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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낙점한 ‘신성장 동력’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레인보우로보틱스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인간형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오준호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휴보의 시연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한국은 이미 ‘로봇 천국’이다. 국제로봇연맹(IFR) 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로봇 밀도는 1천 대다.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설치 대수가 1천 대에 이른다는 의미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위 싱가포르는 670대, 3위 일본은 399대에 불과하다. 독일(397대), 중국(322대), 대만(276대), 미국(274대) 등은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전자·자동차 산업이 강한 한국 공장에 노동자 10명당 1대꼴로 산업용 로봇이 배치된 셈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로봇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엘지(LG)전자가 대표적이다. 2017년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기업인 에스지(SG)로보틱스, 2018년 로봇 제조 기업 로보스타를 각각 인수했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신생기업)인 보사노바로보틱스와 한국의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한국, 로봇 밀도 세계 1위
삼성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월3일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건 처음이다. 삼성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신주를 1주당 3만40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 발표 직전인 1월2일 3만2600원에서 1월9일 5만2700원으로 5거래일 만에 6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4.4% 오르는 데 그쳤다. 역시 삼성의 영향력은 크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월6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참석차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삼성의) 신성장 동력은 로봇”이라며 “올해(2023년) 안에 ‘EX1’이라는 버전으로 로봇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시이에스에서 재활치료 및 운동보조 로봇 ‘젬스’ 시제품(초기 모델)을 선보인 지 4년 만에 첫 로봇 제품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실마리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들이 2011년 창업한 중소벤처기업이다.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 본사가 있고 임원을 제외한 직원 수는 65명(2022년 9월 말 기준)이다. 최대주주는 한국 최초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다. 오 교수와 부인, 두 자녀가 지분 약 41%(삼성전자 지분 반영 전 기준)를 갖고 있다. 오 교수의 제자인 이정호 현 대표이사도 지분 9% 남짓을 보유했다.
주력 사업 분야는 당연히 로봇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만드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 기술은 일본 혼다의 아시모,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에 이어 세계 3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휴머노이드 자체는 먼 미래에나 상용화할 수 있는 미완성의 기술이다. 이보다 주목할 점은 휴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력이다.
2022년 1~3분기 회사 매출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로 압도적이다. 로봇 매출은 2020년 46억원에서 2021년 80억원, 2023년 1~3분기 100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 증가를 이끈 건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로봇팔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동작을 멈춰 기존 산업용 대형 로봇과는 다른 안전성을 갖췄다. 로봇이 제조업 공장을 넘어 식당·의료·서비스업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낮은 원가율이다. 2022년 1~3분기 레인보우로보틱스 매출액에서 제조원가(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47%다. 1대당 2천만원짜리 협동로봇을 팔아 판매액의 절반 이상을 남긴다는 뜻이다. 2021년 말부터 영업흑자 전환을 이룬 동력도 원가절감에 있다.

서비스로봇은 아직 걸음마
회사는 “협동로봇을 구현하는 대부분의 기술을 개발 완료해 내재화했다”고 소개한다. 최대 10㎏이 넘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하는 협동로봇은 여러 관절을 움직이는 감속기, 제어기, 모터 등 핵심부품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아직 내재화하지 못한 감속기를 2024년 하반기까지 자체 개발해 회사의 로봇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건 대규모 보유 현금이다. 2021년 9월 말 기준 보유 현금과 예금이 277억원, 단기채권·특정금전신탁 등 단기 금융상품 투자액이 182억원, 사모펀드 투자액이 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전자 지분 투자액 590억원을 더하면 1천억원 넘는 현금을 보유한 셈이다. 중소벤처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이다. 투자자라면 회사가 이 현금 보유액을 어디에 쓰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글의 첫머리에서 ‘한국은 이미 로봇의 천국’이라고 했으나 이는 제조업 분야의 산업용 로봇에 국한된 얘기다. 협동로봇, 배송로봇, 서빙로봇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에 침투할 로봇 기술과 활용은 이제 시작 단계다.
로봇은 인간의 필요로 개발되지만 그것이 다시 사회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협동로봇 등의 확산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벌어진 구인난 등을 해결하고 노동시간 단축의 도우미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람보다 비용이 훨씬 낮은 로봇 인력이 저숙련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도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의 빠른 행보를 보며 과연 우리의 제도와 사회안전망은 앞으로의 변화에 기업들만큼이나 날쌔게 대비하는지 불안함을 느낀다면 이는 과한 걱정일까.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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