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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고령화로 노동력 부족 심화
[GLOBAL] 홍콩과 싱가포르의 인재 쟁탈전- ① 현황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원쓰민 economyinsight@hani.co.kr

원쓰민 文思敏 양민 楊敏 <차이신주간>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인 싱가포르 도심의 피나클앳덕스턴. 싱가포르에선 최근 유입 인구가 늘면서 월세가 50% 넘게 오른 곳이 숱하다. REUTERS

“싱가포르가 갈수록 북적거린다.” 싱가포르로 이주한 리웨이웨이는 지난 반년 동안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한 동기와 친구를 만나느라 바빴다. 회사가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해 옮긴 친구도 있고, 출장이 잦아 중간 지점인 싱가포르에 정착하려는 친구도 있다. 리웨이웨이는 “싱가포르에서 편안하게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생활을 누리려 했는데 지금은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는 경쟁이 심하지 않았는데 최근 입학 신청자가 많아 몇 달씩 대기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선 유입 인구가 늘면서 월세가 50% 넘게 오른 사례가 숱하다. 물가인상으로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었고, 싱가포르를 떠나려 고민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사람의 이동은 늘 있는 일이다. 경쟁은 따지고 보면 결국 사람 경쟁이다. 서비스형 경제사회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경제 회복에 애쓰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져 신산업과 우수 인력을 유치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방역 제한과 새로운 이민 바람, 출산율 하락, 인구고령화 등 여러 요인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지난 2년 동안 빠져나간 인재가 많았다.
2022년 7월1일 취임한 존 리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2022년 시정보고 자문회의(8월20일)에서 “혁신, 의료,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를 반드시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2022년 8월21일 국경일 국정연설에서 “세계 일류의 인재풀을 만들겠다”며 “현지 인재를 육성하고 최고의 인재를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 본격화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으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력자원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엄격한 방역 조치로 많은 외국 국적의 인재가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2년 동안 홍콩의 노동인구는 약 14만 명 줄었는데 그중 3분의 2는 고급 기술인력이다. 특히 25~39살 인구의 감소폭이 크다. 2020년 2분기 말에 견줘 7만8천 명이 줄었다. 싱가포르의 ‘2021년 인재 보고서’를 보면 인구가 2020년부터 2년 연속 줄었다. 2021년 인구감소율은 4.1%로 1950년 이후 가장 높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현지 인재 육성에만 의존해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요를 채울 수 없다.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흡수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2021년 중반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입국자 격리를 해제하는 등 홍콩보다 한발 앞서 우수 인재 선점에 나섰다.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집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벤처투자업계에서 일하는 천첸은 2022년 8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직장을 옮겼다. 그의 회사는 동남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9월 말, 밀켄연구소의 ‘아시아 서밋’과 ‘포브스 글로벌 CEO 콘퍼런스’ 등 대형 국제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잇달아 열려 세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사모펀드 회의인 ‘슈퍼리턴 아시아 2022’, 암호화폐 회의 ‘토큰2049’도 싱가포르에서 처음 개최됐다. 많은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고급 호텔에 모여들어 방을 예약하기 힘들었고 하루 숙박료가 2천달러(약 260만원)까지 치솟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투자자 왕펑은 “사모투자 분야 원로들을 중국에서는 만나기 힘든데 싱가포르에서 교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홍콩에서 열린 슈퍼리턴 아시아 회의에도 참석했다. “사모투자 업계에서 코로나19 발생 뒤 처음 연 대규모 대면 행사다. 이번 싱가포르 회의의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홍콩 회의보다 훨씬 크다.” 왕펑은 단 2주 동안 60개 회의에 등록했다. 교류 기회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 2021년 8월 홍콩 주민들이 국제이민자산박람회 행사장을 빼곡히 메웠다. 홍콩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국외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늘어 광범위한 인재 유치 대책을 내놓았다. REUTERS

싱가포르 금융업 번성
동남아 지역 중심이자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이 지역에서 성장 기회를 붙잡으려는 사모투자와 벤처투자의 관문이 됐다. 2022년 7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하버드대 발전기금(Harvard University Endowment) 운용사가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부호 리카싱이 이끄는 호라이즌벤처스(維港投資)도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둘 예정이다. 홍콩 이외 지역에 처음 만드는 사무소다. 싱가포르 경제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는 중국 순웨이캐피털(順爲資本)과 소스코드캐피털(源碼資本), 비전플러스캐피털(元璟資本)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싱가포르는 안정적인 정치·감독 환경을 기반으로 자산운용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 최신 자료를 보면 2021년 싱가포르의 전체 운용자산(Asset Under Management)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4조1천억달러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싱가포르에서 영업허가증을 받은 자산운용사는 1108개(15% 증가)다.
싱가포르 금융업의 가파른 성장과 관련해 폴 찬 홍콩 재정사 사장은 다양한 자료를 나열해 “홍콩이 싱가포르에 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자세를 낮출 필요도, 부족함을 회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부유한 가족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중국 신흥 부호가 패밀리오피스를 만들 때 홍콩을 가장 선호했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패밀리오피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사례가 나타났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자료를 보면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 수는 2017~2019년 5배 늘었다.
자산운용 업계 구도의 변화는 돈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 배후에는 기업인 자원과 기업환경을 둘러싼 경쟁이 있다. 업체 이동으로 홍콩의 일자리와 함께 많은 자산운용, 사모펀드, 벤처투자 분야 인력이 싱가포르로 옮겨갔다. 금융 분야 국제헤드헌터 넥서스서치(NexusSearch) 마이제링 이사는 “많은 고객이 2021년부터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며 “많은 일자리, 특히 고위 경영직 자리가 싱가포르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주로 은행과 자산운용사다. 돈이 싱가포르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대졸자 모시기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취임 뒤 인재 유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2년 10월19일 시정보고에서 홍콩 정부는 초·중·고급 국외 인재를 모시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개방의 폭을 넓혔다. 초급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유연하고 광범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홍콩에서 전일제 대학에 다니는 다른 지역 학생이나 홍콩 대학이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홍콩·마카오)에 설립한 분교를 졸업한 학생에게 취업할 수 있는 ‘IANG 비자’를 발급한다. 졸업한 뒤 홍콩 체류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취업 기회를 찾을 시간을 늘렸다.
웬디 훙 홍콩 입법의원은 “홍콩에서 공부한 유학생은 홍콩의 귀중한 인적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유학생은 1년이면 환경에 적응하고 홍콩에 대한 동질감이 생긴다. 그런 유학생들이 홍콩의 주력이 되어 노동력 공백을 보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고급 수준의 인재를 대상으로 홍콩 정부는 ‘톱 탤런트 패스’(Top Talent Pass)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00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최근 5년 중 3년 이상 취업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2년 기한의 비자를 발급해 홍콩에서 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년 동안 다른 지역에서 250만홍콩달러(약 4억23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사람도 2년 기한의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인원 제한은 없다.
그 밖에 대학을 졸업하고 숙식을 부담할 경제 능력이 있으며 중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우수인재유치제도’(QMAS)를 신청하면 체류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인원 한도는 2021년 캐리 람 전임 행정장관 시절 연간 2천 명에서 4천 명으로 늘었다. 최근 발표한 시정보고는 인원 제한을 없애고 심사 절차도 개선했다. 자산운용, 해상보험, 핀테크, 창의산업 등 인력이 부족한 13개 분야에 해당하는 신청자에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정책은 노동력 부족을 개선할 수 있다.” 마이제링 이사는 “홍콩은 초급 인재가 항상 부족하다”며 “홍콩에서 졸업한 대학생으로 시장 수요를 다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중·고급 인재가 많이 빠져나가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자 금융업계 대기업은 인재를 직접 육성해 내부에서 승진시켰다. “많은 고객사가 채용전환형 인턴십을 도입했다. 더 좋은 복지 혜택과 연봉을 제공하고 재택근무제도를 운용해 현지 인재와 국외 인재를 채용하고 정착시켰다.”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인재서비스창구’를 만들고, 폴 찬 재정사장이 책임자로 나섰다. 현지·국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과 사업을 기획하고 홍콩에 온 인재에게 원스톱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착 생활과 자녀 취학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홍콩은 자격에 부합하는 외부 인재가 홍콩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때 추가 인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만 7년 이상 거주하면 세금을 돌려준다. 환급세액은 부동산 가격의 약 28.5%에 해당한다.

   
▲ 2022년 11월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대화에 참석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 총리의 8월 국경일 국정연설 뒤 싱가포르 노동청은 2023년부터 인원과 국적에 제한 없이 가장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REUTERS

고급 인재 선호
홍콩 정부는 인력난에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크리스 선 노동복지국장에 따르면 정부는 2023~2025년 새로운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체류기간이 12개월이 넘고 홍콩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는 인재가 해마다 3만5천 명 이상 유입되리라 기대한다. 2021년에 유입된 인재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홍콩 정부가 광범위하게 인재를 유치한다면, 싱가포르 정부는 수준 높은 전문 인력에 초점을 맞췄다. 2022년 8월 리셴룽 총리가 국경일 국정연설을 한 뒤 일주일 만에 싱가포르 노동청(MOM)은 2023년 1월1일부터 국외 네트워크·전문가 비자(ONE Pass)의 인원과 국적에 제한을 없애 가장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 국적자는 최근 1년 동안 월급이 3만싱가포르달러(약 2900만원) 이상이거나 싱가포르에 입국해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가총액 5억달러 또는 연간 매출액 2억달러 이상의 기업에서 요직에 근무했던 것을 증명해야 한다. 문화예술, 체육, 과학기술, 학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개인은 월급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2021년 1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500명 한정으로 ‘테크 패스’(Tech Pass) 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유효기간이 2년인 이 비자는 특정 규모 소득과 매출액, 현지 직원 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갱신할 수 있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임원이 이 비자로 조용히 싱가포르에 입국한 적이 있다.
이번에 도입한 국외 네트워크·전문가 비자는 신청 인원과 국적을 제한하지 않았다. 월소득 기준을 높였지만 융통성이 있다. 해당 비자를 가진 사람은 특정 회사만이 아니라 여러 회사에 근무해도 된다. 체류기간도 5년으로 늘었다. 배우자의 구직활동에도 편의를 제공했다. 배우자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직업을 구할 때 싱가포르 정부가 발급한 동의서가 있으면 별도의 취업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 財新週刊 2022년 제42호
港星人才爭奪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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