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형 원자로’의 태생적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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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자로’의 태생적 비극

[Cover StoryⅠ] 원전 재앙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진상현

economyinsight@hani.co.kr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은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망상에 휩싸여 있었다.이런 망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두 가지 방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하나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석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원자력이 신고유가 시대의 대안이라는 주장이었다.고유가를 틈탄 원자력업계의 이같은 제안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예측 가능한 대응이었을 것이다.다른 한편에서는 원자력 보급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전혀 다른 맥락하에서 제기되었다.즉, 기후변화협약이라는 논의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해 탄소 배출 저감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주장을 제기한 나라는 일본이었으며, 지금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미증유의 핵 재앙을 직접 몸으로 겪고 있다.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 국가인 일본이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옹호하다가 원전 폭발사고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12월4일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오른쪽 두 번째)에게서 설명을 들으며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체르노빌의 비극과 한국의 역설 국제사회의 논란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한국도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국가적 차원의 분위기를 조성했다.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원자력 르네상스를 추진한 근거는 2009년 12월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었다.반세기 한국의 원자력 역사를 통틀어 원자로를 최초로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함으로써 원자력은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다.이때까지만 해도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론이 있었을 뿐, 국민 어느 누구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국내외 상황에 휩쓸려 청정에너지이자 첨단산업으로 새롭게 분장한 원자력에 헛된 꿈을 부풀리고 있었다.그런데 지난 3월12일 인접 국가인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제는 대체에너지, 저탄소 에너지, 신성장동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l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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