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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영업권 양도 잇따라… 인건비 후려쳐 수익 제고
[ISSUE] 프랑스 임대영업제도 악용하는 까르푸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클로에 랍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가 ‘임대영업제도’를 이용해 노동자 수천 명을 내쫓고 있다. 노조는 이 제도가 인건비 축소에 기댄 ‘노동력 후려치기’라고 비판한다.

클로에 랍 Chloé Rabs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10년 경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까르푸 얘기를 꺼내는 크리스토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출신인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 출퇴근하는 그를 동반하는 건 쥐어짜는 듯한 복통뿐이다. 이런 낯선 통증은 ‘워커홀릭’인 그가 운영하는 까르푸 매장이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결정은 1년 전에 떨어졌다. 지역신문이 크리스토프의 매장이 까르푸그룹에서 빠진다는 소식을 알렸다. “소문은 돌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날 43개 매장이 그룹에서 제외됐다. 몇 달 뒤 까르푸는 추가로 43개 매장을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파리 외곽에 있는 스탱의 까르푸에서 상품 판매를 기획하는 지미 알가는 “명단에 자기 이름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마치 시험 볼 때 같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알렉상드르 봉파르가 까르푸 최고경영자(CEO)로 오기 전인 2017년까지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뀌는 매장은 1년에 10~20군데였다. 이후 회사는 속도를 올렸다. 2020년 64곳, 2021년 90곳(초대형 매장 26곳, 대형 매장 64곳)을 임대영업 지점으로 전환했다. 임대영업은 소유자가 제3자에게 영업재산을 양도해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재산 소유자는 그 대가로 영업권 사용료와 재고 판매금을 얻는다. 프랜차이즈와 달리 영업자(영업재산 임차인)는 매장 소유자가 아니다. 반면 근로계약서는 모두 새 영업자에게 이전된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은 임대영업 지점에 소속된 까르푸 직원이 1만5천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있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다.

   
▲ 2021년 11월 프랑스 파리에 처음 문을 연 까르푸의 무인판매점 까르푸플래시. 직원이 없는 대신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60대가 고객의 움직임과 물품 재고 등을 파악한다. REUTERS

계산된 행보
까르푸는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보낸 질문서에 답하기를 거부하면서 일부 매장의 극심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회사는 매장 문을 닫고 일자리 수백 개를 없애기 전에 임대영업제도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낸다.
센생드니 지점의 직원은 “충격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까르푸에서 30년 일한 그는 곧 퇴사할 계획이다. 그가 있는 매장이 임대영업으로 바뀌면 “어차피 다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까르푸그룹에서 빠져도 직원들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그룹 안에서 노사가 합의한 복리후생은 모두 사라진다.
까르푸그룹에 속한 직원은 6주간 유급휴가, 휴가비, 근속수당,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 영업이익의 일부를 받는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 계산에 따르면 임대영업 전환으로 노동자는 두 달치 임금인 2500유로(약 350만원)를 잃는다. 기본연봉이 법정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점을 고려하면 직원들 손해가 상당히 크다. 지미 알가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노동자 권리를 퇴보시켜서는 안 된다. 직원들 삶의 질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노사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대영업 지점으로 넘어가고 15개월 뒤 노동자는 직원 혜택을 전부 잃는다.
프랑스 북동부 에페르네 지점에서 일하는 나빌라 아우디아는 “15개월 하루가 지나면 직원들에게 훨씬 불리한 산별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고 탄식했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 조합원으로서 익숙하게 점거시위를 벌여온 그는 “(임대영업은) 재정 사기다. 매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인건비 등 기본비용에 돈을 쓰지 않으려는 술수”라며 분개했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의 실뱅 마세 전국위원장은 임대영업제도를 두고 “적자를 외주화하는 대가로 사용료를 받는” 기업으로선 상당히 이득이 많은 제도라고 했다.
몇몇 매장을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꾸는 것은 까르푸의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자의힘’(FO) 소속 전국 까르푸 하이퍼마켓 노조의 도미니크 무알레크 위원장은 “매장이 적자라고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 지경이 됐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영업 전환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까르푸가 적자 매장이 무너지도록 일부러 방치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재정 상황을 임대영업 전환의 구실로 삼는 것이다. 알가는 “지점장도 투자를 꽤 많이 했는데 그룹에서 못할 리 없다. 우리는 시궁창에 버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알가는 자신이 일하는 지점의 지점장을 다른 매장에 보낸 것도 의아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배가 침몰할 때 선장도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
에페르네 지점의 나빌라 아우디아는 “한 사람이 쓰러지는 매장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지점장 혼자 1만유로(약 1300만원)의 착수금으로 130명이 일하는 매장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지점의 적자액은 200만유로다. 매출을 수십억유로씩 올리는 세계적 기업도 못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와 결별하는 일밖에 없다. 해고와 대량 퇴사다. 실뱅 마세는 “새 사용자가 경영 전망을 짜기 전 빨리 많은 직원을 내보내려 한다. 처우가 나빠진 직원들이 불만을 품으면 그대로 나가는 길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 2022년 7월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제5회 ‘선택 프랑스’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한 알렉상드르 봉파르 까르푸 최고경영자(오른쪽)가 다른 참석자와 얘기하고 있다. 봉파르가 취임한 뒤 까르푸의 임대영업 매장이 급속히 늘었다. REUTERS

잇따르는 퇴사
크리스토프가 목격한 것도 그와 비슷하다. 그가 일하는 지점이 임대영업으로 바뀐 첫날부터 “관리직 직원이 모두 해고됐다.” 그의 동료인 다니엘도 “숙청 바람이 불었다”고 전했다. 새 지점장들은 돈을 아끼려 “경력도 능력도 없는” 젊은 사람을 고용한다며 크리스토프와 다니엘은 분노했다. 다니엘은 “전문화계약(학교와 일터를 오가며 직업역량을 기르는 계약)이나 입직계약(특정 실업자 집단이 대상인 고용계약)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는 사람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해 온 사람들이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다니엘은 업무량이 대폭 늘었다. 임금은 그대로다. “해고된 직원이 하던 일을 지점장이 중간관리직에게 몰아줬다. 급여가 나보다 1500유로나 많은 사람이 맡던 업무를 내가 한다.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임대영업 지점이 된 지 6개월 만에 다니엘은 퇴사를 결심했다. “책임이 커진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으로는 아니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조합원인 크리스토프는 한 번도 실업자가 된 적이 없다. 그런 그도 다니엘처럼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이번엔 충격이 크다. 일하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불안감만 남았다. 까르푸는 가족이었다. 새 지점장이 오고 모든 게 무너졌다.”
에페르네 지점 역시 침울한 분위기다. 2021년 7월 노동의사(노동자 건강을 살피는 의사)는 경영진에 몇 개월 동안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진 직원이 늘었다”는 내용의 ‘긴급 서신’을 보냈다. 그는 건강 악화의 원인이 “직장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했다. 에페르네 지점의 사회경제위원회(CSE·일종의 사내 직원회의체)는 ‘사회심리적 위기’에 관한 주의서면을 지점장에게 제출했다. 그런 위원회에 지점장은 샬롱앙샹파뉴 지방법원 제소로 대응했다. 법원은 지점장의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위원회는 이어 회사가 재정 관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재정에 관한 주의서면을 지점장에게 보냈지만, 지점장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제소했다. 아우디아는 “직원들은 회사 계획을 알 방법이 없었다.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더 심각한 건 ‘임차인인 사용자’가 완전히 손 놓고 있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초 판결에 따라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됐지만, 아우디아는 “임차인인 사용자가 감사 절차를 계속 막는다.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 아무런 결과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프랑스 낭트에 있는 까르푸하이퍼마켓. 2021년 임대영업으로 바뀐 하아퍼마켓 수는 2020년의 2배가 넘는다. REUTERS

순익 40% 증가
사용자와 갈등이 있을 때 아우디아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런 그를 2022년 5월 초 경영진은 해고하려 했다. 경영 책임자와의 면담이 격하게 마무리된 이후였다. 아우디아에 대한 해고 처분은 외부 감사단과 노동부에 의해 차례로 거부됐다. 그런데도 그는 해고됐다. 아우디아는 같은 매장에서 일하던 40명과 함께 노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했다. 모두 까르푸그룹에 재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실뱅 마세는 “(임대영업은) 사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사용자가 자신의 업체를 양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임대영업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노동자의힘은 양도영업이 고객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도미니크 무알레크는 “까르푸그룹의 성공 비결은 접근성이 높은 까르푸마켓”인데 “까르푸마켓 70%가 임대영업 지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후 많은 까르푸마켓이 폐점했다. 오드프랑스 지역에만 2곳(생폴쉬르테르누아즈, 트리트생레제)이 문을 닫았다.
희망의 불씨는 꺼졌다. 마세는 “적자를 극복한 지점이 그룹 소속과 다르지 않게 단체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임대영업제도는 잔혹한 노동력 후려치기 모델일 뿐이다.” 마세는 까르푸가 임대영업을 멈추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그렇게 르클레르나 앵테르마르셰처럼 점차 독립매장 모델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런 매장에서 노동자 지위는 매우 낮다. 크리스토프와 다니엘은 지치고 염증이 난다고 말했다. “재정 사정이 나아지는 지점이 분명 생길 것이다. 그런데 그 대가는 무엇인가?”
일단 까르푸가 얻은 대가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까르푸그룹은 2022년
2월 경영평가보고서에서 “2021년 매우 훌륭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이로써 경영계획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1년 순이익은 “비용 절감과 견고한 판매실적”으로 40% 늘어 10억7천만유로에 이르렀다. 최고경영자 봉급이 이례적으로 낮은 찬성표(58.83%)로 가결된 주주총회에서 노조는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임금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노조가 “임대영업 지점 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회사의 경영정책”을 재차 비판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까르푸 CEO 알렉상드르 봉파르의 연봉은 고정급여 150만유로와 고정급여의 최대 190%까지 주는 상여금, 400만유로에 약간 못 미치는 ‘장기’ 성과급으로 이뤄졌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0월호(제427호)
Accro à la location-gérance, Carrefour brade les droits des salarié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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