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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네옴시티, 감춰진 복선
[Editor's Letter]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첫 라디오 상업방송 송출, 첫 컬러 텔레비전(TV) 출현, 첫 신장이식 수술 성공, 인류의 달 착륙, 인터넷과 모바일폰의 등장 등을 알리는 화면이 속도감 있게 지나간다. 이어 검은 화면 배경에 “다음은 무엇일까?”(What’s next?)라는 글자가 뜨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겸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다. 2021년 1월 유튜브에 올라온 사우디의 야심작, 네옴시티 중심 지역 ‘더 라인’(The Line)의 광고 영상이다.
서울의 44배 크기라는 네옴시티는 직선도시 ‘더 라인’, 첨단산업 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더 라인’은 자율주행 교통수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스마트팜 등 모든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길이 170㎞의 자급자족형 미래도시를 꿈꾼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유튜브에서 ‘더 라인’이 탄소중립적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후위기에 맞서 인류의 돌파구를 여는 혁신적 실험이라고 강조한다. 20세기 위대한 과학기술을 등장시킨 데는 이런 복선이 깔린 셈이다.
사우디가 홍보하듯이, 네옴시티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에 있다. 사우디는 ‘오일 패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화석연료의 부존 감소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사용 축소라는 큰 흐름을 피하기는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네옴시티 구상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도 에너지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생존을 부지하기조차 힘들었던 사막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면서, 다급해진 서구의 정치인과 투자자들이 사우디로 몰려드는 모습을 전한다. 사우디뿐 아니라 걸프(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도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며 유럽 기업에 손짓한다. 두바이에선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와 공동으로 설치한 세계 최대 태양열단지에서 2021년부터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지구적 명분과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라는 실리가 ‘반인권 독재국가와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도덕적 명분을 밀어낸다.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든 국제정치 지형의 단면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네옴시티가 주목받았지만, 대체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쯤으로 치부한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기고문에서 “2012년 한국 건설회사들이 해외 공사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며 “제2 중동 붐이라는 들썩거림이 왠지 불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사 수주에만 급급해 저가 수주로 몰리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세밀하고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국제정치적으로는 반인권 국가에 대한 세련되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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