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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에도 농부는 가난
[SPECIAL REPORT] 달콤한 지옥 페레로- ③ 코트디부아르-코코아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라우라 회플링거 economyinsight@hani.co.kr


라우라 회플링거 Laura Höflinger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스위스의 초콜릿 기업 배리칼리보의 제품. 배리칼리보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페레로와 달리 아동노동과 산림벌목을 직접 조사해 발표한다. REUTERS

2022년 10월12일 코트디부아르 디보에 도착했다. 수도 아비장에서 북서쪽,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적갈색 진흙 대지 위에 페레로가 원료 공급처로 지정한 현지 협동조합이 있다. 들머리에는 보호해야 할 동물들을 복사한 종이가 색이 바랜 채 걸려 있다. 이 지역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코끼리와 하마의 사진이 한 마리씩 보인다. 그들이 살 만한 터전은 상당 부분 파괴됐다. 코코아콩 경작이 한몫했다. 페레로는 연간 약 20만t의 코코아콩이 필요한데, 대부분이 코트디부아르에서 온다.

아동노동 근절한다며 광고만
페레로의 도움으로 협동조합이 있는 마을의 물 펌프 세 대가 수리된 사진이 비좁은 사무실에 걸려 있다. 페레로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학교를 짓거나 수리하고 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나눠준다고 한다. 관리자 주쿠 바세리는 이 펌프를 수리한 데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고 말했다. 코코아를 경작하면서 살포한 농약이 농장 지하수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물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
2015년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공정무역 표준에 따른 인증을 받았다. 페레로는 이 협동조합 말고도 9개의 유사한 단체를 협력업체로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코아에 수여하는 품질인증 도장을 바로 이들 단체에서 발급한다.
품질인증을 받아도 농부들은 여전히 입에 풀칠하기가 힘겹다. 공정무역 상품 생산 농부라 해도 국가가 보장한 ㎏당 가격 900CFA프랑(약 1.37유로)에 공정무역 추가요금으로 겨우 25프랑(약 4센트)만 더 받을 뿐이다. 수확이 평균작인 경우 60유로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나머지 프리미엄은 협동조합으로 가거나 사회사업에 기부하도록 규정돼 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일하는 코코아 농부의 한 해 평균수입은 3천달러(약 373만원) 미만이다. 생계 유지에는 이 액수의 2배가 든다.
사정이 이런데도 페레로는 자사가 서아프리카에서 아주 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이야기하고, 사람과 환경을 위한 가치를 생산하는 선두기업이 되겠다는 말도 나온다.
2022년 6월 있었던 페레로의 사내 비밀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이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농부의 빈곤, 아동노동, 벌목이라는 세 가지 핵심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마케팅만 놓고 볼 때, 이 말은 놀라운 자기 고백이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지난 30년 동안 열대우림의 약 70% 이상이 벌목됐다. 화전으로 개간된 면적에서 얼마나 많은 코코아를 산출하느냐는 질문에 페레로는 대답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대형 초콜릿 회사 배리칼리보(Barry Callebaut)는 이 수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배리칼리보는 2021~2022년 자사가 사용했던 초콜릿 원료 중 산림 벌목을 하지 않고 얻어진 부분은 겨우 24.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수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더 크게 드러났다. 회사가 바로 그 한 해 전에 다른 측정 방법으로 청정제품의 비율을 조사했을 때 결과는 28.7%였기 때문이다.
아동노동이라는 주제에 이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초콜릿업계 대기업들은 20년 전에 “아동노동이라는 최악의 형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자기들의 의무로 삼았다며 결과를 장담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뒤에 한 일은 온갖 광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뿐이다. 이 변화를 위해 약속했던 기한은 무시되고 목표를 하향 조정했으며 관련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페레로는 아동노동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아동노동력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코코아 수확에 동원되는 아동노동자 수는 160만 명 선이다. 배리칼리보는 자사의 공급망에서 일하는 아동의 수를 직접 조사한다. 최근에 나온 결과는 2만5천 명이다. 이와 달리 페레로는 그저 아동노동과의 싸움에서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임한다고만 말할 뿐이다.
얼마 전에 13살이 된 이스마엘 소로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프랑스 축구팀 셔츠를 입은 이 소년은 자기 아버지와 함께 방수포 위에서 말리는 코코아콩 옆에 서 있다. 11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 시리키 소로(53)는 코트디부아르 남서쪽 메아귀의 중심가에 살고 있다. 그는 “아동노동 반대 홍보 대사” 중 한 명인데, 2022년 자기 아들을 코코아 수확장에 일꾼으로 보냈다가 적발됐다.

   
▲ 2022년 8월6일 코트디부아르에서 노동자가 코코아콩자루를 나르고 있다. 공정무역 시행 이후에도 농민과 노동자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REUTERS

시크릿 코코아의 비밀
협동조합 대표 아사타 코네는 2022년 검사에서 211명의 아동노동자를 확인했다고 알려줬다. 이스마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이들은 마체테(정글칼)를 사용했다. 농약을 뿌리고 무거운 짐을 날랐다”고 코네는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가족을 도와도 “코코아 작업의 임금이 형편없이 낮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시리키는 (조사결과를) 정정하고 싶어 했다. 아들 이스마엘은 단순히 코코아 열매를 주워 담는 일만 했을 뿐이고, 학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작업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들에서 (열매를 따는) 일을 하면 종종 피곤하고 앉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스마엘은 형제 중 한 명과 함께 돌로 된 창고에 산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안전하지 않고 도둑도 있기 때문에 이스마엘은 나이가 되면 군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여행을 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스마엘과 비슷한 처지의 가족에게는 대출해줘 학비를 내게 하고 등교도 보장해준다고 아사타 코네는 말했다. 2800명의 회원을 가진 이 조합은 모범이 되는 단체이지만 여기도 문제는 있다고 한다. 바로 “비밀 코코아”다. 대기업들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보고서에는 이 코코아에 관련된 내용을 전혀 읽을 수 없다. 비밀 코코아란 라이베리아와 코트디부아르의 접경 지역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불법으로 재배되는 코코아를 말하는데, 이 코코아가 정규 공급망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공영방송 채널 <프랑스2>는 2019년 부르키나파소의 아동들이 이 공원에서 부모도 만나지 못하면서 몇 년 동안이나 노예 노동자로 일하는 광경을 방영했다. 그렇게 수확한 코코아가 협동조합을 통해 미국 대형 원료상의 공급망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함께 보도됐다. 코네에 따르면, 수확이 한창 일 때 공원 근처에 있는 소규모 생산자들이 벌써 코코아 3천㎏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는 “소매상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현재는 이 단체 회원이 경작하는 밭의 위치가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측정된다고 한다.
 

   
▲ 페레로는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페레로 누리집

식민 플랜테이션의 아이러니
코네는 코코아의 역설과 싸우고 있다. 전세계가 탐내는 원자재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원자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은 그들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먼 곳에서 진행되는 이 불합리한 상황과 말이다. 그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코코아버터 비누’ 소형 세트가 전부다.
코네가 몸담은 이 협동조합도 식민지 시대를 겪은 나라의 전형적인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식민 지배자들이 시키는 대로 화전을 개간해 단일 작물을 재배했다. 그런데 작물의 양이 늘어나자 소득이 줄었다. 이제는 페레로 같은 매입자들이 와서 코코아 성장에 필요한 그늘이 생기도록 나무들을 다시 나눠주고 있다. 이상적인 농경법을 가르쳐주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원래 이 농부들이 일찍이 다 하고 있다가 대기업의 플랜테이션을 위해 포기했던 경작법 아닌가.
코네는 그저 자기들이 받는 돈으로 넉넉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정도라고 말할 뿐, 대기업들을 향해 나쁜 소리는 삼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다수 농민이 하루 1.68유로(페레로 사내통신망에 올라온 자료에도 이 숫자가 나와 있다)의 수입으로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공정한 경제를 지향하는 독일 본의 남풍연구소(Südwind-Institut)는 페레로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4억5천만유로로 평가하는데, 이는 페레로의 독일 내 광고비 예산을 현저히 밑도는 액수다. 2022년 1~11월 독일을 대상으로 지출한 광고비는 약 6억7400만유로였다. 페레로 가족이 2020년 초에 받은 배당금 6억4200만유로만으로도 약 9만 명으로 추산되는 페레로 농부들의 빈약한 코코아 수확 대금을 2배로 올릴 수 있다고 이 연구소의 전문가 프리델 휘츠아담스는 말한다.
그는 “페레로 같은 기업들은 노동자를 혹사하는 걸 감추기 위해 ‘지속가능’ 같은 개념을 낚아챈 후 뜻을 완전히 왜곡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임금을 적게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작 방법, 수확물의 선별, 과정의 추적 가능성 등이 기업의 질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1987년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의한 ‘브룬트란트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명한 초점을 두면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기본 요구 사항을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무척이나 가난한 이 사람들은 공정무역 거래 상품까지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기업들이 매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공정무역 코코아’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한 공정무역 코코아 51만2천t 중에서 2020~2021년 겨우 17만t만이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됐다. 페레로 같은 기업이 프리미엄을 한 푼도 따로 내지 않은 채 나머지 34만2천t의 인증 코코아를 구입해 비축해놓았을 수도 있다. 페레로는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헤이즐넛 수확과 관련해서도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이 일에 동원된 아동노동자 수는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두의 노동조합원 제카이 사이라는 페레로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던 ‘이해관계자 회의’의 정황을 들려주었다. 특히 선명히 기억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페레로 매니저들이 새 포장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디자인 구상이 이미 끝난 그 포장에는 “아동노동 없이 생산됐음”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사이라는 그 사안과 관련해 어떠한 소식도 더 듣지 못했다. 페레로가 그 프로젝트를 중단한 게 분명하다.

ⓒ Der Spiegel 2022년 제52호
Die Nutella-Macher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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