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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통행료 배달기사 부담, 반인권 책임은 하청에 전가
[FOCUS] 딜리버리히어로의 노동착취- ① 흑자의 비밀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안카트린 네치크 economyinsight@hani.co.kr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두바이에서 이주노동자 수천 명이 독일 배달업체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를 위해 도시를 누비며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좁은 공간에 살면서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일한다. 잘나가는 배달 대표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실상을 들여다본다.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차이트> 기자

   
▲ 2017년 독일 베를린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앞에서 사진 찍는 배달노동자. 결국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인건비가 높아서였다. REUTERS

나딤(25·가명)은 이 거대한 도시에서의 삶에 희망이 없어 보일 때, 절망스러울 때, 파키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그리울 때, 까만색 일기장을 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부모님, 우리 가족이 보고 싶어요. 눈물이 나요. 나는 지금 두바이에 있지만 가족을 잊지 않았어요. 엄마 냄새가 그리워요. 엄마 생각을 할 때마다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를 떠올려요.”
나딤은 아랍에미리트에서 독일의 거대 배달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고용한 1만5천 명이 넘는 배달원 중 한 명이다. 주황색 유니폼이 소속을 나타낸다. 이주노동자 나딤은 다른 파키스탄인 5명과 함께 두바이 변두리 10~12㎡ 크기의 어두운 방 한 칸에서 산다. 그들은 3층 침대에서 잔다. 천장에선 선풍기가 소음을 내며 돌고 있다. 문 옆 오른쪽 위 침대가 나딤의 안식처로 유일한 개인 공간이다. 그는 여기서 자며 좋아하는 드라마 <버진 리버>(Virgin River)를 본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목가적인 소도시에 사는 이 드라마의 캐릭터 중 하나로 자신을 소개한다.
나딤은 기자에게 자기 방을 보여주기 꺼렸다. 초라한 부엌이며 비쩍 마른 고양이가 들어오는 지저분한 계단을 부끄러워했다.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안다면 엄마는 나를 당장 집으로 데려갈 것이다.”

   
▲ 두바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5월14일 노동자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REUTERS

독일에 없는 독일 기업
40℃ 넘는 두바이의 여름은 삶에 적대적인 장소다. 사람들은 되도록 실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냉방장치가 된 사무실이나 쇼핑센터에서 말이다. 그러나 나딤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루 10시간 혹은 그 이상, 차선이 많은 고속도로를 달려 음식과 식료품을 배달해야 한다. 운이 좋은 날엔 35유로(약 4만8천원) 정도를 벌지만 운이 안 좋은 날엔 10유로밖에 못 번다.
나딤이 일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대표는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다. 그는 두바이에서 수천㎞ 떨어진 스위스 취리히의 호수에 산다. 2020년 주식 지분 덕분에 4600만유로(약 635억4천만원)를 벌었다.
외스트베르크도 사실 이주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한동안 기업 컨설턴트로 스위스에서 일하다가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다. 2011년 스타트업 딜리버리히어로를 설립했다. 가정 주문 배달을 하는 서비스 업체로 식당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상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금세 수백만유로의 사업으로 번창했다. 투자가들은 딜리버리히어로를 신임했고, 외스트베르크는 세계 도처에서 경쟁업체를 사들이며 시장을 하나하나 점령했다. 2015년 딜리버리히어로는 기업 가치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2020년 닥스(Dax) 지수에도 편입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이 자동차와 기계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업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기업은 한 해도 이득을 본 적이 없고 2021년 말부터 독일에서 사업하지도 않는다. 그해 12월 외스트베르크는 독일 시장을 떠났다.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였다. 딜리버리히어로의 미래는 아시아와 걸프(페르시아만) 지역 국가에 있다고 그는 신이 나서 말한다.
페르시아만 국가들, 즉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이 외스트베르크가 모범으로 삼는 시장이다. 아르헨티나부터 싱가포르에 이르는 그의 배달 제국 중에서 이윤을 보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음식 배달로 정말 돈을 벌 수 있는지 거듭 의심하지만 외스트베르크는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바탕에 어떤 희생이 있을까?

   
▲ 딜리버리히어로 창립자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 트위터

부서진 이주의 희망
<차이트>는 두바이의 딜리버리히어로 배달노동자 십수 명과 인터뷰하고 증거물을 직접 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조사 결과,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노동자를 무자비하게 대하는 기업이었다. 하청기업을 두었고 체계적으로 법을 어겼으며, 배달노동자를 고용하는 조건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비난받을 만한 기업임이 드러났다.
딜리버리히어로에 문의하자, 하청업체를 두고 일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흔히 있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청업체는 ‘배달노동자의 고용주’로서 그들의 ‘복지’와 모든 관련 법을 지킬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위법 사항이 알려지면 조사에 착수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엄격한 규정에 따라 조처한다. 우리는 당국에 보고하고 협력을 중단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딜리버리히어로는 하청업체를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주장했다.
딜리버리히어로 배달노동자의 이야기는 지켜지지 않은 이주의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이주노동자로서 지구 남반부에서 낯선 곳으로 더 나은 삶의 꿈을 안고 이동했다가 그 희망이 어떻게 부서지는지 체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딤은 4년 전 그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출신의 젊은 남성인 그는 외롭지만 희망을 가득 안고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에 사는 삼촌이 공항으로 마중 나오리라 기대했지만, 삼촌은 일하느라 오지 않았다. 나딤은 도시에서 방황했고 이틀 뒤에야 겨우 잠잘 곳을 찾았다.
짓누르듯 더운 8월 말의 화요일, 사려 깊고 감수성이 예민한 나딤은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멜론주스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눈 밑으로 눈물샘이 보이고 턱수염에 잿빛이 약간 섞여 있다.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손으로 자주 얼굴을 쓸어내렸다.
두바이의 많은 이주노동자처럼 나딤도 밑바닥에서 시작했다. 그는 창문을 닦았고, 비누공장 생산 벨트에 서서 일했다. 몇 달 뒤 그는 돈을 조금 모아 오토바이 면허증을 땄다. 배달노동자를 여러 곳에 중개하는 하청업체에 채용됐다. 그렇게 그는 딜리버리히어로, 더 정확히는 100% 자회사인 탈라바트(Talabat)에 오게 됐다.
하청업체는 나딤에게서 여권을 빼앗았고 노동비자 발급 비용으로 약 2천유로를 요구했다. 두 가지 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불법이다. “하지만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딤은 그 돈을 파키스탄에 있는 삼촌에게 빌려 하청업체에 줬고 하청업체로부터 오토바이와 스마트폰 유심칩, 주황색 유니폼을 받았다. <차이트>가 하청업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한 직원은 ‘배달기사들로부터 노동비자 발급을 위한 돈을 받고 일종의 담보로 여권을 압수한다’는 것을 시인했다.
나딤이 딜리버리히어로에서 일한 이래 그의 일상은 항상 똑같은 리듬의 반복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나딤은 앱에 로그인한다. 앱은 그에게 주문을 할당하고 도시에서 다닐 곳을 알려준다. 가끔은 그를 아주 비싼 지역으로 인도한다. 예를 들면 마리나 지구 같은 곳, 초현대적인 주거타워가 항구를 감싸는 곳이다.
나딤은 부자들이 그를 침입자로 본다는 사실을 안다. 고급 식당에 가면 그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 어제는 술 취한 고객이 왜 더 빨리 오지 않았느냐고 나딤에게 소리를 질렀다. 운이 좋으면 고객은 팁으로 1디르함(약 350원)을 준다. 나딤은 금세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두바이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돈이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마리나 지구의 풍경. 화려한 고층 건물의 이면에 이주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REUTERS

기적의 도시, 어두운 그늘
처음 두바이를 여행하는 사람은 이곳을 기적의 장소로 여길 수 있다. 반세기 전만 해도 황무지와 집 몇 채만 있었는데 지금은 고층 건물이 하늘을 찌르고 고급 승용차가 거리를 누비는 곳이 됐다. 나딤 같은 이주자가 없었다면 두바이는 아직도 사막의 마을이었을 것이다. 반짝이는 외관 뒤에 이런 사실이 감춰져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도시를 건설했고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보모로 아이를 돌보거나 슈퍼마켓 계산원으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 호텔 방을 청소하고 건축 공사장에서 땀 흘리는 아프리카인이나 인도인, 택시를 몰고 음식을 배달하는 파키스탄인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1천만 명이 산다. 이 중 900만 명은 이곳 사람이 아니다. 900만 명 중 얼마가 이주노동자인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정책연구소 걸프연구센터(Gulf Research Center)는 이주노동자 수가 수백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나딤은 스마트폰으로 고향 집을 찍은 비디오를 보여준다. 큰 집, 꽃 피는 정원, 그 속에서 베짱이가 노래한다. 그의 의붓아버지는 수년간 미국에서 카펫을 팔았다. 의붓아버지가 보내주는 돈으로 나딤의 가족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나딤은 집을 떠났을까? 아마 낯선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실현하려는 꿈이 있었거나, 나딤이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증명하고 싶다. 내 삶에서 무언가를 이룩하고 싶다. 당신이 가난하게 태어났다면 당신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다.”
나딤이 두바이에 와서 처음에는 괜찮았다. 매일 최소 14시간 일했고 매달 1천유로(약 135만원) 이상을 벌어서 일부는 집에 송금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딜리버리히어로가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 나딤은 시간당 임금이 아니라 주문 건수에 따라 임금을 받게 됐다.
다른 배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나딤은 요즘 주문 한 건당 2유로(약 2700원) 정도 받는다. 휘발유 비용과 도로통행료는 배달노동자가 부담한다. 아프거나 쉬면 돈은 전혀 받지 못한다. 배달노동자에게 이런 임금 모델은 위험 극대화와 이익 최소화를 뜻한다.
딜리버리히어로에는 그 반대다. 최소한의 위험을 부담하고 최대한의 이윤을 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2022년 초 세계 디지털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상승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독일 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2년 2월, 주식시장이 무너졌고 여름에 딜리버리히어로는 닥스에서 퇴출당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기업 대표인 외스트베르크가 이익을 보기 원했다. 내부자 보고에 따르면 외스트베르크는 ‘스마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긴축 프로그램을 지시했다. 딜리버리히어로 쪽은 자사가 항상 최적화의 길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 Die Zeit 2022년 제41호
Die Ausgelieferten: Kuriere der Wüst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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