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UAE-사우디, 친환경 수소 경쟁
[COVER STORY] 러시아 대안으로 떠오른 걸프 지역- ② 차세대 에너지 선점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모니카 볼리거 economyinsight@hani.co.kr

모니카 볼리거 Monika Bolliger <슈피겔> 기자 등 8명

   
▲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의 첨단산업 기지인 옥사곤(OXAGON)에 세계 최대의 수소생산시설과 수소연구센터를 짓고 있다. 네옴닷컴

두바이 토후국은 2021년부터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태양열단지에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두바이 태양열 설비는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와 공동으로 설치했다. 디트마어 지르스도르퍼 지멘스에너지 중동지사장은 “두바이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지르스도르퍼 지사장은 10년 이상 걸프 지역에서 직원 3천여 명과 함께 에너지 프로젝트 100개 이상을 추진했다.
지멘스에너지는 내부 문서에서 중동에서의 사업이 수익이 많이 남는 이유를 분석했다. 중동 지역에서 5천만 명이 아직 전기 없이 살고 있으니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유·가스 산업에는 탈탄소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유럽은 걸프 산유국이 에너지 공급의 핵심 파트너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두바이의 태양열 친환경 수소
두바이는 수소를 처음부터 친환경 전기로 생산하기 위해 풍력과 태양열을 가동하고 있다고 지르스도르퍼 지사장은 설명한다. 지멘스에너지는 이 과정에서 자문 구실을 했다.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일단 시작되면 지멘스에너지는 고수익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으로 지르스도르퍼 지사장은 낙관한다. 현재 가스를 사용하는 지멘스에너지 터빈은 나중에 수소로 가동할 것이라고 한다.
걸프 산유국은 유럽의 관심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지르스도르퍼 지사장은 전한다. 지금까지 중동 지역의 에너지 주요 수출국은 중국과 미국이었다. “중동 산유국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유럽이 단기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수급만 좇지 않고 장기적 관심을 갖는다면 유럽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르스도르퍼 지사장은 말한다. “걸프 지역은 지속적인 관계와 장기적인 에너지 파트너십을 중요시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야심만만한 계획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지금도 거대한 태양열 시설이 건설 중이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애드녹),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 Investment Company PJSC)와 ‘아부다비 국영에너지회사’(TAQA)가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내부자들에 따르면 아부다비 친환경 수소의 주요 목표 고객은 유니퍼와 RWE 등 독일이다. 하지만 독일과 아랍에미리트 간에 아직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우리 문을 두드리는 국가가 정말 많다”고 알메이리 아랍에미리트 기후변화환경부 장관은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수소혁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사우디는 바람·태양·공간이 모두 충분하고, 유럽과 아시아 양쪽에 공급하는 데 적절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고 페터르 테리윔은 말한다. “그리고 사우디는 대형 인프라 구축에 능숙하다.”
2030년까지 인구 150만 명, 여러 산업기술단지,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할 예정인 네옴시티는 사우디 경제 전환의 프로젝트가 된다는 복안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사우디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1%도 채 되지 않는다. 해당 비율을 2030년까지 50%까지 늘리는 것이 사우디의 목표다. 사우디의 태양열 전력은 1kWh당 1센트에 불과하므로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테리윔은 말한다.
테리윔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그가 네옴시티 공사장에 조성된 작은 방갈로에서 거주한 지도 어언 4년이 돼간다. 현재 그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에너지 자회사 대표다. 테리윔은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기술자, 그들의 가족과 함께 방갈로촌에서 거주하고 있다. 네옴커뮤니티1에는 곳곳에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가 배치돼 사무실과 거주지 사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네옴커뮤니티1에서는 주 7일 하루 24시간 공사가 벌어진다. 늦은 밤까지 공사장 인부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작업 중이다.

   
▲ 두바이는 세계 최대 태양열단지에서 녹색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두바이전력및수도국 웹사이트(dewa.gov.ae)

사우디, 네옴시티에 수소연구소
“에너지 전환의 1차 물결은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의 저렴한 가격이었다. 수소로만 산업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지금은 2차 물결이 지나가고 있다.” 테리윔은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다고 강조한다. 네옴커뮤니티1에서 차로 불과 몇 분 떨어진 거리에 그 계획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다. 2천메가와트(MW) 용량의 세계 최대 수소 생산 공장이다. 기초공사와 첫 생산라인은 이미 확인할 수 있다. 공장은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7천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인 글로벌 수소 생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독일 대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중추적인 기여를 할 전망이다. 티센크루프는 10억유로 가까이 들여 수소 생산을 위한 전기분해 설비를 건설 중이다. 이는 지금까지 최대 규모인데 티센크루프가 미래 기술의 글로벌 무대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티센크루프의 마르티나 메르츠 CEO는 “독일 정부가 시작한 걸프 국가들과의 신규 에너지 파트너십을 이제 산업계가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하고 단순 수출입 관계 이상의 상호성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발전시켜야 한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들은 걸프 지역에서의 사업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듯했다. 공식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사우디 왕가와의 관계는 단순히 도덕적으로만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사우디 왕가는 향후 직접 기술 분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 기술의 연구개발 부문에 반드시 직접 참여하려 한다. 그래서 티센크루프와 다른 독일 기업들 입장에서 사우디와의 수소 기술 연구개발 협력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강점이다.
사우디는 홍해 연안 네옴시티의 남부 끝자락에 세워지는 거대한 혁신 캠퍼스에 자체 수소연구센터를 건설 중이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산업단지로, 굴착기들이 수에즈운하 가까이 생기게 될 완전 자동화 부두를 위해 땅을 파고 있다.
네덜란드 재무부에서 경력을 시작한 냉정한 경영인 스타일의 페터르 테리윔은 이런 거대한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진짜 믿는 것일까? 이 질문에 테리윔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 프로젝트라는 알 듯 말 듯한 답을 했다.
적어도 테리윔은 사우디가 석유 강국에서 수소 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전세계 수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구축은 복잡다단한 프로젝트다. 기술적 의미가 아닌, 정치적 의미에서다. 가스관이 수많은 국가의 영토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우디 정부는 지중해를 관통해 유럽으로 가스관을 설치하는 것을 진지하게 숙고 중이다. 막강한 사우디 국부펀드의 모하메드 알 발라이헤드 에너지총괄은 이렇게 말한다. “가스관이 설치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유럽으로 연결된 가스관은 절대적인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가스관 설치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다.”

   
▲ 2021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소 스테이션에서 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 REUTERS

철권통치, 하루에 81명 사형
이제 문제는 유럽이 이 정도까지 사우디와 밀접하게 관계 맺기를 원하는가이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들에게 살해돼 주검이 잔인하게 토막 난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서구 국가들의 정보기관은 카슈끄지 살해 지시가 사우디 정부 최고위층에서 내려왔다고 결론 내렸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인 2019년)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 내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단 하루 만에 81명이 사형당하기도 했다. 이는 사우디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다른 걸프 산유국들의 인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타르에서는 월드컵경기장 공사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국외 건설노동자들이 목숨 잃는 상황이 거듭 발생했다. 또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아랍에미리트에서 “자의적인 체포, 감옥 수용자들에 대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 표현의 자유 억압과 개인 권리 침해” 등이 일상적으로 자행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사우디의 국가종교인 와하비즘(Wahhabism)은 공개적인 채찍질을 허용하는 등 이슬람 율법 샤리아(Scharia)를 아주 보수적으로 해석한다. 사우디에서 대중음악이나 영화관은 오랫동안 전면 금지 대상이었다. 여성들은 눈을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 채 외출한다. 야당 인사들은 일상적으로 탄압의 대상이다. 인권운동가들에 따르면 사우디 감옥에서 고문은 일상이 됐다.
명목상으로 사우디는 86살의 살만 왕이 이끄는 절대 왕정국가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MBS’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독자적으로 철권통치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전제주의 통치자로서 유례없을 정도의 악독한 방식으로 정적들을 제거했다. 2017년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였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함정으로 유인해 반역 혐의로 몰아냈다. 서구의 국가정보기관들과 다수 탐사보도 매체들에 따르면, 사우디의 수많은 왕가 친인척과 재계 인사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빈 살만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아류 격인 연례 글로벌 경제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리야드에서 열었고 각국 지도자급 인사와 월가 거물을 비롯한 기업인, 투자자, 그리고 자국 재계 인사들을 초대했다. 언론은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 ‘사막의 다보스’(Davos in the Desert)라는 별칭을 붙였다. 미래투자이니셔티브가 막을 내린 뒤 빈 살만은 5성급 리츠칼턴호텔에 왕권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알사우드 가문 왕자들과 재계 거물들을 몰아넣고 감금했다. 빈 살만의 지시로 구금된 귀족과 유력 인사들은 석방의 대가로 거액의 ‘애국 헌납금’을 내야 했다. 심지어 수년간 행적이 묘연해진 이들도 있었다.
이어 빈 살만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회장으로 자신을 직접 임명했고, 이웃 국가 예멘과 전쟁을 벌였다. 카타르도 침략 직전까지 갔다. 빈 살만은 서구의 쇄도하는 거센 비난에 응수하듯, 2018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카메라 앞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이파이브로 인사했다.
사우디의 상황을 잔인한 전제군주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로 명확하게 정리해버리고, 서구 정부와 기업들이 사우디를 금기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 Der Spiegel 2022년 제46호
Die Wüste Bebt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