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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철강 국외 이전 불가피… 기후중립 산업에 미래 있다”
[INTERVIEW] 지멘스에너지 CEO 크리스티안 브루흐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마르틴 헤세 economyinsight@hani.co.kr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브루흐(Christian Bruch·52)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경제가 시스템 문제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브루흐는 기업과 가정이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꾸도록 촉구하며, 러시아가 아니라 역사박물관으로 가스터빈을 보낼 수 있는 근거에 관해 설명한다.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베네딕트 뮐러아르놀트 Benedikt Müller-Arnold
<슈피겔> 기자

   
▲ 2022년 8월3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뮐하임안데어루르에 있는 지멘스에너지를 방문한 가운데 이 회사 크리스티안 브루흐(왼쪽) 사장이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지멘스 제품 중 하나가 지정학적 이유로 유명해져버렸다. 러시아 회사인 가스프롬(Gazprom)이 독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하면서, 지멘스에너지가 가스터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멘스가 소홀히 일한 것인가.
지금 지적한 포르트바야(러시아 서북부 레닌그라드주의 도시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출발 지역) 가압기지에는 터빈 6개가 있다. 가스 공급이 100% 이뤄지려면 5개의 가스터빈이 작동해야 한다. 터빈 하나가 캐나다에서 정기 점검을 받는 경우 투입하는 대체 터빈도 있다. 갑자기 부품 하나 때문에 전체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의외다. 이번에 그들이 기름 누출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잔고장은 보통 현장에서 운영하며 고친다. 하지만 우리는 가스프롬에서 수리를 요청받지 못했다. 사실상 기술 문제는 없음을 보여준다.
-현재 그 터빈은 독일 뮐하임의 지멘스 공장에 있다. 해당 공장에서 터빈을 (러시아로) 이동할 예정인가. 아니면 본에 있는 독일 현대사박물관으로 옮겨서 유물로 전시할 것인가.
우리는 가스프롬 쪽과 대화 중이다. 아직 터빈을 러시아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손상을 두고 여러 일이 있었다. 가스관이 다시 작동하리라고 생각하나.
나도 언론을 통해서만 관련 정보를 접하기에 그것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친환경 제품 주력해야
-가스프롬과 사업관계를 맺은 것을 몇 개월간 후회한 적이 있나.
가스프롬과 그 직원을 신뢰했고 좋은 사업관계를 유지했다.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와 사업한 것이 실수였다고 여기지 않는다.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한 국가로서 단 하나의 공급처에 의지한 것은 잘못이다. 독일의 사업모델에서 많은 부분이 값싼 에너지에 기초하고 있다. 정치, 경제, 소비자가 돈을 투자해 대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러시아와의 사업관계에 여전히 문을 열어놓을 것인가.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새 사업을 중단했다. 이른 시일 안에 더 이상 러시아 시장에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업 매각으로 정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우리의 이웃일 것이다. 언젠가 독일이 러시아와 다시 관계 맺는 지정학적 시나리오가 생기길 바란다. 우선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
-전쟁 시작 이후 유럽에서 가스·전기 요금이 몇 배로 올랐다. 북미 지역은 별로 영향받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독일 제조업의 쇠퇴를 두려워하는데 당신은 어떤가.
이 전쟁은 유럽 경제를 전례 없이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은 앞으로도 에너지 가격이 싼 나라 축에 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기후중립적 제품에 주력해야 한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철강이나 화학제품이 그 예가 된다. 이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집약적 생산단계를 에너지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나은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나라로의 산업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말인가.
기후변화는 많은 분야, 예를 들어 화학이나 철강 부문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해당 분야의 경영자는 아니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화학이나 철강 산업에서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앞으로 두꺼운 강철판이나 에틸렌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창출의 다운스트림(하단)은 계속 유럽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많은 일자리가 여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 작업이냐 에너지 비용이냐, 달갑지 않아도 이런 논의를 해야 한다.

   
▲ 2022년 8월3일 크리스티안 브루흐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왼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로 보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옆을 걷고 있다. 러시아는 이 터빈 인수를 거부했다. REUTERS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미봉책
-노조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노조에는 똑똑한 분이 많다. 그들은 어떤 사업모델이 계속 작동할지 안 할지 잘 이해하고 판단한다.
-독일이 위기에서 나오기 위해 투자할 수는 없을까.
위기가 너무 근본적이어서 기존 투자 프로그램으로는 헤쳐나올 수 없다. 첫 단계로 빠른 구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이 진정되고 기업은 생존 계획을 확실히 세울 수 있다. 이것이 국가가 나서서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이다. 투자 프로그램을 이야기하기 전 사람들에게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 민간자본이 유럽에 흘러올 것이다. 지금 자본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1년 동안 반토막이 난 지멘스 주식 시세를 보면 이런 상황을 알 수 있다. 지멘스의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큰 손실이 나고 있다. 가스 공급 위기에서 재생에너지가 이득을 봐야 할 시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처럼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기업과 전기를 생산·판매하는 기업 사이에 차이가 있다. 수년 전에 가격을 협상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재 공급망 문제나 높은 철강 가격을 고스란히 끌어안아 고통받는다. 국가가 풍력발전 시설을 더 빨리 승인한다면 우리가 짊어질 위험이 감소할 것이다. 발전시설 제조사로서 우리는 개별 생산단계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더 나은지 검토하고 있다.
-풍력발전 자회사로 스페인에 있는 지멘스 가메사(Gamesa)는 위기에 처해 29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를 쪼개어 팔 생각도 있나.
아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경쟁사와 차별점을 가지는지 분석해야 한다. 몇몇 업체는 일부 생산공정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지멘스도 아웃소싱할 것인가.
풍력발전 산업은 점점 전문화하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의 급격한 증가로 제조업체들은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손실을 본다. 얼마나 많은 생산부문을 자체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혹은 특정 생산단계를 공급업체와 번들로 묶을 것인지 물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업계는 제조업체 혼자 모든 것을 생산하지 않는다. 지멘스 가메사는 아직 독립적인 회사이며, 3분의 2만이 지멘스 소유다. 우리는 나머지 3분의 1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려 한다. 그러고 나서 이 회사를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할 것이다.
-그러면 지멘스에너지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까.
현재 주가는 아직 회사의 잠재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도 이에 동의한다. 지멘스의 주문 예약은 꽉 차 있고 사람들은 우리 제품을 원한다.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이는 풍력발전 분야에서 상황의 호전 여부와 관련 있다. 궁극적으로 문제는 풍력터빈이 유럽 지역에 계속 건설될 수 있을지다. 이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위협하는데 이미 수만 개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 2022년 5월2일 스페인 카나리아섬의 아리나가 항구에 있는 지멘스 가메사의 풍력터빈. REUTERS

전력망 확충이 가장 중요
-문제는 지금까지 전력거래소가 전력 생산 비용이 가장 높은 발전소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현재는 대개 가스화력발전소가 가장 비싸다) .
이른바 ‘메리트 오더 모델’(Merit-Order-Model·생산비용이 낮은 발전소부터 가동하는 모델)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현재 공급 상황뿐만 아니라 투기도 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풍력터빈은 일단 설치하고 나면 동일한 가동 비용으로 계속 작동한다. 전기요금 결정 체계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와 에너지산업이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가치 있다. 현재 다른 지역에서 부상하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수소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있다.
-독일 북부에서 풍력발전기는 멈춰 있기 일쑤다. 전력을 남부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풍력발전단지 건설보다 전력망 건설이 더 시급한 문제이지 않은가.
당연하다. 전력망 재조정이 너무 과소평가됐다. 어떤 친환경 전력도 양동이에 넣어 운반할 수는 없다. 나는 정치권에 계속 말하고 있다. 전력망 확장! 전력망 확장! 전력망 확장!
-전력망이 왜 그리 중요한가.
탄탄한 전력망은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수적이다. 만일 스코틀랜드에 강력한 바람이 불었다면 10~12시간 뒤 유럽 대륙에 도착한다. 전력망이 탄탄하다면 남는 전력을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다. 그러면 저장용량을 아낄 수 있고 전력공급이 일정하지 않을 때 간극을 메울 수 있다. 해안에서 (내륙 남동부의) 바이에른주까지 전력망을 건설하는 데 10~12년씩 걸리는 점이 많이 걱정된다.
-(해안가를 낀) 북부 지역은 독일이 전력 가격 책정을 지역별로 나누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부 지역은 싼 녹색전력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좋은 생각일까, 아니면 (북부 지역) 니더작센주의 선거캠페인 문제일까.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에서 지역별로 작게 나뉜 정책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이 유럽에서 빠져나가는 규모가 들어오는 규모보다 많아질 것이다.
-전력이 온전히 ‘친환경’으로 바뀌기까지 가스발전이 일종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 가스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스는 과도기적 기술로 사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스와 석탄이 전력 생산의 60%를 맡는다. 가스를 덜 쓴다는 건 석탄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에도 태양열과 풍력발전은 전세계 전력의 7%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교란 언젠가 그 역할이 끝날 것을 의미한다.
-수소가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빨리 가스발전소를 수소로 바꿀 수 있나.
수소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이 필요하다면 지멘스가 공급할 수 있다. 기술 문제는 없다. 그러나 중단기로 사용할 수 있는 녹색수소(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먼저 철강 또는 화학 산업에서 사용해야 한다. 2030년까지 가스터빈에 수소를 사용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친환경 전기를 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수소가 충분해졌을 때, 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수소에 대한 낙관주의는 과장됐나.
그렇지 않다. 다만 수소를 중동, 오스트레일리아 또는 남미와 같이 태양열과 바람의 조건이 좋은 곳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해야 한다. 이것을 수입하지 않으면 독일에서 수소에너지는 작동하지 않는다.
-가스와 전기 가격이 장기적으로 얼마 정도에서 안정될까. 언제 국가가 개입해야 할까.
특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다. 국가가 가스 가격이나 전기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살아남고 개인도 파산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로 새로운 시장모델이 필요하다. 가스나 전기는 전쟁 이전보다 확실히 비싸졌으니까.
-가격 상한선 정책이 실행되면 기업이나 개인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가격상한제는 한정된 기간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절약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런 조처는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독일이 현재 가스를 적게 쓰는데, 비료회사나 화학기업이 적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이 엄청나게 절약해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전에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난방의 계절이 이제 시작됐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평균적인 독일 시민은 아시아에 있는 사람보다 8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제 뭔가 시작해야 한다. 극적인 위기 상황이 변화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독일의 근본적 문제는 사람들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항상 기회다.

   
▲ 러시아로 보낼 예정이었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이 보관된 독일 뮐하임안데어루르의 지멘스에너지 건물. REUTERS

변화는 항상 기회
-가정의 에너지 수요는 기존에 익숙했던 생활수준을 반영한다. 당신은 포기해야 한다고, 즉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약속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생활수준을 되돌아봐야 하지만, 삶의 질은 극대화할 수 있다. 생활 방식을 좀더 자연과 조화하도록 하는 것도 가치 있다. 나는 참회와 금욕을 설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놓고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에 살고 있다. 단순히 대형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다른 걱정을 한다. 비싼 에너지 가격 때문에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은 전기와 난방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동의한다. 두 가지 질문을 분리해야 한다. 어떻게 부를 분배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에너지 가격을 매길 것인가? 가스 가격이 올라가도 나는 내 월급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수월하게 이를 감당할 수 있다. 분배 논의를 에너지 가격에만 국한하면 안 된다.
-대형 전기차를 비난해야 한다면 당신은 작은 자동차를 탈 것인가.
개인적으로 일관되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이 질문에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 나는 자전거를 자주 타지만 큰 차를 운전하는 것도 즐긴다. 사돈 남 말 한 격이 됐다.

ⓒ Der Spiegel 2022년 제40호
Wir müssen unseren Lebensstil ändern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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