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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국 개발로 에너지 소비 급증 불가피
[FINANCE] 화석연료의 생명력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2년 10월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에너지 주간’ 행사에 참석한 그웨데 만타셰 남아공 광물에너지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인구·소득 증가로 지구촌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REUTERS

인간의 삶과 문명은 에너지 변환 과정이다. 에너지는 세상 만물의 근원이다. 에너지 고갈은 파멸을 뜻한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획득한 게 1769년이었다.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에너지 사용량은 폭증했다. 현재 그 사용량은 1900년 대비 16배, 1950년 대비 약 5배 늘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인류의 에너지 소비량은 해마다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침체기가 있었지만 연평균 3%씩 늘었다. 중국 같은 고도성장 국가에선 10~15%씩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에너지 절약 기술의 발달 등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다만 이는 이미 에너지 사용량이 정체 상태를 보이는 선진국에 해당하는 얘기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 혹은 개발도상국 등의 인구와 에너지 사용량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선진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정체 상태다.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에너지 절약 기술의 확산도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세계의 대부분이 미개발 상태이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이다. 수십억 명은 여전히 충분한 에너지를 쓰지 못한다. 이들 모두 에너지를 간절히 원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매년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겠지만 에너지 사용량 장기 궤적의 우상향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
2021년 말 기준으로 인류는 에너지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비중이 절대적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었지만 석유와 석탄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석탄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선진국은 어떨까? 미국에너지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원별 소비량은 석유 36%, 석탄 11%, 천연가스 32%다. 재생에너지는 12%에 불과하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생산에 매년 2.5조달러(약 3300조원)를 쓴다. 그럼에도 목재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적다. 세계적으로 보면 석유와 석탄이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다행히 1960년대 이후 이들의 비중은 80%에서 60% 이하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는 석탄과 석유에 의존해 에너지 대부분을 얻는다.
1인당 석유 생산량은 지난 30년 동안 정체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 생산량은 극적으로 늘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소비량은 인구 증가에 비례해 늘어난다. 선진국 사람들은 체감하기 어렵다. 인구 증가 현상을 목격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전체 세계 인구는 앞으로 25~30년 동안 25% 늘어날 전망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최소한 그만큼의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이다. 설사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를 늘려 충당해도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신기술에 따른 에너지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인구 증가를 따라잡기는 버거울 것이다.

   
▲ 뿌연 연기를 내뿜는 인도네시아 서부 반텐주 수랄라야 석탄화력발전소. 개발도상국에서 전력 소비와 자동차 보급이 늘어 화석연료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REUTERS

늘지 않는 석유 공급
석유수출국기구(오펙)와 다른 산유국의 화석연료 생산량은 20년 동안 정체됐다. 늘리는 나라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러시아는 현재 하루 수백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분석해보자. 오펙 생산량은 4~6년 전에 정점을 찍었다. 그 뒤로는 정체 상태를 보인다. 2016년 4분기가 최고치였다. 현재 가동하는 이들 유전의 생산량은 연 6%씩 감소한다. 2년마다 러시아 전체 생산량과 맞먹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생산량이 늘지 않았다면 이미 석유와 가스 수급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물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풀린다면 공급이 하루 수백만 배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엔 미흡하다.
2022년 11월5일 현재 국제 원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가 넘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60달러 초반에서 전쟁 직후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9월 말 70달러 초반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 2022년 내내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어선 가격을 유지한다.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석유기업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 않는가? 90달러면 원유를 생산할수록 이득이다. 석유만이 아니라 천연가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이든 높은 가격을 낮추는 건 역설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가격이 높으면 생산자는 어떻게든 공급을 늘리려 한다. 석유도 같다. 가격이 높으면 채굴량이 늘어야 정상이다.
문제는 이런 전형적인 공급 증가가 석유산업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석유시장은 2016년 최악의 약세장을 경험했다. 투자자의 불만이 극에 이르자 경영자는 채굴 시설 확장을 꺼렸다. 이런 배경엔 석유산업 자체의 비관론도 한몫했다. 탄소제로 등 친환경 바람은 선진국의 규제를 강화했고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리라는 전망을 증폭했다.
자본을 대는 은행들도 화석연료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맹’(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에는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 500여 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석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높은 기름값에도 화석연료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는 이유다. 채굴이 늘기는 하지만 예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미국에서는 4년 만에 처음 자본지출이 늘었다. 반면 캐나다는 수십 년 사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버코어(Evercore)ISI에 따르면 미국 석유 기업의 자본지출은 최고점 대비 50% 이하다. 세계 전체로 보면 정점 대비 60% 감소했다.
세계에는 인류가 약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됐다. 석유는 47년 동안 사용할 분량이 남아 있다. 매장량은 연간 소비량의 50배 정도다. 매장지가 새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현재 소비량 기준으로 인류는 47년 뒤면 석유, 50년 뒤면 가스 고갈이란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유전은 얼마든지 새로 발견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유전에서도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채굴할 수 있다. ‘석유 생산 정점’(피크 오일)의 가능성을 말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수요를 고려할 때 공급이 그것을 충족할 만큼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점차 늘고 가격도 싸지겠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필요하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화석연료 소비 제품이다. 자동차 마케팅회사 헤지스앤드컴퍼니(Hedges & Company)에 따르면 세계에는 현재 14억5천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1인당 북미 0.71대, 유럽 0.52대, 남미 0.22대, 중동 0.18대, 아시아·태평양 0.14대, 아프리카 0.05대다.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보급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당연히 내연기관차가 줄어들고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이들 지역에서 자동차용 화석연료 사용량은 점차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대륙의 자동차 보급은 계속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이들 지역의 자동차는 과연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할까? 전기차 보급의 전제 조건은 충분한 전력이다. 저개발국가의 전력 생산은 열악하다. 기본적으로 이들 나라의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충분한 전력이 공급될 때까지는 그렇다.
탄소제로가 쉽게 달성될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시대가 2030년 혹은 2035년이면 활짝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선진국 관점에 불과하다. 현재의 태양광·풍력 전환 계획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일까? 2022년 11월6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개막했다. 쟁점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 이행률이다. 매년 1천억달러를 공여해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 의미는 인류의 절대다수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속되는 화석연료 의존
1990년 이후 11억 명이 절대 빈곤에서 탈출했다. 매년 1억4천만 명이 중산층으로 진입했다. 이 추세가 확산할 곳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다. 이들 지역의 인구 증가는 불가피하다. 삶의 질 또한 점차 개선될 것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게 인간이다. 각종 전자제품은 필수품이 되고 자동차를 사게 된다. 에너지 사용은 저개발국의 성장이 가시화할수록 폭증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에너지 공급은 억제된 상황이다.
현재 가동 중인 유전의 60%는 민간기업 소유다. 이들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가격이 크게 내릴 확률은 높지 않다. 경기침체가 오면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겠지만 회복이 시작되면 다시 뛰어오를 것이다. 화석연료의 생명력(가격·비중)은 생각보다 강할 것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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