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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펀드시장 ‘일촉즉발’
[집중기획] 세계경제 곳곳 빨간불① 전례 없는 불안에 휩싸인 금융시장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증시에서는 긴장이 고조된다. 개방형 펀드나 사모펀드는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시나리오가 반복될 가능성은 작지만 다른 형태의 금융 붕괴는 가능하다는 공포가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다. 영국에서는 독일이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일이 이미 현실이 됐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와 소비를 죽이고 있다. 중산층은 식비를 줄이고 저소득층은 난방을 끈다. _편집자

팀 바르츠 Tim Bartz <슈피겔> 기자

   
▲ 2022년 11월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닥수(DAX) 지수가 추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REUTERS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따뜻한 초가을 밤 금융계의 거대 은행 중 한 곳이 비밀 모임에 사람들을 초대했다. 이 모임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밖으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 덕분에 각양각색의 술과 함께 서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쉬워졌고,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이례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30년 넘게 일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은 겪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 몇 달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보기 드문 진솔한 순간이다. 금융권 ‘알파남’들은 보통 과거와 현재를 가차 없이 분석하고 미래를 추론할 수 있는 ‘체커’(확인하는 사람)인 척한다. 관건은 기세 있고 논리 정연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히 속수무책이라고?
현재 세계의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천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파산도 증가한다. 주식과 채권 시장은 연간 최저치를 계속 경신한다.
전문가들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런 모호함과 그에 따른 불안감으로 경영자, 투자자, 경제전문가는 아직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14년 전과 같은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숨 막히는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세기의 불황을 불러왔다.

   
▲ 2022년 10월14일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에서 당시 영국 재무부 장관이던 쿼지 콰텡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쿼지 콰텡이 부채 증가와 감세 정책을 발표하자 영국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REUTERS

자신의 포로 된 중앙은행
‘리먼 2.0’이 가능한가? 우리는 또 다른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면했는가?
대부분의 경우 은행 위기는 심각한 경제 붕괴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현재 상황과 관련성이 높은 이 발견으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다른 두 명의 경제학자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확실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하듯 은행 위기 없이도 서구 ​​경제, 어쩌면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침략전쟁은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키고, 중국의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한다.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대다수 국가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올리도록 강요받는다.
아직은 상황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 보인다. 경제 전망은 좋지 않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잘 버티고 있다. 은행도 아직 멀쩡하다.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의 삼중고는 이번 위기를 전례 없는 유일무이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방법은 금리를 낮춰 시중은행이 기업고객에 더 낮은 이율로 대출해주도록 하는 것이다. 리먼 사태 이후 늘 그래왔다. 금융시장에 불이 나면 통화 수호자는 굵직한 유동성 호스로 화재를 진압했다. 금리를 낮추고, 채권을 매입해 이자율 상승을 억제하고, 새로운 더 싼 부채를 얻기 쉽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은 시장의 안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돈을 순환시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차대조표 규모(결산총액)만 해도 리먼 쇼크 이후 1조4천억유로에서 8조8천억유로로 증가했다.
이는 수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됐다. 팬데믹이 발생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전 위기와 다르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상승을 막으려면 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소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금융연구센터장인 폴커 브륄은 “유럽중앙은행은 자신들이 한 정치의 포로”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하기 위해 금융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핵공격이 있을 경우 자본시장과 은행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논의하고 있다. 이는 변동성지수 VIX(Volatility Index)를 사용해 예측해볼 수 있다. VIX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가까운 장래에 어떤 변동을 보일지 측정하는 방식 중 하나로 특정 이벤트를 모델링할 수 있다.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
현재 VIX는 약 35다. 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본시장의 불안이 엄청남을 의미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상공에서 전술핵폭탄을 발사할 경우, 이 지수는 리먼 사태나 감염병 대유행 이후보다 더 높은 수치인 100까지 오를 수 있다. 은행 대변인이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는 결국 지역적으로 제한된 사건이 될 것이고 금융시장은 다시 회복할 것”이다.

   
▲ 은행 위기 없이도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중앙은행 건물. REUTERS

은행을 솜으로 감쌌지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가? 진실은 아직 은행 자체에서 심각한 위험이 생겨나지는 않지만 불안감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리먼 2.0’은 현재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규제 강화로 금융기관이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금융위기 전보다 더 큰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 이전에 흔히 볼 수 있던 많은 위험 거래는 금지됐다.
게다가 은행은 국가의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은행의 기초체력이 훨씬 튼튼한 미국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그렇게 독일과 다른 나라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대부분의 신용 책임을 떠맡았고, 은행권은 경제위기 위험이 커질 때 보통 해야 했던 것처럼 대출 손실에 대비해 돈을 모아둘 필요가 없었다.
신용평가기관 스코프(Scope)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리스크 없이 최대 400억유로의 추가 이익을 얻도록 도왔다. 금융기관에 지속해서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은행이 빌려간 자금을 한 푼도 상환할 필요 없이 유럽중앙은행에 수익을 남기며 다시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권과 중앙은행이 은행을 솜으로 감싸놓았다. 이런 식으로, 심지어 가장 큰 문제아였던 스위스의 대형 은행 크레디스위스조차 스캔들, 잘못된 전략 그리고 위험 통제 부족에서 비롯한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위험은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루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모이는 채권시장과 투자펀드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업과 국가의 채무증권이 거래된다. 거래 규모는 주식시장보다 몇 배나 많지만 수십 년 동안 채권 거래는 별 잡음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특히 국채는 안전 상품으로 간주됐다. 한 국가가 일정 금액을 빌리고 정기적으로 이자를 내고,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금액을 상환한다. 보험사, 연기금, 은행은 자본을 안전하고 조용하게 운용하는 신뢰성 있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평온한 시절은 끝났다. 채권시장은 눈에 띄게 자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때로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투자자가 긴급하게 돈이 필요해 채권을 팔아야 하지만 구매자가 없을 때 그렇다. 수요 부족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은 되도록 빨리 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다른 구매자를 찾을 수 없을 때마다 중앙은행의 개입을 요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업은행은 규제상의 이유로 더는 이전처럼 서슴없이 개입할 수 없다.
단순히 기술 문제처럼 들리지만 채권시장 규모만으로도 이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드라마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이미 두 차례나 거의 붕괴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2020년 3월 미국 국채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최근에는 영국 국채 거래가 급사 위기에 놓였다.
예를 들어 (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 정부의) 재무장관 쿼지 콰텡이 지나가는 말처럼 부채 증가와 감세 정책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새로운 영국 정부의 건전성에 대한 믿음을 급격하게 잃고, 그들의 채권을 매각하려 했다. 그리고 깊은 구덩이가 드러났다. 채권을 사려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연기금이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예치하고 돈을 빌려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목적은 고객에게 약간의 이자를 더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콰텡의 설익은 발표로 채권 가치가 떨어지자 은행들은 연기금에 더 많은 안전성을 요구했고, 채권을 긴급 매각하도록 강요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개입한 뒤에야 상황이 약간 진정됐다. 영국의 금융시스템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의 기능에 의존한다. 영국 중앙은행은 가까스로 붕괴를 피했음을 인정했다. 그 여파는 영국의 이후 연금 수급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영국 연기금은 채권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야 했다. 영국 정부가 새 부채를 조달하려면 더 비싸질 것이다. 불안해하는 채권 매수자를 높은 금리로 유인해야 한다.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다가오는 것을 누구도 보지 못했고 아무도 그 연결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를 ‘검은 백조’(Black Swan·블랙스완)라고 말한다. 전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나심 탈레브가 세계 금융위기 초기인 2007년에 출간한 책 <블랙스완: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검은 백조’가 나타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레티로공원 호수에서 검은 백조가 헤엄치는 모습. REUTERS

개방형·사모펀드 시한폭탄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추가적인 위험 요인으로 개방형 투자펀드를 지적한다. 펀드회사와 은행은 투자자들로부터 2008년의 4배에 이르는 무려 41조달러를 모았고 대부분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다. 문제는 펀드가 개방됐기 때문에 투자자가 언제든 자기 지분을 팔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 붕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공격에 대한 공포가 커져서 많은 투자자가 동시에 매도한다면 펀드도 유가증권을 신속하고 대규모로 매도해야 한다. 그러면 충분한 구매자를 찾는 수밖에 없다. 구매자를 찾지 못하면 이에 따른 불균형이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IMF는 밝혔다.
그림자금융 같은 또 다른 위험 요소도 있다. 엄격하게 규제되는 은행시스템을 넘어서는 사설 자본시장, 특히 사모펀드가 위험하다. 현재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기존 은행처럼 자금대출도 한다. 사모펀드가 정확히 얼마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이 자산을 항상 올바르게 평가하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거의 맹목적인 규제의 사각지대다. 이는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다.
‘리먼 시나리오’가 반복될 가능성은 작지만 다른 형태의 금융 붕괴는 가능하다. 긴장감이 엄청나다. 불꽃 하나면 충분하다.

ⓒ Der Spiegel 2022년 제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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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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