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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빼앗고 비자 비용 요구, 법 있어도 적용되지 않는다
[FOCUS] 딜리버리히어로의 노동착취- ② 허울뿐인 법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안카트린 네치크 economyinsight@hani.co.kr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차이트> 기자

   
▲ 딜리버리히어로의 아랍에미리트 배달 플랫폼 ‘탈라바트’ 배달노동자들이 2022년 5월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REUTERS

나딤은 패스트푸드 식당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지하철에서 내려 파키스탄 간이식당을 지나고, 자동차 정비소를 지나고, “침대 임대, 인도인에게만”이라는 쪽지가 붙은 집을 지난다. 몇 분이 지나 그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나딤은 억센 잔디에 몸을 던지고, 덤불에서 곡식을 주워 먹는 암탉을 바라봤다. 그는 두바이로 올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점점 자주 자문한다. “파키스탄에서 나는 환상적인 삶을 살았다.”
다른 달과 마찬가지로 2022년 7월 말에도 딜리버리히어로는 “친애하는 영웅에게”와 같은 친절한 말로 시작하는 소식을 보냈다. 한 달 내내 나딤은 약 600유로밖에 벌지 못했다고 거기에 적혀 있다. 처음 일했을 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6월엔 이보다 더 적었다. “이런 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나딤의 어머니는 그가 송금하지 않으면 화낸다. 여동생이 곧 결혼한다. 나딤은 여동생 결혼에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지만 무슨 돈이 있어 돕는단 말인가?
나딤의 전화벨이 울렸다. 제일 친한 친구 알리다. 둘은 딜리버리히어로에서 일하며 알게 됐다. 반년 전 알리는 자동차와 충돌했다. 나딤은 서둘러 알리를 병원에 보내고 동영상을 찍었다. 알리가 중상을 입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다. 알리의 손가락은 쓸리고 입술은 피로 뒤덮였다. 발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주황색 탈라바트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사고가 난 뒤 여러 날 동안 나딤은 알리의 침대 곁을 지켰다. 배달회사는 병원비를 부담했지만 알리가 일을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사고 보상을 약속했으면서도 말이다.

   
▲ 2020년 8월18일 독일 베를린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건물의 로고. REUTERS

노예제도 ‘카팔라’
배달노동자들은 왜 이런 일을 당하고 있을까? 그들은 왜 떠나지 않을까? 카팔라(Kafala)라는 노동계약과 관련 있다. 카팔라는 보증 혹은 개런티라는 뜻의 아랍어다. 이주노동자는 걸프 국가에서 보증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보증인 없이는 일할 수 없다. 카타르에선 카팔라 제도를 공식 폐지했으나, 아랍에미리트에선 아직도 존속한다.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노동자를 위해 보증을 서는 것은 대부분 하청업체로 그들이 규칙을 정한다. <차이트>와 인터뷰한 배달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가 그들의 여권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법이 정한 대로, 하청업체가 노동비자를 비용 없이 발급받게 해줬다고 말하는 노동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다른 배달노동자들은 비자와 면허증을 얻기 위해 1천~4천유로의 빚을 냈다. 그 빚을 다 갚으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차이트>는 한 배달노동자가 하청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입수했다. 계약서에는 “나는 여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그만둘 때 돌려받는다. 한 달에 주문 250건 이하로 처리하는 경우 550디르함을 오토바이 임대료로 공제한다”고 쓰여 있다. 550디르함은 약 150유로(약 20만원)에 해당한다. 큰돈이다.
벌칙은 꽤 많아졌다. 배달노동자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벌칙을 당하곤 한다. 벌써 수개월 전부터 앱이 주문을 적게 줘서 다음 주문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벌칙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쇼핑몰에서 만난 한 인도인 배달노동자는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열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사흘간 그의 배달 업무를 ‘중지’시켰다고 화면에 나와 있었다. 그의 잘못이란 너무 자주 지원팀에 연락했다는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쪽은 “사용자가 시스템을 오용할 경우, 모든 조직이 그렇게 하듯” 앱 사용을 중지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도인 배달노동자는 지원팀에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고객 주소가 정확하지 않은 일이 자주 있었다. 사흘간 중지란 사흘간 돈을 벌지 못함을 뜻한다.
벌칙 시스템은 계획대로 배달을 못하면 누구든 벌을 받는 시스템이다. “남을 보살피기 때문에 우리는 영웅이다”라는 모토를 지닌 기업에 잘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2022년 4월에야 딜리버리히어로는 유엔의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고 전세계에서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차이트>는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에게 2022년 초부터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항상 그가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마침내 이 기업의 홍보부는 서로를 알게 되는 기회라며 우리를 딜리버리히어로 두바이 지점으로 초대했다. 32층, 시선이 거의 바다에까지 닿는 곳이다. 회의 사이에 직원들이 긴장을 풀고 쉴 수 있는 스낵바와 웰빙 공간을 갖춘 사무실로 홍보부 직원들이 안내했다. 배달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말을 꺼내자 홍보부 직원은 답변을 피했다. 직원은 다만 한 가지를 단언했다. “배달노동자의 안전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
상세한 비판에 직면하자 딜리버리히어로는 나중에 서면으로 답하기를, 배달노동자에게서 여권을 압수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조사하겠다고 했다. 하청업체가 비자를 위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산업 전반의 문제”이며 중단기적 조처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 당국 및 하청업체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 두바이의 딜리버리히어로 배달노동자들은 하청회사 탈라바트가 비싼 돈을 들여 축구선수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배달료 인상에는 인색하다고 비판한다. 탈라바트 인스타그램

3시간 자고 7시간 노동 반복
웰빙 공간을 갖춘 오피스타워로부터 불과 몇㎞ 떨어진 곳에 특색 없는 모래색 건물들이 줄지어 선 공장지대가 있다. 창문에는 신문지를 붙였고, 마당에는 옷들이 널렸고, 복도에는 신발이 쌓여 있다. 병영이나 감옥이라 생각할 법하지만 이곳은 노동자들의 수용소, 대형 기숙사다. 이주노동자들이 아주 좁은 공간에 살고 있다. 이들은 주로 도시의 공사현장에서 돈을 번다. 딜리버리히어로 기사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슬람 사원의 금요일 기도회에서 돌아오는, 올리브색의 긴 옷을 입은 38살 파키스탄 남성 사지드(가명)를 여기서 만났다. 그는 6년 전부터 이곳 노동수용소에서 살고 있다. 14명이 함께 방을 쓴다. 그중 6명은 매트리스를 깔고 바닥에서 잔다. 아랍에미리트 법에 따르면 각 방의 수용 인원은 최대 10명이다.
사지드는 딜리버리히어로에서 배달일을 교대제로 한다. 6~7시간 오토바이를 타고 두바이를 누비면서 주문받은 음식을 식당에서 고객에게 전달한다. 3시간 잠을 잔 뒤 다시 배달하는 일이 매일 반복된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파키스탄에 돈이 필요한 아내와 딸이 있다. 1~2년에 한 번 몇 주 정도 집에 다녀온다. 4개월 전 태어난 딸을 사지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사지드가 처한 상황은 모든 배달노동자에게 공통적이다. 쇼핑몰, 거리, 숙소, 어디서 만나든 간에 그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 배달노동자 자신도 여권 제출이 법으로 금지된 일임을 안다. 그들이 온통 자의적 시스템에 갇혔다는 사실 역시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랍에미리트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파업은 금지됐다. 파업하면 추방당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를 더 잘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이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 걸프 국가에서 통과됐다”고 인권단체 에퀴뎀(Equidem)의 무스타파 까드리는 말했다. 이 단체는 걸프 지역에서의 인권침해를 정기적으로 폭로한다. “하지만 법은 집행되지 않고 거의 통제되지 않는다. 이 나라들은 시늉만 하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아직 딜리버리히어로를 기소할 수 없다. 독일에 기반을 둔 회사가 국외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는지 증명해야 하는 공급망법은 2023년부터 적용된다. 위반하면 수백만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배달노동자는 이제야 겨우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2022년 5월 몇몇 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파업했다. 그들은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주문 한 건당 배달료 2디르함 인상을 요구했다. 유로화로는 약 50센트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패했다. 한 건을 위해 2㎞ 이상 가야 할 때만 ㎞당 6센트를 더 받을 뿐이다.
배달노동자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거주 지역에 가면 알 수 있다. 거주지 뒤로 ‘유령 시장’이라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식료품 물류창고가 있다. (식료품 주문을 받은) 기사가 몇 분마다 한 명씩 비닐봉지를 들고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그늘에서 졸고 있던 배달노동자들은 인터뷰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불만을 제기한 뒤 해고당한 동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분노가 공포를 이겼다. 기자를 찾아와 이야기하는 배달노동자가 점점 더 많아졌고, 모두가 뒤섞여 목소리를 높였다.
왜 우리는 ‘유령 시장’에서 화장실에 가면 안 되는가? 왜 우리가 휘발유 비용을 치러야 하는가? 왜 사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앱을 중단시키는가? 왜 임금을 삭감하나? 딜리버리히어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막대한 돈을 지급하면서 우리에게는 왜 임금을 더 주지 않는가?
배달노동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분노하면서 기자를 둘러쌌다. 한 배달노동자가 외쳤다. “우리가 죽든 살든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 Die Zeit 2022년 제41호
Die Ausgelieferten: Kuriere der Wüst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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