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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다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김용 goldheader@hanmail.net

김용 금융전문가 

   
▲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리며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고물가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2년 6월 이후 11월까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각각 0.75%포인트)을 밟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2022년 5월 1.75% → 10월 3.0%)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한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의 영향으로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고, 자산가격의 거품이 커지는 등 과도한 ‘금융 불균형’이 초래할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 연준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온전히 예측하긴 어려운 국면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상승은 이자수지 악화, 주택가격 하락 등을 통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이자수지는 연간 3조~8조원 줄고 소비는 0.1%포인트 정도 위축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주택가격은 2022년 0.4~1.9%, 2023년 2.3~7.5% 각각 하락하면서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5%를 상회하는 높은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2년 10월 사상 두 번째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이자 부담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국민의 고통이 가중됨에도 고물가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기 급속히 냉각 중
2022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그 여파로 소비회복세가 꺾이고 투자와 생산이 위축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등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이다. 최근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빠르게 위축되는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암호화폐나 주식시장도 조정폭이 깊어져 자칫 부채로 투자에 뛰어든 경제주체가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지속 등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 가능성, 중국의 봉쇄 조치에 따른 성장세 회복 지연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향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2022년 3분기 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GDP는 전기 대비 0.3%(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0.6%, 2분기 0.7%보다 크게 낮아졌다. 민간소비(1.9%)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대외활동 증가 등으로 음식·숙박 관련 서비스와 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개선됐다. 건설투자(0.4%)나 설비투자(5.0%)도 전분기에 이어 증가했다. 하지만 순수출의 성장기여도(-1.8%)가 전분기(-1.0%)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이 줄어들면서 1%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수입은 원유·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큰 폭(5.8%)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8월, GDP 성장률이 2021년 4.1%에서 2022년 2.6%, 2023년 2.1%로 낮아지리라고 전망했다. 2022년 들어 GDP 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3분기까지의 성장률 실적이 기존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2022년 예상 성장률(2.6%) 달성이 무난하리라고 본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는 표현이 있다. 덩치가 커서 멀리서도 보이지만 경계를 늦추면 갑자기 달려와 위기를 초래하는 것처럼, 위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말한다.
필자는 지난 1년간 우리 경제의 ‘회색 코뿔소’라 생각되는 몇몇 이슈를 제시했다.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상회하는 등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점을 지적했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의 부정적 영향으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 점도 언급했다. 2020년 기준 취업자 수 대비 24.4%에 이르는 500만 명 이상의 자영업자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점차 축소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출산율 저하 등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는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중국의 늘어난 기업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중국의 기술경쟁력 확충과 반한(反韓) 감정 등이 대중 무역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달러화 강세와 주요국의 ‘역(逆)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단기적으로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은 한계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 다중채무자나 취약차주 등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다. 가계의 자산 보유 비중이 부동산에 쏠린 점도 우려스럽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갭투자와 ‘영끌’ 투자가 성행했던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19년 55만 건 수준이었으나 2020년엔 93만 건, 2021년엔 67만 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20~30대 청년층의 전국 아파트 매매 비중은 2019년 28%에서 2021년 31%로 늘어났고, 특히 서울과 경기권은 30%에서 37%로 상승했다.
미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소용돌이 속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경제블록화, 달러화 강세 등 대외 요인은 물론 늘어난 가계·기업 부채, 핵심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인구구조 변화 등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나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년 가까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며 금융시장의 국내외적 변화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금융경제 이슈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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