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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히 풍요로웠던 중세 경제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신경진 yospirit@mail.knou.ac.kr


신경진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편집자

   
 

<미래가 있던 자리>
아네테 케넬 지음 | 홍미경 옮김  | 지식의날개 |  2만2천원

“옛날에는 우리 모두 가난했다. 그다음에 자본주의가 왔고 지금 우리는 모두 부자이다.” 자본주의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에게 이 문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명하다. 그런데 독일 만하임대학 중세사 교수인 아네테 케넬은 자본주의 이전 중세 시대에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적 풍요로움을 구가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는 200살이 넘은 자본주의의 틀을 벗어나 인간의 경제활동을 향한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현대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중세 베네딕트수도원은 회칙에서 사유재산은 인정되지 않고 소유라는 악습은 공동체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소유 대신 사용’만 허락됐기에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의복과 음식 등 생필품을 공유했다. 자선에 기대지 않고 자급자족하기 위해 수도원 안에서 물건을 생산하며 자연스럽게 시장활동에 참여한 결과 명실공히 성공한 경제공동체가 됐다. 이들의 막강한 경제력은 수도원의 본래 목적과 상충해 존폐 위기를 가져왔지만 수도원을 공유경제의 성공 사례로 만들었다. ‘나누면 부유해진다’는 공유경제의 원리를 입증한 것이다.
또한 중세 사람들은 대표적 공유재화인 호수와 산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조합을 결성했고, 유한한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규정을 만들어 지켰다. 이를 통해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피해갔다.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삼국이 인접한 보덴호의 어부조합에서는 특정 어종을 보호하기 위해 그물 재료, 사용 가능한 어살과 낚싯바늘, 금어기, 어획량 제한 등을 규정했다. 스위스 내륙의 알프스 지역 뮐레바흐와 위블리스에는 고산지 목장의 공동 사용시 허용된 가축 수, 사용자 공동체의 구체적인 명시, 가축을 몰고 올라가는 시기와 내려오는 시기 등에 관한 세밀한 규정이 있었다.

리사이클링 기술
20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주어진 자원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오랫동안 인류의 강점이었다. 버리는 것은 ‘포기’를 의미했는데, 우리 선조는 기존 자원을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똑똑했다. 중세 유럽 파리의 중고물품 시장은 하루 5만 명이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수리하는 직업이 존재했다. 19세기 목재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탄생하기 전 종이는 헌 옷, 헝겊, 낡은 선박 밧줄, 재단사의 자투리천 등과 같은 넝마로 만들었다. 폐품 ‘리사이클링’의 고전적 사례다.
종이 수요가 늘면서 원료인 넝마의 가치 또한 올라가자 넝마 수집에 라이선스가 생겼고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는 ‘넝마 수출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기존 자재의 재활용 기술은 건축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대 사원의 계단 절단석은 벽이나 담을 쌓기에 적합했고 기둥의 밑받침은 속을 둥글게 파서 분수대로 사용했다.

자발적인 무소유와 협력
일체의 소유를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았던 ‘미니멀리스트’로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체스코가 있다. 당시 프란체스코는 추종자들과 함께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창시했고, 곳곳에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다양한 공동체가 생겨나 ‘자발적인 무소유’ 붐이 일었다.
미니멀리즘의 성공은 13세기 상업혁명을 향한 사회의 저항운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상업혁명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자 이들은 외부 요인으로 패자가 된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데 힘썼다. 항상 더 많은 것, 확장, 이익, 권력의 추구만이 아니라 단순함·자유·협력에 대한 소망도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자원 한계, 소비사회 종말, 사회적 불평등, 기후위기 등 오늘날 시급한 문제에 대안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19세기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21세기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유하고 교환하고 협력하던 중세 사회를 통해 경제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19세기 경제관념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이는 관심 가져볼 만하다. 

   
 

배터리 전쟁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만원
중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2022년에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공급망을 추진한다. 배터리 분야 손꼽히는 애널리스트인 저자는 ‘배터리 무한 경쟁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의 채굴과 가공, 배터리 제조와 재활용 등 배터리 산업의 전 분야를 아우른다. 에너지 패권 변화에 대응하는 각국의 전략도 조망한다.

   
 

디컨슈머
J. B. 매키넌 지음 |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1만8500원
경제학자는 소비가 줄어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오리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소비가 가속될수록 기후재앙 시계는 ‘초가속’으로 움직인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날 소비의 25%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사고 실험을 한다. 이로써 더 질 좋은 물건을 더 적게 사는 ‘디컨슈머’가 새 해법이라고 설득한다.

   
 

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1만6800원
‘한국의 닥터 둠’으로 불리는 저자는 주식시장이 2023년까지 국내외에서 별다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상하 2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옆걸음질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부터는 국내외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세계적 불안 요소도 줄어 주식시장이 상승하리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전기차, 2차전지, 콘텐츠, 우주항공, 반도체 등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복지의 문법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만8천원
양극화·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다. 세 문제는 보건복지부 홀로 풀 수 없고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양극화의 핵심 원인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저출산의 원인인 기업문화를 개선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또한 노인들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면 국토교통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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