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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집게팔로 케이블 절단
[SPECIAL REPORT] 발트해 가스관 파괴- ③ 해저 전쟁 무기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외르크 뢰머 economyinsight@hani.co.kr

외르크 뢰머 Jörg Römer <슈피겔> 기자

   
▲ 중국이 2019년 10월1일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인 잠수정 HSU-001. REUTERS

세계 강대국 중에서도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는 몇십 년 전부터 대서양 해저를 놓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비밀 로봇, 특수 잠수함 그리고 잠수부는 에너지수송관(파이프라인)을 폭파할 수도, 해저 케이블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
해저에서 일어나는 군사공격이 수년 전부터 군대의 주요 관심 업무가 됐다. 해저 전쟁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파이프라인과 통신케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단지 은밀한 사보타주 행위뿐 아니라 스파이 작전 그리고 잠수함 방어용으로 미국이 해저에 설치해놓은 수중 음향 감시체계가 모두 관련된 사안이다. 독일 킬대학의 요하네스 페터스는 “이제는 각국 군대들이 수면 아래 지역의 광범위한 상황도를 만들기 위해 각축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지도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냉전 시기인 1971년, 미 해군은 이미 이런 임무를 띤 잠수함을 해저로 보냈다. 잠수부들은 해저 도청기를 사용해 소비에트연방의 통신선을 도청했는데, 케이블을 전혀 손상하지 않고도 가능했다. 그 뒤 이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페터스는 “현재 이 분야에서 막대한 양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대개는 극비로 진행하지만 가끔 정보가 새어나올 때가 있다. 특히 나토 회원국들은 매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러시아와 중국을 감시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나 중국 깃발을 단 함정들이 해저 케이블 근방에 자주 출몰했다. 군사작전이라고 해서 다 쉽게 눈에 띄는 건 아니다.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특수 잠수함 ‘로샤릭’(Loscharik)이 바로 그런 예다. 이 잠수함은 해저 1천m, 즉 엄청나게 깊은 해저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70m 정도 길이의 이 괴물은 집게팔로 해저 케이블을 잡은 다음 절단한다. 중심부는 공 모양의 티타늄으로 돼 있어 압력에 매우 강하다. 아마 세계 어디서나 투입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이 로샤릭 잠수함은 특수장치 하나만 사용하면 모함이나 개조된 오스카2급 핵잠수함에 간단히 도킹할 수 있다.

   
▲ 201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크론슈타트에서 열린 해군의 날 퍼레이드 리허설에서 러시아 군함과 잠수함이 항해하고 있다. REUTERS

2천m까지 내려가는 해저 드론
해저 전쟁 프로그램은 학문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이른바 심해연구부(Hauptabteilung für Tiefseeforschung), 약자로 GUGI로 알려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기술이 갖춰진 수상선 얀타르(Yantar)가 이 연구부 작품이다. 얀타르는 해저 케이블이나 파이프라인을 공격할 수 있는 미니 잠수정과 잠수 로봇을 목표 지점까지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2021년 여름에는 아일랜드 연안 근처에서 얀타르가 발견됐다. 유럽과 북미를 잇는 AE커넥트(Connect)-1 광케이블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요즘 들어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데 그렇게까지 큰 기계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기술에서는 자율 수중 드론(무인 잠수정), 이른바 AUV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모델로 꼽히는 드론 중 하나가 2천m 심해로 내려갈 수 있는 ‘클라베신’(Klavesin)이다. 러시아 잠수 로봇은 사실상 해저 어느 지점으로든 목표물을 찾아가 폭발 장치를 설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서 폭탄을 직접 조립할 수도 있다. 이런 무기를 만들 때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심해의 수압을 견뎌내는 것이다.
중국도 ‘HSU-001’ 같은 잠수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무게가 3t에 육박하는 이 괴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엔진에 나사가 두 개뿐이라는 것으로 보아, 장거리 잠수 항해용으로 설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구나 이 잠수정에는 상당히 규모가 큰 수중 음파 탐지기가 장착돼 해저에서 목표물을 인지할 수 있다.
군사적 무인 잠수정은 심해 연구용 기계와 거의 분간하기 어렵다. 연구용 기계를 그대로 베낀 것이 군대의 무기가 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프랑스 해군이 ‘울릭스’(Ulyx)를 군사 목적으로 변용한 것도 그런 예다. 이 로봇은 해저 6천m에서 48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잠수 활동을 할 수 있다. 파리 정부는 2022년 2월에야 해저 전투 콘셉트를 제시했다.
이런 기계들은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체 부착용 기뢰나 다른 폭발 장치를 골라 실을 수 있다. 해저 200m 정도의 얕은 바다라면 잠수부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 기뢰나 선체 부착 폭탄 중에는 첨단 기술을 갖춰 정해진 주파수가 탐지기에 잡혀야 비로소 점화되게끔 프로그램이 짜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선체의 특정 소음에 자동 폭발하는 것도 있다.
노르트스트림 같은 가스관을 파괴하려면 거대한 폭탄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형 잠수함이나 어선이 이런 폭탄을 운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큰 잠수함을 투입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페터스는 본다. “누출 사고 지점이 스웨덴과 덴마크 영토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해군 전문가 에이치 아이 서턴도 특수 잠수함이 동원됐을 리는 없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잠수부나 수중 드론을 사용한 작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페터스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전문 잠수부나 원격조종 시스템을 가동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모함으로는 일반 잠수함보다 규모가 작은 재래식 잠수함을 사용했을 것이다.”
누출 사고를 조사하고 난 다음에야 전문가들도 좀더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될 것이다. 가스관이 기뢰로 폭발했다면 주변에는 아직 폭발 잔재가 널려 있을 것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사이 누군가가 부스러기를 모두 치워버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40호
Monster aus der Tiefe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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