부지에 불도저와 트럭이 줄지어 서 있다. 90만㎡ 크기의 ‘기가 텍사스’ 외벽은 거대한 1.5㎞ 길이의 시멘트벽으로 확장공사가 예정됐다. 바로 옆에는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배터리 공장은 기가 텍사스에서 연간 최대 50만 대가 생산될 예정인 테슬라 모델Y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브라운은 대규모 공장 건설이 인근 비오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는 테슬라와 도무지 연락되지 않아 더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도 ‘생태학적 천국’을 더는 언급하지 않는다. 테슬라 관계자들은 자연보호 활동가들과의 마지막 회의에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키워드 몇 개만 무성의하게 반복했을 뿐이다. 활동가를 위한 자료 따위는 없었다. “테슬라에도 결국 수익만 중요했던 모양이다.”
여하튼 오스틴은 수익을 내기에 이상적인 지역이다. 오스틴은 수백만달러의 국가지원금으로 테슬라에 당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역의 경제발전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기가 텍사스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다. 리처드 프랭클린은 최근까지 오스틴스 콜로니(Austin’s Colony) 지역의 집주인협회 소속이었다. 이 지역은 테슬라 팩토리 바로 옆에 있는 깔끔한 전원주택 단지다. 주민 다수는 아프리카 출신이다. 과거 오스틴의 인종차별과 비싼 부동산 가격으로 흑인들은 도심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산업지구에 정착했다.
흑인 밀집 주거지는 아직도 도시의 수도시설과 연계돼 있지 않다. 일반 가구들은 식수를 민간 수도공급업자로부터 탱크트럭으로 받아야 한다. 이는 훨씬 비싸면서도 수질이 오히려 더 나쁘다. “이렇게 공급받은 물은 정수하지 않고는 반려견에게도 주지 않는다.” 반면 대형 산업 고객인 테슬라는 공공 식수를 원활하게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론 머스크의 각종 논란에도 테슬라 주가는 고공행진을 그렸다. 머스크는 계속 승승장구했고 재산도 함께 늘어났다. 월가 투자가 대니 모지스는 테슬라의 시가총액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모지스는 오래전부터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거래 중이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일론 머스크는 이 공장 바로 옆에 모든 사람에게 열린 ‘생태학적 천국’을 만들겠다고 지역 주민에게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REUTERS

‘밈주식’의 최고봉일 뿐
2022년 여름 모지스는 테슬라 주식을 “밈주식(Meme Stock)의 최고봉”이라고 트위트에 적었다. 밈주식이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인기를 얻은 주식으로, 밈주식의 인기는 보통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는 인터넷 밈을 기반으로 한다. 투자 경험이 없는 젊은층이 밈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는 절대 실현될 수 없는 ‘성공 스토리’ 덕택에 지금까지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고 모지스는 비판한다. 투자 고수 모지스는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해 명성을 얻었다.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모지스를 모델로 했다.
모지스를 비롯한 테슬라 공매도 세력은 지난 몇 년간 엄청난 투자 손실을 봤다. 테슬라 주가는 계속 올랐고, 2020년에만 공매도 투자 손실액이 최대 400억달러였다. 최근까지의 상황은 그랬다. 하지만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대혼란과 머스크 CEO가 다른 것에 정신 팔려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테슬라 경영진도 점점 비판의 대상이 됐다. 테슬라 장기 투자자 한 명은 테슬라 이사회에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누가 테슬라의 일상 업무를 지휘하는가?”라고 분노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에 주주들의 좌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영국 투자 서비스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수재나 스트리터 투자분석가는 설명한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을 처분한 자금으로 트위터 인수 비용을 마련했다. 중국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국 내 테슬라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스트리터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테슬라 주주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머스크가 수령한 500억달러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보상 패키지다. 머스크의 스톡옵션 보상 패키지에 대한 적법성(이사회에 압력을 행사해 보상 패키지 승인을 유도했는지 여부)을 따지는 판결이 조만간 내려질 예정이다.

불법 전기차 충전소 소송전
몇 년 전부터 테슬라와 재판은 바늘과 실의 관계가 됐다. 2022년 12월 셋째 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법원에 테슬라의 전기충전소 영업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이 됐다. 전기충전소와 충전기 제조업체 와이어레인(Wirelane)이 테슬라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테슬라가 독일 전국에서 독일 표준에 맞지 않는 자체 전기충전소를 운영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독일 표준을 지키지 않는다면 테슬라 자체 전기충전소는 금지돼야 한다고 와이어레인 쪽 변호사들은 주장한다.
원래는 테슬라가 독일 표준을 따르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는 아니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사면 구매자에게 수년 동안 전기충전을 그냥 ‘선물’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경쟁업체들도 전기충전소를 사용하게 했다. 신규 고객도 몇 년 전부터 테슬라 전기충전소에서 돈을 내고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그래서 콘슈탄틴 슈바프 와이어레인 대표이사는 테슬라에 ‘현행법 준수’를 촉구했다. 그는 머스크에게 실망했다며 자신도 독일에서 초창기 테슬라 전기차 구매자로 신차를 인수하며 머스크와 악수까지 한 일을 들려줬다. 슈바프는 자신의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를 고대했다. 프랑크푸르트 주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테슬라 운전자는 다른 전기충전소에서 비싸게 이용해야 한다. 슈바프는 테슬라가 초지일관 법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에 특히 분노했다. “탄탄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은 법규정을 계속 어길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테슬라는 로펌과 법원의 밥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차이트>는 미국과 독일 어디에서도 테슬라 쪽 답변을 받지 못했다.

ⓒ Die Zeit 2022년 제53호
Das Märchen vom guten Auto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케 부흐터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