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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도심 절반 공실, 기업은 부품·인력난 비명
[ANALYSIS] 경제위기 빠져드는 러시아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미하엘 튜만 economyinsight@hani.co.kr

제재, 전시동원령 그리고 여러 국가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까지 러시아 경제는 푸틴이 야기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하엘 튜만 Michael Thumann <차이트> 기자

   
▲ 2022년 12월14일 러시아 시민들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있는 굼(GUM)백화점의 문 닫은 버버리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REUTER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매일 관저에서 출발해 쿠투좁스키 대로를 지나 크렘린으로 향한다. 푸틴 대통령의 의전 차량 아우루스 세나트는 모스크바 도심의 8차선 도로를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의전 차량의 창문은 검은색으로 선팅돼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적어도 <차이트> 모스크바 사무실 인근에서 자신의 정치가 야기한 결과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모스크바 도심의 매장 절반은 현재 공실 상태다. 출입문에 ‘임대’ 팻말이 붙은 매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살을 에는 한파 때문인지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급호텔인 우크라이나호텔(Ukraina Hotel)과 러시아 총리실이 위치한 지역은 모스크바의 고소득층이 밀집해 거주한다. 이런 고급 주거지에 사는 러시아인들도 이제 실질소득이 예전만 못한 듯하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한 곳과 법인카드로 식사하는 기업인들이 주 고객인 이탈리아 레스토랑 에아탈리(Eataly)가 2022년 10월 문을 닫았다. 쿠투좁스키 대로의 러시아 고급 슈퍼마켓 체인 아즈부카프쿠사(Azbuka Vkusa)도 결국 문을 닫았다. 대신 인근 키옙스카야 기차역 가까이에 저가 편의점 체인 파툐로치카(Pyaterochka)가 새로 문을 열었다.

고급식당·슈퍼마켓 폐업
서구의 러시아 제재가 효과 없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다. 살을 에는 추위의 한겨울에 러시아가 처한 위기는 그 누구도 못 본 척할 수 없을 정도로 명명백백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로 인한 후폭풍을 러시아 정부가 높은 원유 수출 수익과 자본 수출 금지 및 환율 조작 등으로 상쇄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서구의 제재와 전시동원령의 후과를 러시아 곳곳에서 감지하는 단계에 왔다.
2022년 12월 초만 해도 유럽연합의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와 주요 7국(G7)의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여파가 아직 나타나기 전이었다. 두 조처 모두 러시아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느리지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위기 상황을 수치화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러시아의 적지 않은 경제 통계치가 국가기밀로 분류되고 있다. 정부 기관은 그나마 꼼꼼하게 선택한, 즉 윤색한 일부 수치만 공개할 뿐이다. 이렇게 발표한 경제 수치조차도 온통 ‘마이너스’ 일색이다.
러시아 연방통계국(Rosstat) 발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2022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 역성장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 국내총생산이 2023년 1~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정부 기관이 발표한 경제 수치가 실제 맞는지는 외부에서 독자적으로 검토할 수 없다. 러시아 정부는 <차이트>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러시아 기업인 두 명이 철저한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자유로운 기업 풍토는 아예 무시되고 경제는 푸틴의 의지에 따라 전쟁 물자 공급 위주로 재편되는 힘든 시기에, 두 기업인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두 기업인 중 알렉세이 스미르노프(가명)는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차이트>는 스미르노프를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그의 넓은 자택에서 만났다. 그가 생산하는 제품은 대부분 동아시아에서 부품을 수입해 러시아에서 조립한다. 서구의 러시아 제재는 그의 사업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과거에 그의 공장에 납품되는 부품을 실은 컨테이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왔다. 유럽은 러시아가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었다. 스미르노프는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운송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엔 서쪽에서 동쪽으로 운송했다면, 이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송한다.
현재 부품은 태평양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러시아로 들어오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컨테이너 선박에 실려온 상품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옮겨 싣거나 몽골을 통해 러시아 서부로 운송된다. 스미르노프는 “그런데 러시아 (동부의) 항만과 철도역은 이러한 엄청난 양에 대비해 만들어져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부품 배송은 수개월씩 지연되기 일쑤라고 한다. 배송 지연은 스미르노프의 공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달에 많이 생산했다면 다음 달에는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식이다. 부품 공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인데, 최첨단 제품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 2022년 12월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가경제성과전시회(VDNKh)의 전술장비쇼에서 직원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기술적으로 몰락할 것”
모스크바국립대학의 나탈리야 주바레비치 교수(경제학)는 2022년 러시아 경제가 받은 충격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금융자산 동결인데, 환율 조작으로 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철수로, 이는 러시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고 한다. 셋째는 푸틴의 러시아산 가스 수출 금지와 서구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이는 러시아의 외화 수입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민간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충격은 기술 부문의 무역 제재라고 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미국의 마이크로칩 대러시아 수출은 2022년 약 70% 줄었다. 그나마 러시아 국내로 수입되는 것은 모조리 바로 군수산업에 귀속된다. 주바레비치 교수는 “기술과 설비 수입 금지는 단계적으로 러시아 산업의 기술적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산업의 기술 몰락을 막고자 2022년 6월 ‘병행수입’이라는 우회로를 허용했다. 병행수입은 러시아로 오는 서구 제품에 대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나 중동을 통해 수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기업인 스미르노프는 병행수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병행수입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믿을 수 없고 당연히 국제적으로 지탄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병행수입은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스미르노프는 관련 업계의 사례를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아이폰 수요가 많은데 대부분의 아이폰이 병행수입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러시아 판매업체들이 2022년 7월 선결제한 아이폰이 10월 말에야 아랍에미리트와 카자흐스탄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왔다고 한다.
병행수입은 정상적인 수입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바레비치 교수는 지적했다. 서구가 러시아 제재를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중간 유통업체로 확대할 경우, 병행수입도 덩달아 중단될 위험이 장기적으로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 여파는 모스크바 같은 부유한 도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쿠투좁스키 대로에 즐비한 매장이나 모스크바 외곽 대형 쇼핑몰이 비어 있다. “모스크바 외곽 대형 쇼핑몰의 최대 5분의 1이 공실”이라고 주바레비치 교수는 말했다. 소매업 매출은 2021년 대비 10%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적게 사고 저렴한 것을 찾는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지운 짐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2022년 9월 발동한 전시동원령이다. 전시동원령은 서비스산업이 발전한 모스크바보다는 대형 산업체가 밀집한 지역 도시들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스미르노프의 공장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직원 중 약 3분의 1이 징집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숙련 인력 상당수도 징집령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 결과 스미르노프의 공장은 가동 중단 위험에 처했다. “전쟁이 시작된 날과 전시동원령이 내려진 날은 우리 공장에 블랙데이로 기록될 것이다.”
스미르노프는 즉각 지역 관공서와 시장, 심지어 도지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신들이 내게서 이 사람들을 빼앗아가면 공장은 당장 멈출 것이다.” 그의 협박성 읍소는 효과가 있어 “징집통지서를 받은 직원 대부분이 징집 취소를 받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징집 취소가 얼마나 유효할지는 전쟁의 추이에 달렸다. 푸틴의 전쟁은 점점 더 많은 국민을 갈아넣고 있다. 그리고 징집은 지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2022년 12월3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있는 스포츠 및 애국 클럽 ‘야로폴크’에서 민간인을 위한 초기 군사훈련에 참여한 시민들. REUTERS

핵심 인력 탈출 이어져
전시동원령은 25~40살 남성 노동인구에 집중됐는데, 이들은 일선 공장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력이다. 러시아 군대와 산업은 전문인력을 놓고 다투는 중이다. 푸틴은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 오래전에 결정했다. 러시아 산업은 군대의 상황에 맞춰야 한다. 망치를 들 수 있는 남자라면 모두 징집 대상이다. 러시아 니즈니타길에 있는 최대 규모의 장갑차 공장 우랄바곤자보트(Uralwagonsawod)조차 전시동원령으로 핵심 인력을 잃었다. 그 결과 하루아침에 T-90 장갑차 생산이 멈췄다. 하지만 정부는 전선으로 징집한 핵심 인력을 원위치로 돌려보내는 대신, 지역 교도소 수감자 250명을 장갑차 공장에 투입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스미르노프의 모스크바 본사 직원들은 징집통지서를 받기 전에 미리 국외로 도피했다. 이들은 현재 조지아, 중앙아시아와 터키 등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전히 스미르노프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를 통해 서로 만난다. 일단은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스미르노프는 여전히 “고질적인 인력난”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인 수십만 명이 나라를 등졌다. 러시아인들의 탈출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인들의 주요 행선지는 중앙아시아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사는 드미트리 오를로프(가명)가 앱을 통해 <차이트> 모스크바 특파원 사무실과 연결됐다. 오를로프는 모스크바에서 20년간 잘나가는 홍보대행사를 운영했다.
오를로프는 2022년 2월24일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기존 민간 고객들은 떨어져 나갔고, 많은 고객이 국외로 떠났다. 대신 러시아 정부 기관과 방위산업 공장에서 홍보를 맡아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오를로프는 러시아에 더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쟁 홍보대행사로 일할 마음이 전혀 없다.
오를로프처럼 수많은 러시아 사업가가 중앙아시아, 조지아, 아르메니아로 떠났다. 러시아 정부는 국외로 출국한 러시아인 수를 함구한다. 전쟁과 전시동원령 상황에서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도 있고, 고객이 있는 서구로 향한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인들은 이웃 국가들에서 유럽과 사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난 일자리는 더 이상 러시아의 일자리가 아니고 세금도 러시아로 들어가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보다 작다. 하지만 인구 3천만 명의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시장에 속한다. 오를로프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어로 문제없이 사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마치 20년 전 러시아처럼 경제 호황기에 있고 많은 것을 구축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일할 자유가 있는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말로 오를로프는 자기 생각을 요약했다.
지속적인 불황기의 러시아에서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없다. 번뜩이거나 재치 넘치는 생각이 불황기에는 떠오르지 않는 법이라고 오를로프는 지적한다. “네 아이디어는 필요 없다. 네게 군복을 입히고 싶을 뿐이다. 네가 시체가 되면, 네 가족에게 위로금을 조금 던져주겠다고 나의 조국은 말하고 있다. 이건 받아들이고 싶은 경쟁력 있는 제안이 아니다.”

ⓒ Die Zeit 2022년 제51호
Wie geht es Russland wirkl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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