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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보조금 “가자, 서쪽으로”
[집중기획] 세계 공장 빨아들이는 미국 ① 기업 유혹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마르쿠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높은 보조금을 수단으로 유럽의 첨단산업을 미국으로 유인하고 있다. 유례없는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유럽에서 미국의 값싼 에너지는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유럽 기업들은 ‘가자 서쪽으로!’를 외친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란 말은 벌써 과거가 됐다. 공장과 연구소가 들어서면서 활기로 들썩인다. 유럽연합은 경악하고 있다. 새로운 무역전쟁이 시작되는가? _편집자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등 <슈피겔> 기자 6명

   
▲ 유럽의 수출을 옥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비판의 선두에 서 있다.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왼쪽)이 2022년 12월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REUTERS

독일 자동차산업계에서 페테르 칼손은 친절하고 호감 가는 유럽의 일론 머스크로 여겨진다. 테슬라 임원 출신인 이 스웨덴인은 그의 회사 노스볼트(Northvolt)를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로 만들어 세계시장 선두주자인 중국, 일본, 한국의 대항마가 되려 한다.
칼손의 계획에서 독일은 지금까지 중요한 구실을 했다. 2022년 3월 노스볼트의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부터 수백만 대의 전기자동차에 들어갈 “유럽 대륙에서 가장 작은 생태발자국”을 가진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로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하이데에서 말이다. 45억유로(약 6조2천억원)를 공장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이 정도면 유럽 그린딜(2050년까지 역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 정책)의 대표 프로젝트로 만들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계획은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산업의 녹색 미래가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될 것 같은 낌새가 보인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정치적 성공(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상·하원 통과)을 거둔 이래 칼손은 일단 미국에 먼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많은 유럽의 경영인이 칼손과 같은 생각을 한다. 독일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다수의 독일 기업도 “미국에 투자를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약 437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인 기후변화 대응 법률, 즉 인플레이션감축법 때문이다.
이 법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운송·수소 분야의 친환경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제품이 북아메리카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전략을 연상시킨다는 의심을 받는다.

공포에 떠는 유럽
유럽 정치인들은 공포에 떨며 대서양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국제무역 규범 위반”이라면서 “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동맹이다. 그러므로 이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 총리도 화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아시아 국가 방문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는 ‘더 자유로운 무역’과 ‘세계화의 커다란 진전’을 부지런히 홍보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은 그 방향성도 시점도 숄츠의 미사여구와 맞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무역분쟁을 시작했다. 이 분쟁은 수십 년간 계속된 에어버스와 보잉의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고 경제학자 가브리엘 펠베르마이어는 경고한다. “당시는 한 가지 분야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미래산업이 걸려 있다”고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Österreichischen Instituts für Wirtschaftsforschung) 소장 펠베르마이어는 말했다. 그것은 “10배 더 큰 시장”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분쟁을 완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유럽연합 정치인이 오래전부터 ‘무역전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실망감을 숨기지 않는다.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장 베른트 랑게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 다른 나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의 라인하르트 뷔티코퍼는 “이 법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유럽과 미주의 공통된 길을 찾으려는 모든 사람에게 좌절감을 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단순한 논리를 따른다. 되도록 많은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이 법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규정은 개별 최종 제품만이 아니라 원료 채굴과 가공부터 1차 및 중간제품 조립, 재활용까지 대부분의 생산단계에 적용된다. 이 방법으로 바이든 정부는 가치사슬 전체를 자국으로 유인하는 것이라고 노스볼트 CEO는 예측한다. 그 결과 배터리 생산 산업은 고도로 전문화된 기계 제조 분야까지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에너지 비용은 유럽보다 훨씬 낮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선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로 100억달러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 많은 경영자가 이것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중 한 사람이 “배터리 공장 한 곳을 세우면 공짜로 2개 공장을 추가로 얻는 것”이라고 계산해 보여줬다. 그러니 업계에서 골드러시 분위기로 미국을 바라보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넉넉한 구매 혜택은 테슬라의 성공에도 미국에선 아직 틈새시장이던 전기자동차의 판매를 촉진했다. 2022년 9월까지만 해도 이전보다 3배나 많은 전기차가 미국에 등록됐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매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 현재 독일 자동차회사는 바이든의 보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을 제한하고 배터리 크기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중 극히 일부만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포르셰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EQE 같은 차종은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그래서 폴크스바겐의 프리미엄 자회사인 아우디는 최초로 미국에 자체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기업인 폴크스바겐은 향후 몇 년 동안 미국 지사에 7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 ID.4는 얼마 전부터 테네시주의 소도시 채터누가의 조립라인에서 출시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통과된 직후인 2022년 8월 말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북미에서 니켈, 구리, 코발트 같은 원자재를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미국에 자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검토했다.

   
▲ 미국 테네시주의 소도시 채터누가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 내부 모습.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 ID.4는 얼마 전부터 이곳에서 조립해 출시한다. REUTERS

배터리에서 수소까지 싹쓸이
이제 구호는 ‘가자, 서쪽으로’(Go West)이다. 미래지향적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베르너 포니크바어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학자인 포니크바어는 티센크루프(Thyssenkrupp) 그룹이 대주주인 기업 누세라(Nucera)의 CEO다.
도르트문트(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도시)에 있는 이 회사는 전해조를 만든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컨테이너 크기의 설비다. 이 과정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녹색전기로 이뤄지면 제철소의 석탄이나 대형차의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후친화적 에너지원인 녹색수소가 생산된다. 바이든의 계획이 의회를 통과한 2022년 8월의 그날까지 유럽연합이 스스로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생각하며 한창 개발하던 기술이다. 하지만 포니크바어 같은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원 생산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장은 수백만t 수준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하는데, 미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국 내 신규 공장에서 깨끗하게 생산되는 수소 1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할 계획이다. 조건이 너무 매력적이라, 미국은 “(해당 분야) 투자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유럽수소산업협회 회장 요르고 하치마르카키스는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유럽이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사항에 얽매였던 것 말이다. 유럽연합은 어떤 조건에서 수소를 ‘녹색’, 즉 기후친화적이라고 간주할지 세세한 규정을 두고 몇 달간 고심했다. 반면 미국은 어떤 기술을 쓰든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절약할 수 있는지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진다. 바이든 프로그램은 새로운 풍력터빈과 태양광발전 시설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유럽은 중국과 시스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미국과도 경쟁한다. 지멘스 회장이자 현재 지멘스에너지와 다임러트럭홀딩(Daimler Truck Holding)의 감독이사회 의장인 조 케저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대미 투자를 어떻게 촉진하는지 보면, “기업과 자본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멘스에너지에서 케저는 독일 산업의 딜레마를 피부로 직접 느꼈다.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위한 풍력터빈과 전력망 판매를 미래의 먹거리로 본다. 그러나 풍력 부문인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는 다른 유럽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적자 상태다. 설비 제조업체들은 높은 원자재 가격과 중국과의 파멸적인 가격경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 유럽의 일론 머스크로 불리는 페테르 칼손 노스볼트(Northvolt) CEO는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유보하고 미국에 먼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REUTERS

독일과 프랑스의 동상이몽
얼마 전 케저가 지멘스에너지 CEO 크리스티안 브루흐와 함께 방문했던 미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바이든의 계획은 2030년까지 30GW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100만㎞의 새로운 전력선이 필요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케저는 말했다. 브루흐 CEO도 미국 프로그램을 “영리하고 간단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칭찬하며 이 프로그램이 독일 기업의 ‘투자 물결’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에너지도 미국에서의 생산 역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풍력발전과 전력망 확장을 위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멘스에너지에 따르면 신뢰할 수 있는 허가 절차와 일정이 없다. 브루흐 CEO는 이것이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자원분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유럽이 이 기간 안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유럽보다 미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브루흐 CEO는 말했다.
지멘스에너지의 고위 임원들은 유럽연합이 제때 미국의 도전에 효과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의심한다. 케저는 현재 프랑스와 독일 간에 실행 가능한 정치·경제적 (공통의) 이해관계조차 없다고 말했다. ‘유럽형 IRA’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새로운 바이든 법을 취급하는 방식을 봐도 갈 길이 멀다. 미국의 계획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알려지자마자 유럽의 정치인들은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2022년 11월 초순에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어조로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이를 거부했다. 성명을 발표하려는 날이 하필 미국 중간선거 당일이어서, 그렇게 한다면 미국 정부가 모욕적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 기업에 대한 보호주의적 ‘바이 유로’(Buy Euro) 보조금을 도입하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요구에도 찬성하지 않았다. 보조금 정책을 위한 자금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 프랑스인들이 지금까지 답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에서 의심하듯이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는 이 목적을 위해 유럽기금을 만들기 원하고, 그 자금은 주로 독일의 세금이나 새로운 유럽연합 공동 채권으로 조달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장(오른쪽)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 다른 나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Olivier Hoslet/ REUTERS

“우리도 이빨이 있다”
미국에 대한 강경 노선은 유럽연합 내에서 현재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당분간 협상을 계속하려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완화해달라고 애원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가능한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폰데어라이엔의 비서실장 푀른 자이베르트는 백악관 선임 고문 존 포데스타와 통화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의 목표는 바이든의 계획에서 유럽연합에 불리한 구절을 최대한 삭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외교관들은 이제 막 공식화하는 시행조항에 영향력을 행사해 새로운 협정이 생기길 기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구상 중 하나는 주요 7개국(G7)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국가도 포함하는 일명 ‘원자재 클럽’이다. 회원국에서 생산하는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은 동맹 내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거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은 바이든의 새 법 아래에서도 유럽 상품이 미국 이웃 국가의 상품과 유사한 우대를 받게 하려 한다. 돔브로우스키스는 “우리 목표는 유럽 기업이 멕시코나 캐나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유럽연합 국가는 미국과 사실상 공개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지를 곧 결정해야 할 것이다. 녹색당 소속 정치인 뷔티코퍼는 유럽연합 동료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렇게 된다면 나는 프랑스의 방식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이빨(齒)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워싱턴에 보여줘야 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47호
Die amerikanische Versuchu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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