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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관리 비용 증가 주범… 농약·비료업체 부담 요구
[ENVIRONMENT] 프랑스 식수오염 잔류농약 줄이기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솔랑주 드 프레맹빌 economyinsight@hani.co.kr

살충제와 제초제 등 잔류농약에 오염된 식수를 정화하는 데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수질관리공단은 ‘제로 농약’을 외친다.

솔랑주 드 프레맹빌 Solange de Fréminvill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수도 파리의 인구 증가에 따른 식수난을 우려해 1802년 나폴레옹의 지시로 건설한 생마탱 운하. 프랑스 수질관리공단은 식수 오염의 주범인 농약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REUTERS

“품질기준에 맞지 않는 물이 공급된다.” 알자스모젤 지역 물정화노조의 프랑크 허프슈미트 친환경전환부장은 말했다. 알자스 지방에 있는 지하수 집수 시설 여러 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유럽에서 가장 풍부한 수자원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지하수가 잔류농약에 오염된 것이다. 농약이 분해되고 남은 물질인 잔류농약은 농약만큼 혹은 농약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제초제 에스-메톨라클로르(S-Metolachlor)와 클로리다존(Chloridazon)의 잔여물이 (또 다른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잔여물 또는 그보다 독한 아트라진(Atrazine) 잔여물과 결합해 남아 있는 것이 알자스에서 벌인 수질검사에서 발견됐다. 특히 아트라진은 프랑스에서 2003년부터 사용 금지된 제초제다. 잔류농약에 오염된 물에 질산염까지 섞여 있다. 허프슈미트의 표현을 빌리면 지역 주민은 ‘잔류농약 칵테일’을 마시는 셈이다.

저평가된 위해성
잔류농약에 오염된 물이 건강과 환경,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일간 <르몽드>가 수집한 지역건강청 자료를 보면, 2021년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물이 1200만 명에게 일시 또는 정기적으로 공급된 것을 알 수 있다. 1200만 명은 프랑스 인구의 20%다. 오염원은 역시 에스-메톨라클로르, 클로리다존 등 잔류농약이었다. 물에 농약 성분이 남았다고 무조건 공급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생 측면에서 허용되는 최대치(Vmax)를 넘지 않아서다.
이 최대치가 임시로 정해진 물질도 있다. 관련 연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 그렇다. 더 심각한 것은 농약이 분해되고 남은 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성분이 농약에 따라 많게는 10개까지 있다. 국립농업연구소(Inrae)와 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전문가 집단은 2022년 5월 보고서를 내어 관련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먹는물의 안전성이 얼마나 불확실한지는 국립식품환경노동보건안전청(보건안전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민단체 ‘미래세대’에 따르면 보건안전청은 2022년 9월30일 에스-메톨라클로르의 대사산물(Metabolite) 두 종류를 ‘관련성 없음’(비위험) 물질로 분류했다. 2021년 초까지는 ‘관련성 있음’(잠재적으로 위험)으로 판정된 물질이다. 그 결과 지역 주민 수백만 명이 하루아침에 수질기준 ‘적합’으로 판정이 뒤바뀐 물을 마시게 됐다. 문제는 보건안전청이 두 물질의 유전독성(Genotoxicity)만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2023년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이 에스-메톨라클로르의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 보건안전청은 이를 바탕으로 그 대사산물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
식수와 식품에 남아 있는 여러 화학성분이 결합해 상승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농약이 우리 몸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이를테면 암이나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잔류농약이 내분비교란물질로 밝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분비교란물질에 극소량만 노출돼도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0~3살 아이는 특히 더 취약하다. 농업에서 사용하는 질산염 등 오염물질은 허용량이 식수 1ℓ당 50mg으로 정해져 있다. 암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이다.

   
▲ 프랑스 북부 캉브레 부근 밭에서 농부가 트랙터로 제초제를 뿌리고 있다. 잔류농약 등 농업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데 드는 돈이 수질관리 비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한다. REUTERS

돈 먹는 하마
농약과 화학비료는 지구환경과 생태균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곤충과 새의 떼죽음, 살충제 저항 현상, 녹조, 지구온난화 등이 그 예다. 먹는물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지역보건청도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물을 수질기준에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처리 시설과 과정에 천문학적 돈이 나간다. 관련 조사를 한 유일한 기관인 환경부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농업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매년 6억4천만~11억4천만유로(약 1조5800억원)를 추가로 지출한다.
수질관리는 집수구역부터 시작된다. 오염 구역 개발 중단하기, 비오염 구역의 취수원에 연결하기, 오염된 물과 깨끗한 물 혼합하기 등 소독 처리할 물을 모으는 단계에서 많은 돈이 든다. 2011년 조사 결과를 보면 집수 과정에서 드는 추가 비용이 1억~2억유로에 이른다.
지표수(하천·호수 등의 물)를 끌어오는 지자체와 농업 오염물질의 영향으로 수질이 나빠진 지자체는 식수화 공장에도 투자해야 한다. 식수화 공장은 농약과 그 대사산물, 미세오염물질, 유기오염물질을 거르는 활성탄이나 질산염 제거 장치를 갖추고 있다. 식수화 공장에서 나가는 금액이 전체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약과 질산염 처리에 각각 2억6천만~3억6천만유로, 1억2천만~3억6천만유로가 매년 든다.(2011년 기준)
프랑스 수질관리공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오드파리’(Eau de Paris)는 2000년대 들어 지하수를 식수로 바꾸는 공장 네 곳을 지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오늘날 공장에서 미세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공단 수질관리 비용의 30%를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오드파리 전체 배출량의 10%에 이른다. 활성탄은 석탄이나 코코넛에서 추출한 물질로 아시아에서 수입한다. 예산과 탄소배출 측면에서 공단에 큰 부담이다. 프랑스 서북부 도시 렌의 지역공공협회인 ‘오뒤바생’(Eau du Bassin)과 국립농업연구소에 따르면, 처리해야 하는 농약의 양이 절반으로 줄면 연간 변동지출의 4분의 1을 아낄 수 있다. 공장에서 물을 혼합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반응물질과 에너지의 비용이 많이 줄어든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은 특히 시급한 문제다. 로랑 게노 렌시 지역공공협회장은 말했다. “2021~2022년 전기료가 30% 올랐다. 지금 수준에서 2023년까지 3배 더 뛸 것이다. (활성탄, 나트륨 화합물, 석회 등) 반응물질(Reagent) 가격도 2022년 20% 올랐다. 2023년엔 인상률이 50%를 기록하리라는 전망이 있다.”

   
▲ 프랑스 북부 지역의 넓은 밀밭에서 콤바인으로 밀을 수확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농부에게 보상금을 지원하며 제초제 오염이 심각한 옥수수농사 대신 유기농 밀 재배를 권장한다. REUTERS

예방에 주력
2011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기타 비용으로 해마다 약 7천만유로가 나간다. 농업 오염물질이 집수구역에 침투하지 않게 예방하는 데 드는 돈이다. 비용을 비교해보면 프랑스는 오염원을 원천 차단하는 것보다 오염된 물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질관리 비용을 줄이는 핵심은 오염원 차단이다. 이를 이해한 지자체에서는 물 관련 기관의 도움으로 오래전부터 수자원 오염 예방에 힘쓰고 있다.
동부 지역 롱르소니에는 1992년부터 지역 농민과 협력해 수자원을 보호한다. 지자체는 제초제 오염이 심각한 옥수수 농사를 포기하고 유기농 밀 재배를 두 배로 늘렸다. 옥수수 대신 밀을 기르는 농민에게 보상금을 줬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밀가루는 지역 단체급식에 쓰인다. 그런데도 옥수수 농사가 채산성이 높아 2012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몇 년 뒤 물에서 에스-메톨라클로르와 그 대사산물이 검출됐다. 물은 수질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지자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처리시설 설립을 완강히 거부했다. 대신 오염 예방에 집중했다.
수질관리공단에서 농업과 환경 부문을 맡은 크리스틴 콩브는 지자체 요청에 따라 “집수구역에 밭이 있는 농민은 2021년부터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단은 기계식 제초, 울타리 나무 심기, 유기농 유지 같은 환경 서비스의 대가를 지급(생태계 복원에 참여하는 농민에게 재정 지원)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최종 목표는 국립인가지자체공단연맹(FNCCR)이 요청하는 바와 같이 집수구역에서 농약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다. 이 연맹은 에너지, 물, 폐기물 관리 등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자체 기관의 모임이다.
정부와 유럽연합(EU) 차원의 수질오염 예방 정책이 없는 탓에 오드파리 또한 자체적으로 농민지원제를 시행한다. 이는 2020년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한 제도로, 센노르망디 지역 물관리청이 예산의 80%를 부담한다. 오드파리는 집수구역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하거나 농약 사용량을 현저하게 줄이는 농민을 지원한다. 농약을 안 쓰거나 덜 쓰는 대신 작물 종류를 바꿔 재배할 것을 권장한다. 땅 1만5천㏊에 있는 100여 개 논밭이 지원받는 대상이다.
오드파리는 농·임업에도 투자한다. 나무가 심긴 밭은 빗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고 빗물을 정화해 생태계 복원에 도움을 준다. 에스텔 드자르노 ‘오드파리’ 부사장은 “나무는 수질과 생물다양성, 탄소포집에 좋다”고 말했다. “욘강과 오브강이 만나는 반 계곡은 중요한 취수원이다. 그곳에 있는 농지의 20%가 유기농지다. 수질이 다른 곳보다 낫다.”
알자스모젤 지역 물정화노조가 정한 목표도 비슷하다. 이 단체는 3년 전부터 지하수 ‘수질 복원’에 힘쓰고 있다. 유기농지를 비롯해 목초지 등 환경영향이 적은 농지의 비중을 20%로 늘리고 집수구역에서 오염도가 가장 높은 농약의 사용량을 2025년까지 절반으로 낮출 계획이다(코로나19 이전 목표는 2022년이었다). 중요한 건, 새 분야를 개척해 농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제로 농약’ 선언문 채택

프랑스 국립인가지자체공단연맹(FNCCR)은 2022년 9월 말 회의에서 ‘먹는물 집수구역을 지속가능 공간, 제초제·살충제 없는 공간으로 바꾸기’를 목표로 하는 선언문을 최초로 채택했다. 공공 식수망을 관리하는 지자체 600곳이 연맹에 가입돼 있다(프랑스 전체 인구의 85%가 이들 지자체에서 먹는물을 공급받는다). 연맹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먹는물을 수질기준에 맞게 처리하는 비용을 농약과 화학비료를 만드는 업체에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비용은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제품의 잔여물을 처리하는 비용을 포함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2월호(제429호)
Eau potable: la facture salée des pesticid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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