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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다원화와 창업생태계 활성화 시급
[GLOBAL] 홍콩과 싱가포르의 인재 쟁탈전- ② 과제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원쓰민 economyinsight@hani.co.kr

원쓰민 文思敏 양민 楊敏 <차이신주간> 기자

   
▲ 대형 금융기관의 고층 빌딩이 자리잡은 홍콩 중심업무지구. 홍콩은 금융과 부동산 중심 도시여서 기술 분야 고급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EUTERS

2022년부터 홍콩 우수인재유치제도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홍콩 이민국 자료를 보면 2022년 1~9월 신청 수가 9252건으로 2021년(3386건)보다 273% 늘었다. 이 기간 비자를 받은 사람은 1853명에 그쳤다. 경쟁률이 5 대 1이다. 금융·회계(584명)와 정보통신기술(565명) 분야 신청자가 가장 많았다. 2006년 이 제도가 시행된 뒤 2021년까지 3만7천 명이 신청해 9131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88%가 중국에서 왔다.
베이징의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원자도 기회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금융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몇 년의 근무 경력도 쌓았다. 이번 기회에 국제적인 도시에서 새롭게 도전해보려 한다. “홍콩에서는 금융업 종사자가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고 급여도 중국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홍콩의 고소득자 세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개인소득세 누적세율이 최고 17%로 미국(3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영국, 독일, 중국의 최고 세율은 45%에 이른다.
홍콩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국제금융중심지다. 중국 인재들은 홍콩을 경유지로 삼아 국외에서 일할 기회를 찾는다. “인력난으로 홍콩의 임대료가 내려가고 있다. 반대로 싱가포르는 오른다. 지금이 홍콩에서 싼값에 좋은 물건을 건질 기회다.” 원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지만 홍콩은 진취적으로 공격할 수도, 보수적으로 방어할 수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집값과 소득세 증가
면적 700㎢의 작은 섬 싱가포르에는 갈수록 사람이 모이고 ‘핫머니’가 유입돼 부정적 현상이 잇따랐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7.5% 오르고, 주요 식품 가격 상승률이 6.9%를 기록했다. 밀가루와 국수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집값과 공공요금이 6.2% 올랐고, 주택 임대료도 급등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임대료 상승폭이 평균 20~40%에 이른다.
“말도 안 된다. 55% 가까이 올랐다.” 이린은 싱가포르 동해안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 산다. 주변에 경치 좋은 이스트코스트공원이 있고 중심업무지구(CBD)와 가까워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다. 8월 임대 기한이 끝나자 집주인이 월 임대료를 4200싱가포르달러에서 6500싱가포르달러(약 620만원)로 올렸다. 5년 전 직장 때문에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긴 그는 홍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고려했다.
예고된 부유층 증세도 고급 인재가 싱가포르 탈출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에서 2024년부터 개인소득세 세율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세대상 소득이 50만~100만싱가포르달러면 최고 세율이 22%에서 23%, 100만싱가포르달러 이상이면 24%로 오른다. 부동산세, 인지세, 자동차 부가등록세 등 ‘부자세’ 세율도 올릴 예정이다.
“앞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 격차가 7%포인트로 늘어난다. 이 정도면 홍콩에서 추가로 드는 생활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이린은 “연봉 100만달러의 금융업계 고소득자는 싱가포르에 있으면 21만달러(가산세 포함)의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홍콩에서는 15만달러면 된다. 6만달러면 홍콩에서도 싱가포르와 같은 수준의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 7년 동안 거주했고 영주권을 받은 팡퉁도 홍콩 이주를 고민한다. “싱가포르 국적을 얻은 지인의 어머니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중병에 걸렸다. 그가 최대한 서둘러 중국에 갔지만 격리기간이 끝나기 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가 3년 넘게 이어지자 외국에서 떠돌던 중국인들은 노부모 돌봄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부모 돌봄과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이 가장 힘든 일이다. 중국에서 온 새로운 이민 세대의 부모는 대부분 장기방문비자(LTVP)밖에 받을 수 없다. 현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에 몸이 아프거나 입원하면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중국인에게 홍콩은 절충할 수 있는 곳이다.” 팡퉁과 그의 가족이 오랜 논의 뒤 내린 결론이다. 홍콩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국제 대도시다. 중국 문화·역사와 깊이 연결된 중국인이 오래 살기에 좋은 지역이다. 웨강아오대만구(광둥성·홍콩·마카오)가 발전해 홍콩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노부모를 중국 광둥성 도시에 모시면, 노부모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독자이거나 다른 형제자매가 모두 외국에 있을 땐 60살이 넘은 부모가 자녀 의탁을 사유로 홍콩 시민 자격을 얻어 홍콩 공립병원 이용 등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 마카오 인근 중국 주하이 헝친섬의 정부 홍보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웨이강아오대만구 지도가 표시돼 있다. 홍콩에서 일하는 중국 직장인은 이 지역 광둥성에 노부모를 모시면, 노부모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REUTERS

여전한 홍콩의 매력
홍콩은 면적이 좁지만 바다와 숲 등 경치 좋은 곳이 많다. 주말에는 등산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최근 M+시각문화박물관과 고궁문화박물관 등 여러 문화시설이 개장했다. 다국적기업에서 파견된 영국인 더들리는 2022년 초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해 동안 머물던 홍콩을 떠나 영국 런던으로 돌아갔다. 영국에서 6개월 정도 머문 뒤 아시아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두 달 동안 지낸 뒤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10월 말 다시 홍콩으로 왔다. “한 바퀴 돌아보니 역시 홍콩이 제일 편하다.”
퀀트펀드(계량분석법으로 투자 대상을 찾는 펀드) 투시그마(Two Sigma)의 린궈펑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인재 유치 경쟁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체 아시아 지역에서 보면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는 자국 시장을 지향한다. 싱가포르는 양호한 사회환경과 안정적인 정치, 배후의 동남아 시장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콩은 중국 기업이 국외로 진출하는 관문이자 세계가 중국으로 통하는 다리다.
홍콩의 인재 유출 문제와 관련해 린궈펑 최고경영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홍콩에서 몇 차례 ‘이민 열풍’이 불었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취업 기회와 생활의 편의성을 원했다”고 말했다. “현재 각 지역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단계다.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3~6개월 앞서 일상 회복을 추진했다. 홍콩이 더 많이 개방하면 이런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3년 전까지 인재 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홍콩이 인재 유치 경쟁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인재를 붙잡는 법
“몇 년 전 싱가포르 출장 때는 여기로 이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크는 홍콩에 있는 프랑스 투자은행 아태지역 본부에서 일했다. 2022년 초 은행이 싱가포르사무소를 아태지역 본부 예비지점으로 지정했다. 취업 기회와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받지 못한 아이를 생각해 그는 싱가포르 이주를 결심했다.
인재를 유치하는 것보다 오래 체류하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는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웬디 훙 홍콩 입법의원은 “인재가 이동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일자리와 관련 산업의 성장 전망이다. 홍콩은 산업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 금융산업만 발달하고 다른 기간산업의 비중이 낮다. 인력자원이 잘못 배치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 통계를 보면 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6.4%에서 2020년 23.3%로 늘었다. 무역과 물류, 관광업의 비중은 크게 내려갔다. 관광업은 4.3%에서 0.4%로 줄었다. 무역과 물류의 2020년 취업인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9%와 0.7% 감소했다.
신산업과 혁신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홍콩 정부는 바이오기술을 우선적인 육성 분야라고 선전했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다. 반면 싱가포르는 바이오기술과 선진제조 분야를 미리 준비했다. 2021년 싱가포르 제조업은 GDP에서 22%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업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성과를 거뒀다.
2022년 중국의 백신 제조사 시노백바이오텍(Sinovac, 科興生物)과 의약품위탁산업(CXO) 선두 기업 우시앱텍(WuXi AppTec, 藥明康德),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藥明生物) 등이 싱가포르에 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백신 제조사 모더나도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노력한 결과 싱가포르는 세계 바이오의약 제조와 개발의 중심지가 됐다. 성숙한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시너지효과를 낸다. 2022년 10월18일 헝스위킷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정부가 선진 제조업과 무역업에 속하는 5개 분야의 산업구조 전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 정밀엔지니어링, 에너지·화공, 항공우주, 물류 분야다. 2020~2030년 제조업 생산액을 50% 늘리기 위한 조처다.

   
▲ 2019년 중국을 방문한 헝스위킷 싱가포르 부총리(왼쪽)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정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헝스위킷 부총리는 2022년 10월 선진제조업과 무역업에 속하는 5개 분야의 산업구조 전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UTERS

환승역 분위기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 홍콩도 혁신기술을 중심으로 ‘재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시정보고를 통해 2022년 ‘홍콩혁신기술발전청사진’을 마련하고 △혁신과학기술생태계 구축과 재산업화 실현 △인재 확충 △스마트 홍콩 건설 △국가발전체계 편입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00억홍콩달러 규모의 ‘산학연1+계획’(Research, Academic and Industry Sectors One-plus Scheme)을 제시했다. 2023년부터 창업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100개 이상의 대학 창업팀을 후원하고 산학연 협력을 장려해 과학연구 성과의 전환과 산업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폴 찬 재정사 사장이 이끄는 ‘중점 기업 유치 사무소’와 함께 50억홍콩달러 규모의 ‘전략적 혁신기술기금’, 홍콩-선전혁신과학기술원이 제공한 토지를 이용해 생명과학, 인공지능, 데이터과학, 선진제조업, 신에너지기술 분야의 우수한 기업과 인재를 유치할 계획이다. 존 리 행정장관은 앞으로 5년 동안 업계를 대표하거나 그런 잠재력을 갖춘 혁신기업 100개 이상이 홍콩에서 설립 또는 사업 확장을 하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적어도 20개의 대표 혁신기업이 포함돼 100억홍콩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시장 규모가 작고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산업의 다원화가 쉽지 않다. 화이자와 MSD(머크앤드컴퍼니) 등 다국적제약사에서 지역책임자로 근무했던 인사는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온 뒤 3년 만에 상하이의 신약 개발사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바이오기술은 깊이와 너비가 부족하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학기술 연구에 적합하지 않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승역’ 같다. 상하이는 분위기가 역동적이고 제약이나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인재가 많다.”
“홍콩에도 같은 문제점이 있다.” 이 인사는 “홍콩은 금융과 부동산 중심 도시라서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돈을 잘 버는 직종의 사람이 많고 생활환경이 아름답다. 하지만 과학기술연구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 화이자나 MSD의 연구개발 부서는 보통 미국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보스턴처럼 중간 규모 도시 아니면 도시에서 자동차로 한두 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 財新週刊 2022년 제42호
港星人才爭奪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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