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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인증 이름뿐, 벌목 여전
[SPECIAL REPORT] 달콤한 지옥 페레로- ② 인도네시아-야자유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라우라 회플링거 economyinsight@hani.co.kr


라우라 회플링거 Laura Höflinger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페레로는 ‘어린이’라는 낱말만 나오면 공격적이 된다. 페레로는 경쟁업체인 하리보가 어린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독일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슈퍼마켓에 하리보 제품이 진열돼 있다. REUTERS

 

2012년 인간다운 노동조건에 관한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헤이즐넛 수확 노동을 하는 9살짜리 여자아이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네덜란드 텔레비전 방송에서 방영된 후 시행된 연구조사였다. 이 보고를 접한 당시 네덜란드 사회의 경악에 찬 외침은 어마어마했다. 정치가들이 관심을 보이며 대책 강구에 나섰고, 페레로 제품 불매운동이 뒤를 이었다.
그러자 페레로가 반응을 보였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계절노동자 자녀들의 학교수업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만세를 부르며 두 팔을 하늘로 한껏 들어 올리는 학생들의 사진이 페레로 누리집에 실렸다. 페레로는 회사 제품의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자녀들이 “기쁨 속에 성장하도록 의무를 다하겠다”는 문구도 함께 적었다. 그런데 페레로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이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아동 수는 1년에 1천 명 정도다. 언덕에 매달려 일하는 아동노동자 수가 적어도 4만 명은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마당에 말이다.

   
▲ 오늘날 초콜릿 제국을 일군 미셸 페레로의 장례식이 2015년 2월18일 이탈리아 알바에서 치러졌다. REUTERS

페레로가 300만달러 배상한 이유
2022년 8월 어느 화요일, 튀르키예 팟차시의 엘렉치강에 자리잡은 캠프. 유럽 초콜릿·과자류 산업협회인 카오비스코(Caobisco)와 페레로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학교프로젝트’ 팀장은 206명의 아동이 여기 살았다고 말했다. 가족용 천막은 임시변통용 방수포로 만들었다. 입구에서 아이들이 방문자들에게 돈을 구걸한다. 바닥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북하고, 바로 조금 전에 부족한 수돗물을 둘러싸고 티격태격 몸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캠프에 머무는 이유는 특별한 몇 가지 매력 때문이라고 팀장은 말했다. 무엇보다 “점심과 문구류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헤이즐넛 수확은 아직 한창이지만 학기는 이미 끝났다. 이번 시즌도 다 끝나간다고 그는 말했다.
인터뷰하려고 페레로에 연락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미심쩍은 보조금 문제라든가 위험한 농약 투입, 아동노동자 수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질문하면 페레로 쪽은 코코아, 헤이즐넛, 야자유 수확에 관한 지속가능성이라든가 자기 회사의 개선 노력 같은 일반적인 발언으로 대응한다. “회사가 올린 자료에 담긴 정보를 벗어나는 질문에는 더는 답하지 않는다”는 본사의 방침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 문제에 이르면 이 기업은 전투적이 된다. 페레로는 경쟁사인 하리보(Haribo)에 ‘킨더 크람’(Kinder Kram, 아이들 물건)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소송을 걸었고, 8년 만에 독일연방재판소가 소송 중지 판결을 내린 뒤에야 멈췄다.
이 가족 왕조의 고향인 북이탈리아의 알바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켈레 페레로가 문을 연 제과점의 성공담이 오늘날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연간 120억유로(약 1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탈리아 최고 부자 재벌 가문으로 성장한 얘기 말이다.
매출에 가장 공이 큰 상품은 초콜릿크림이다. 비싼 비용을 들여 전세계로 퍼져나간 광고에 힘입어 설탕 범벅에 지방이 듬뿍 든 이 초콜릿크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기본 영양소를 함유한 아침 식탁의 중요한 일부로 널리 알려졌다. 2012년에야 이 신화에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어떤 아이 엄마가 이 광고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소송했다. 누텔라는 광고에서 말하듯 “균형 잡힌 아침 식사의 일부”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페레로는 300만달러의 배상금을 소비자에게 지불하고 해당 광고 내용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 인도네시아의 야자유 농장. 불법 벌목과 화전 개간이 여전히 성행한다. 위키피디아

불법 화전 개간 여전
수마트라는 나무가 다 베어져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낙원이다. 100년 전엔 엄연히 존재했던 1600만㏊ 넓이의 열대우림이었지만, 현재 남은 건 원래 숲의 고작 2%뿐이다. 영국 국토의 약 2배나 되는 이 광대한 인도네시아 섬이 오늘날엔 기름야자 나무로 덮여 있다. 플랜테이션(열대·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대규모로 단일 경작하는 농업 방식) 농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먼지 가득한 모래길 위로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달린다. 짐칸에는 야자 열매가 겹겹이 쌓여 있다. 자주색으로 반짝거리는 야자의 크기는 자두만 하다. 이 열매의 과육을 짜면 오렌지색 내지 갈색의 식물 기름이 나온다. 전세계에서 윤활유로 쓰는 야자기름이다. 이 다기능 오일은 바이오디젤, 냉동피자, 샴푸 등 여러 제품에, 심지어 누텔라에도 들어 있다.
야자유는 크림을 아주 부드럽게 만드는데다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논란이 많은 기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페레로도 2005년 비영리단체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협의회’(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에 가입해 문제해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RSPO 인증을 받은 야자기름만 사용하고 있다.
무심마스(Musim Mas)는 페레로에 원료를 공급하는 회사다. 암란 와휴디(55)는 13년 전부터 팡칼란 지역에 있는 이 회사 소속 농장에서 일한다. 팡칼란은 수마트라섬 동쪽 리아우주에 자리잡고 있다. 무심마스는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RSPO 인증을 받은 회사다.
세계자연기금(WWF)의 도움으로 2004년에 창설된 무심마스의 목표는 플랜테이션의 대규모 단일 품종 재배와 자연보호가 대립되는 사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와휴디는 여기서 정규직으로 일한다. 월급은 비록 최저임금인 180유로를 조금 넘는 정도지만 대신 기름과 쌀을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그의 가족은 이 농장의 가장자리에 집을 한 채 샀다. 아주 넓은 집이다. 거실에는 회사의 경연대회에서 상으로 받은 진열장이 서 있다. 와휴디는 “무심마스는 매년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가족을 위해 경연대회를 연다. 아파트가 가장 깨끗한 가족이 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자기 아이들에게 일을 시킨 사실이 발각되거나 보호복을 입지 않고 일터에 나타나는 사람은 처음에는 경고를 받고, 다시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농장에서 해고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RSPO가 정한 표준은 기업의 착취와 환경 위반자를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기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야자유를 얻기 위해 화전을 개간하고 벌목하는 행위는 막지 못했다. 불법농장을 경영한다고 언론에 보도된 무심마스를 포함해 RSPO 인증을 받은 회사들이 화전 개간과 벌목 작업에 연루된 사실이 계속 드러났다. 이런 사안에 대해 질문하면 이 기업들은 자사가 지속가능성 표준을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는지 강조하며 동문서답을 반복한다. 정부의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면서 말이다.
무심마스의 제품은 누텔라를 비롯한 페레로의 초콜릿 상품에 사용된다. 페레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페푸트라그룹 소유의 착유공장에서 나오는 팜유는 페레로의 자체 브랜드 제품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이 기름은 페레로가 추가로 사들인 브랜드의 제품에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페푸트라 착유공장 중 하나가 곤다이 마을 근처에 있다.
착유공장 소유의 농장으로 가는 숲 빈터에서는 날카롭게 각이 진 얼굴의 청년 루디가 4m나 되는 긴 막대기를 손에 쥐고 일하고 있다. 막대기의 한쪽 끝에는 야자 열매를 잘라낼 때 쓰는 칼이 묶여 있다. 근처에는 그의 아내 야니도 있다. 그들은 성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루디는 일용직 노동자로서 아프지 않고 매일 일해야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돈을 벌 수 있다. 야니 역시 얼마 전까지 농장에서 농약을 치는 일을 했다. 밭에서 잡초제거제 몬샌토의 라운드업과 그라목손을 뿌렸다는 것이다.
그라목손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제초제 혼합물이다. 야니는 임신 중이라는 게 분명하게 티가 났는데도 일하면서 보호복을 입지 않았다. 감독관들이야 그런 일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야니는 말한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농장으로 일하러 올 때 10살도 되지 않은 자녀를 데리고 와도 그냥 눈감아줬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52호
Die Nutella-Macher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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