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선 우파
[이재성의 노벨경제학상 다시 읽기] 윌리엄 노드하우스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이재성 san@hani.co.kr
   
▲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학 석좌교수. 노벨재단


기후변화는 21세기 사상투쟁의 최전선이다. 전세계 우파는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하거나 좌파의 음모라고 모함한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는 기후변화를 (마지못해) 인정하되 중요성을 무시하는 축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들은 알까. “기후변화를 장기 거시경제 분석에 통합한” 공로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1941~)가 기후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정량화하는 데 활용한 이론이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주의 성장 프레임워크라는 사실을. 지구온난화를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노드하우스가 제안한 탄소세 부과 방식 역시 앨프리드 마셜의 뒤를 이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부인 아서 피구(1877~1959)의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거나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고전주의 틀로 기후와 경제 통합
전세계 우파가 기후변화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근거는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있다. 기후가 온실가스 배출에 얼마나 민감한지 또는 기후변화가 지구를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 티핑포인트(작은 변화가 쌓여 갑자기 큰 변화를 초래하는 상태)가 언제쯤일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파괴적 결과도 불완전하게 알고 있을 뿐이다. 노드하우스가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의 인식 수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노드하우스는 “(1970년대의) 전문가들은 지구가 식고 있고 미립자 오염물질이 더 많아지면 냉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첫 번째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아닌 냉각의 영향이었다”며 “측정된 기후변화가 모델 예측과 일치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1990년대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노드하우스 연구의 기념비적 성격은 기후변화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았던 시대에 과학자도 아닌 경제학자가 일부 과학자들의 언어를 사회과학으로 번역하는 지난한 과정을 시작했다는 선지자적 면모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을 가시적으로 모델화해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줄였다는 데 있다. 1970년대부터 에너지경제학자로 활동하면서 희소자원에 관심을 갖게 된 노드하우스는 20여 년에 걸친 연구 끝에 탄소순환모듈과 기후모듈, 경제성장모듈을 모두 갖춘 통합평가모델(IAM·Integrated Assessment Models)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인류의 안간힘에 경제적 타당성을 부여해준 논리적 근거가 됐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대기 중 CO₂ 농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밝히는 탄소순환모듈은 광합성을 비롯해 대기와 해양 사이의 가스 교환 등과 같은 복잡한 물리적·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기후모듈은 CO₂와 기타 온실가스의 대기 농도가 지구를 오가는 에너지 흐름의 균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수식화했고, 경제성장모듈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같은 다양한 기후정책이 경제와 CO₂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공식화한 모델이다. 노드하우스의 통합평가모델은 자연과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피드백의 전 과정을 담고 있다.
1975년 기후모듈이 없는 상태에서 대략적인 추정으로 노드하우스가 제시했던 지구 온도 2℃ 상한 목표는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으로 공식 추인됐다. 하지만 2017년 노드하우스의 연구에 따르면, 파리협정을 철저히 준수하더라도 탄소배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제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노드하우스는 2017년 연구에서 CO₂ t당 30달러에서 시작해 해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거의 동일한 비율로 탄소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계획대로라면 2055년께를 정점으로 탄소배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지금은 교토의정서(2005년 발효)뿐만 아니라 파리협정마저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특권과 벌칙이 있는 클럽
노드하우스는 기후협약의 잇따른 실패를 겪은 뒤 특권과 벌칙이 있는 ‘기후클럽’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 기후협약이 강제성이 없었던 이유는 무임승차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유럽연합(EU)이나 세계무역기구(WTO)처럼 회비와 특권이 있는 배타적 클럽을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입국 서클에서 t당 50달러의 탄소가격을 설정하고 클럽 가입을 거부하는 국가의 수입품에는 3~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이다.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 각국에 더 이익이 되도록 인센티브와 벌칙을 병행하는 전략적 상황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노드하우스는 이를 통해 모든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최적의 상태, 비협조적 전략이 높은 참여로 균형을 이루는 ‘내시 균형’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벨재단에 제출한 자서전을 마무리하면서 노드하우스는 에드워드 벨러미의 미래소설 <뒤를 돌아보며>(Looking Backward, 1888)를 인용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 줄리언 웨스트는 돌팔이 의사의 수면제 처방을 받고 잠이 들었으나 깨어나 보니 113년이 지난 뒤였다. 2000년의 보스턴은 공해가 없고 완전히 평등하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회주의 사회로 그려졌다. 노드하우스는 벨러미의 중앙계획 비전이 1989년 베를린장벽과 함께 무너졌으며 기후변화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113년 이후 미래를 상상한 공상과학소설에 대한 평가치고는 지나치게 엄격한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노드하우스가 강조하는 것은 100년 뒤 지구의 모습이다. 그는 번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노드하우스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파라고 할 수 있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진실에 눈감지 않고 평생을 바쳤다는 점에서 좌파다. 우파가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이유는 당장의 풍요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의 후손이야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이기심 때문이다. 노벨재단도 인정하는 명백한 위기 앞에서조차 이념적 편향으로 일관하는 한국의 대통령이 부끄럽다.

 

* 노벨경제학상은 뒤늦게 따로 태어난 사생아 같은 노벨상이지만 현대 자본주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 같은 존재다.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과 관련 논쟁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본다.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상식의 수준을 지향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