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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부장 고금리 갈아타기 분투기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박중언 parkje@hani.co.kr
   
▲ 예금금리비교 사이트의 저축은행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표.

지금은 예금 시대다.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정기예금의 몸값이 오랜만에 높아졌다. 대형 은행의 금리가 5%까지 올랐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아직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아 고금리 시대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노후자금을 굴릴 만한 데가 없어 고민하는 퇴직자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은 일반은행보다 금리가 보통 1~2%포인트 높다. 고금리를 좇아 이탈하는 자금이 늘어나자 10월20일께 저축은행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가 6.5%를 찍었다. 1천만원을 1년 동안 넣어두면 이자(세전)가 65만원이다. 판매액이 제한된 이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령자들이 몰려 저축은행 점포가 북새통을 이뤘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SB톡톡플러스(+)는 접속 폭주로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일부 새마을금고는 7% 넘는 정기예금(6개월 만기) 금리를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비대면 거래의 명암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크고 지점이 적어 이용하기 불편하다. 그러나 품을 좀 들이면 불안 없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조금씩 헐어 쓰는 퇴직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중견기업 P부장은 저축은행과 인연을 맺은 지 몇 년 됐다. 회사에서 걸어 다닐 정도 거리의 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P부장은 수시로 뜀박질하는 전세금 때문에 예상되는 인상분을 늘 준비해둬야 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와 거리가 먼 그에게 2년 뒤로 사용 시기가 정해진 돈을 넣어두기에 정기예금이 제격이다. 일반은행의 이자율이 너무 낮아 자연스레 저축은행 등을 찾았다. 가까운 동네 점포로 직접 가야 하는 새마을금고에 견줘 저축은행 인터넷뱅킹의 조건이 낫다. 스마트폰 비대면 거래의 금리가 조금 더 높다. 전국 어디든 이자를 가장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돈을 맡길 수 있다. 인터넷으로 ‘예금금리비교’(https://misaving.mibank.me)를 검색하면 모든 금융기관별 예·적금 금리가 높은 차례로 나온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P부장도 며칠 사이에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치솟고 예금이 경쟁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고금리로 갈아타는 데 적잖이 애먹었다. 그는 SB톡톡+로 2주 전에 넣은 D저축은행의 예금을 해지하고 최고 금리를 주는 H로 옮기려 시도했다. 접속자가 대거 몰리면서 앱이 잇따라 장애를 일으켰다. 클릭을 수백 번 했으나 스마트폰 화면이 하염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짜증이 솟구쳤다. 그렇다고 온종일 그것만 붙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욕탄’이 머릿속에서 마구 튀었다. 이런 CB!
사실 스마트폰으로 저축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부터 돈을 입금할 때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꽤 복잡하다. 노안에다 손가락 움직임이 둔한 고령자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고, 어느 정도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 특히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의 개설을 막기 위한 보안 절차가 까다롭고, 보이스피싱 차단을 위한 입출금 제한 장치가 엄격해 나이 든 사람의 스마트폰뱅킹을 더 힘들게 한다.
어렵게 접속에 성공한 그는 5천만원 가까운 예금을 옮기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정기예금 중도해지 때는 돈을 해당 저축은행의 일반계좌로 이체하게 돼 있었다. 일반계좌에 이체한 뒤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는 순간 ‘이체 한도 초과’라는 문구가 떴다. 내 돈을 내가 찾아가는데 이게 무슨 일? D저축은행 누리집 곳곳을 뒤져 알아낸 것은 이 계좌의 하루 이체 한도가 100만원이고, 한도 증액·해제는 SB톡톡+에서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욕탄이 튀었다.
접속 폭주로 버벅거리는 그 앱에 다시 접속해 해결하려니 한숨이 앞서 1544로 시작되는 고객센터 대표전화의 문을 두드렸다. 정해진 선택지만 건조하게 되풀이하고 무한정 기다리게 하면서 고객의 ‘짜증 게이지’를 한껏 높이는 악명 높은 콜센터 자동응답(ARS) 시스템이다. 계좌 개설 문의 전화가 줄을 잇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딱히 대안이 없었다.
저축은행중앙회와 해당 저축은행 콜센터 직원들은 전화 홍수로 감정노동이 한껏 증폭된 터였다. 앱 장애로 진이 빠진데다 무심한 기계응답기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한참 뒤에야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었던 그 또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한때 가시 돋친 입씨름까지 오간 끝에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금융당국이 일괄 설정한 이체 한도를 풀 수 있었다. 동시에 SB톡톡+ 앱이 사용자 특히 고령자에게 매우 불친절하게 설계돼 있음을 확인했다. P부장은 그나마 앱에 인증서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해둔 근로소득자여서 문제 해결이 덜 힘들었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퇴직자였다면 몹시 골치 아플 뻔했다.

저축은행 활용법
일반은행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노후자금 운용에 유리하다. 한 곳의 원금과 이자가 5천만원이 넘지 않도록 나눠 예치하면 금융기관이 파산해도 목돈을 날릴 우려가 없다. 다만 금리 높은 곳을 찾아 전국을 누빌 수는 없으니 인터넷뱅킹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가 중간 정도인 저축은행 등은 신용도가 낮아 일반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서민에게도 매우 요긴한 존재다. 이런 중간지대를 잘 활용하면 노후자금 운용과 서민 생계자금 대출을 돕는 ‘윈윈’이 가능하다.
요즘 사회 전반에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자의 디지털 소외와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기든 앱이든 디지털 약자를 배려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를 설치한 개별 점포와 달리 은행 같은 대형기관에는 더 큰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특히 고령자의 디지털 이용을 돕는 별도 직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은평구청의 65살 이상 전용 ‘백세콜’은 좋은 참고 사례다. 택시 호출 앱 사용이 어려운 노인은 이 전화를 통해 무료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지자체가 전담 직원을 둬 신속하게 예약을 접수한다. 금융기관도 콜센터에 고령자 전담 직원을 둔다면 고령자의 이용을 늘리고, 다른 상담원에게 돌아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 일을 금융기관 퇴직자 등에게 맡긴다면 어정쩡한 공공형 노인일자리보다 훨씬 나은 고용 창출도 된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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