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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기준 내세웠지만 좌우파 모두의 비난 받아
[INVESTMENT] 블랙록의 ‘각성 자본주의’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70)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공화당은 그의 ‘깨어 있음’(wokeness, 워크니스)을 꼬집고, 환경론자는 그가 한 약속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팀 바르츠 Tim Bartz 이네스 최틀 Ines Zöttl
<슈피겔> 기자

   
▲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가운데)이 2022년 11월30일 미국 뉴욕에서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DealBook Summit)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REUTERS

미국 기준으로 스콧 피츠패트릭(35)은 온건한 공화당원이다. 미주리주 재무장관인 그는 음모론자나 트럼프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다. 그는 작지만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자신의 고향 미주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파 진영에서 ‘워크니스’라고 보는 것들을 경멸한다. 자유주의적(Liberal)이고 유약하며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려는 것들 말이다(워크니스는 인종차별, 성차별, 사회적 정의, 정치적 올바름과 같은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기 위해 진보 진영에서 광범위하게 쓰는 용어. 이후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을 경멸하는 뜻으로도 사용 ―편집자).
피츠패트릭은 ‘각성 자본주의’(Woke Capitalism)로 간주돼 우파의 혐오 대상이 된 블랙록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피츠패트릭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ESG를 내세웠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블랙록은 이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의 주식을 먼저 매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투자자가 환경보호나 성평등과 관련해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정신 나간 좌파가 만들어낸 나쁜 이데올로기’로 취급한다.
2022년 1월부터 미주리주 수석 감사관으로 일한 피츠패트릭은 “ESG는 각성 자본주의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SG라는 투자 지침은 “미국 경제에 사회주의 정책을 심으려는 좌파의 시도이며 민주적인 절차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순적이게도 정치적 대안 진영이 경멸하고, 속속들이 자본주의적인 블랙록이 우파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미주리의 주도인 제퍼슨시티에 있는 청사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피츠패트릭은 공화당이 우세인 주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는 블랙록이 미래 은퇴자들을 위해 운용하던 연기금을 회수했다. 그전까지 이 투자사는 미주리주의 위임을 받아 5억달러를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 본사 간판. REUTERS

미주리 등 30억달러 투자 회수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 피츠패트릭은 이 자산운용사에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블랙록이 요청을 거절하자 돈을 회수해 다른 펀드에 운용을 맡겼다. 경제적으로 이는 현명한 조처가 아니다. 미주리주는 현재 약세인 주식시장 환경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손실을 본 은퇴자들이 주를 상대로 소송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피츠패트릭에게 이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는 워크니스에 반대하는 수많은 공화당원 중 한 명이다.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다른 공화당 주들도 블랙록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2024년 대선을 준비하는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도 20억달러를 회수했다.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 전체적으로 약 30억달러를 블랙록에서 빼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2022년 8월 19개 주의 공화당 소속 법무장관들은 블랙록 창업주 래리 핑크에게 신랄한 편지를 보냈다. 7쪽짜리 글에서 그들은 래리 핑크가 “시민들이 어렵게 번 돈을” 날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블랙록이 이득이 많은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기업에 화석연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과 미 상원이 비준하지 않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도록 강요했고, 이는 에너지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며, 미국 안보를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압박은 블랙록 너머로 더욱 힘을 미치고 있다. 경쟁사인 뱅가드(Vanguard, 세계 2위 자산운용사)는 “넷제로 자산운용” 동맹에서 탈퇴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운동의 목표는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세상은 미국 국내 정치에서 ‘지적 개척자 정신’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블랙록이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의) 투쟁에서 상징이 됐다는 것은, 이데올로기 전쟁이 점점 심해지는 미국 내에서도 별나게 이상한 측면이다. 블랙록은 기존 자본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도록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주주자본주의의 대표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래리 핑크를 “월스트리트의 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독일 내 블랙록 운영을 책임지는 디르크 슈미츠는 좌파와 우파 모두의 비난을 반박한다. “우리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매출의 25% 이상을 발전용 석탄 생산에서 얻는 회사가 잘못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faces-of-democracy.org

좌파들은 그린워싱 비판
사실 다른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기업은 환경보호에 더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블랙록 대표자들은 자주 반대표를 던졌다. 2020년 블랙록의 파리 지사는 환경보호론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블랙록이 “환경을 파괴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왜곡된 인식이다. 블랙록은 특정 기업 주식을 3~5% 이상 소유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정도 지분으로는 무언가를 할 수 없다. 게다가 블랙록이 보험사, 연기금, 부자 및 일반 저축자의 신탁을 받아 투자한 약 8조달러 중 64%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패시브 펀드에 들어 있다. 패시브 펀드는 기업에 관여하지 않으며, 독일주가지수 닥스(DAX) 같은 주식시장 지수를 반영한다. 가중치를 동일하게 적용한 벤치마크 지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40개의 개별 주식 가치가 변경되면 펀드 값어치도 자동으로 변경된다. 액티브 펀드는 운용자가 자유롭게 종목 변경에 관여하지만 블랙록의 전체 자산에서 2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약 3년 전부터 핑크 CEO는 “기후 위험이 글로벌 금융에 미치는 사회경제적인 영향 때문에”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명의식을 느낀 그는 전세계 기업 수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영하도록 강하게 권유했다. 그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지구온난화를 색으로 나타낸 스카프를 목에 매고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스카프’의 색상은 1850~2018년 평균 기온 변화를 파랑과 빨강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형 투자자인 핑크는 ‘툰베리의 할아버지’로 진화했음을 보여주었고, ESG라는 메가 트랜드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 라벨이 붙은 펀드에 4조5천억달러가 들어가 있다. 이 중 블랙록은 4900억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결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블랙록은 매출의 25% 이상을 발전용 석탄 생산에서 얻는 기업들의 채권과 주식을 액티브 일임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자산운용사가 투자한 1만7천 개 기업 중 매우 적은 부분에만 영향을 미쳤다. “핑크는 마케팅 전략을 온전히 ESG에 맞추었지만, 블랙록은 여전히 석유·가스 산업에서 최대 투자자 중 하나”라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교수인 폴커 브륄이 말했다. 그는 이 대학 금융연구센터를 이끌며 은행과 금융을 가르친다.
블랙록이 가진 35억달러 규모의 ‘세계에너지펀드’는 엑손, 셸, 코노코, 셰브런 등 거대 석유기업들에 투자했다.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원자재 가격 덕에 이 펀드의 성과는 놀라웠다. 2022년 수익률은 38%에 달했다.
블랙록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 (행동주의) 투자사 블루벨캐피털파트너스는 얼마 전 핑크를 “위선자”라고 비난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블랙록은 문제가 많은 원자재 기업인 글렌코어나 벨기에 화학 기업인 솔베이에 너무 너그러웠고 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인 척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DWS를 비롯해 많은 펀드사를 향해 이와 유사한 ‘그린워싱’(가짜 친환경)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얼마 전 수많은 자산운용사는 자신들의 ESG 펀드가 지속가능성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감독당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260억유로 자산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했다.
디르크 슈미츠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23층 사무실에서 독일 내 블랙록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대머리에 탄탄한 몸매를 지닌 51살의 그는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블랙록 지사를 담당하는 그는 좌파와 우파 모두의 비난을 반박한다. “우리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매출의 25% 이상을 발전용 석탄 생산에서 얻는 회사가 잘못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회사는 규제 측면이나 친환경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독일 뮌헨의 블랙록 빌딩 앞에서 2022년 10월25일 기후운동단체 ‘과학자 반란’ 활동가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우리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슈미츠는 블랙록이 더욱 친환경적이 되기 위해 25%라는 임계치를 더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산화탄소(CO₂) 저감 목표를 특정해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블랙록 회장인 핑크는 공화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친환경적 입장은 아닌가? 젊은 활동가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트렌드를 이용해먹는 70살 할아버지의 얄팍한 속임수인가? 아마도 진실은 회색 지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슈미츠는 블랙록이 좌파 비판자들이 바라는 것이나 많은 공화당원이 주장하는 것만큼 급진적으로 모든 펀드를 샅샅이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 문제는 보기보다 복잡했지만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2020년 블랙록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을 때, 블랙록은 5600개의 투자 전략을 내부적으로 변경해야 했다. “지난한 일이었지만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블랙록에는 2500개 회사의 탄소발자국을 다루는 분석가가 전세계적으로 75명뿐이다. 이들이 각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추적하는 일이 가능할까? “문제없다”고 슈미츠는 말했다. 블랙록이 투자한 회사 중 약 1천 개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블랙록 소속 분석가들이 이 회사들을 면밀하게 단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록 펀드 자산 중 단 6%만 ESG를 준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 슈미츠는 블랙록 고객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순식간에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은 고객에게 포트폴리오에 있는 특정 펀드에서 빠져나오라고 제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고객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객들이 해당 펀드를 팔고 다른 것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투자의 차이는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닥스(DAX)는 블랙록의 투자 목록에 2가지 형태로 들어 있다. 하나는 고전적인 ETF(상장지수펀드)로 독일 벤치마크 지수를 그대로 따른다. 다른 하나는 RWE(전기·가스공급회사) 같은 일부 주식을 뺀 녹색(친환경) DAX ETF다. 녹색 DAX ETF에 속한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를 26% 적게 배출한다. 그러나 수익률 면에서 두 EFT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이는 유권자의 돈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된다.
핑크는 가운데 낀 블랙록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좌파와 우파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
 

   
 

ⓒ Der Spiegel 2022년 제52호
“Gretas Großvat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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