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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규율은 관치 아닌 ‘국가 임무’!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조계완 kyewan@hani.co.kr

<한겨레> 선임기자 

   
▲ 은행의 대출금리 책정 구조는 자금조달 비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도록 짜여 있어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고통이 커져도 ‘호황’ 결산 실적을 누린다.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은행이나 회사라는 괴물은 공기로 숨 쉬는 것도 아니고 고기를 먹고사는 것도 아니오. 그놈이 돈이나 이자를 못 먹으면 그냥 죽어요. 슬픈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런 거요.”(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비금융업 상장 600개 기업(삼성전자 제외)의 2022년 1~9월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총 107조1747억원, 당기순이익은 81조4065억원이다. 반면 시중은행권 12개 상장기업(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1~9월 영업이익은 총 25조3846억원, 당기순이익은 19조8214억원이다. 은행업 이익 규모가 600개 제조·서비스 기업 몫의 약 25%에 이른다. 물론 이자수익이 비결이다. 1~9월 국내 전체 은행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으로 번 이자이익은 40조6천억원이다. 다른 산업·업종에서는 볼 수 없고 유독 은행업에서만, 그것도 매년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놀라운 수익성이다.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고통이 커져도 은행업은 경기순환 사이클과 무관하게 불변의 ‘호황’ 결산 실적을 누린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취약집단 가계·기업 대출은 영리하게 선제적으로 먼저 줄이고,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상환 위험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우량고객한테도 적정 수준 이상의 대출금리를 적용해 위험 총량을 사전에 관리하고 회피한다.
하나의 제도로서 시장경제는 복식부기·주식회사 등과 함께 인류가 고안해낸 최상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금융부문에서 시장 자원배분의 최적 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이 은행의 ‘금융중개’ 역할이다. 이름 모를 부자가 저축한 돈이 금융중개기관(은행)을 거쳐 어느 달동네 천재소년의 하버드대 등록금으로 차입돼 쓰일 수 있다. 돈을 빌려줄 사람과 가져다 쓸 사람을 굳이 서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은행 조직이 이 기능을 날마다 수행한다.
이런 사회경제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은행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제도적·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국가로부터 면허를 취득한 기업이다. 은행의 대출금리 책정 구조는 자금조달 비용을 고객에게 고스란히 부담시킬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은행이 각종 채권투자(연간 600조원대)에서 입은 손실을 벌충하거나 대출자금을 조달하려고 찍어내는 은행채의 발행이자, 은행끼리 예·적금 수신 경쟁을 하면서 올려준 수신 금리인상분까지 고객 대출이자에 그대로 반영된다.
경제원론 교과서도 ‘더 많은 이자 수취’에 방어논리를 제공한다. 시장에서 돈·토지·기계 등 한정된 자원을 누가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간단하다. 그 비용(이자)을 가장 많이 치를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하면 된다. 합리적 경제인이라면 지급한 돈 이상의 수익을 얻으려고 최선을 다할 거라는 논리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새로운 60층 건물을 보자. ‘뉴욕의 획기적 사건’이라는 표제를 붙여 이 은행이 발행한 팸플릿에는 ‘이른 아침 태양이 스스로 뒤로 물러설 만큼 위용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건축학의 이상이 완성되고 현대 경영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미국 역사에서 우리 은행이 수행하고 있는 풍부한 역할까지 암시한다’고 쓰여 있다.”(폴 배런·폴 스위지, <독점자본>, 1966)
과연 은행은 풍부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국내 2천만 가구와 75만 개 법인기업, 즉 사회공동체가 스스로 가져다 맡긴 돈이 40조 이자수익의 요체다. 국가가 정책목적상 예대마진을 허용해주는 까닭은 국민경제에서 고용·소득을 창출하고 제공하는 기업과 가계에 ‘가능한 최선의 낮은 이자’로 자금을 공급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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